4.5세대 전투기로 업그레이드된 대한민국 공군 KF-16V, 미 공군기 마킹을 하고 GBU-39 정밀유도폭탄 투하 등 테스트 비행을 하는 KF-16V 영상
“우리 공군 KF-16이 왜 미국까지 가서 폭탄 투하 테스트를 하고 있지?”
지난달 미 캘리포니아주 에드워즈 공군기지 SNS 채널에 한국 공군 KF-16이 사막 상공을 비행하면서 GBU-39 SDB(Small Diameter Bomb) 스마트 폭탄을 투하하는 시험 영상이 공개되자 일부 네티즌들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
◇ 공군 KF-16, 캘리포니아서 SDB 정밀유도폭탄 투하 시험 실시
영상에서 KF-16은 미 공군 제412 비행시험대대 마크를 달고 있었지만 우리 공군이 KF-16 성능개량을 위해 미 본토로 보낸 2대중 한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시험은 지난 2월 실시됐지만 영상은 지난달 공개됐다. GBU-39 SDB는 중거리 GPS 유도폭탄으로 최대 110km 떨어진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공군 KF-16 전투기가 2021년2월 캘리포니아 에드워드 공군기지에서 정밀유도폭탄 투하 시험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꼬리날개에 미 공군 마크가 있지만 실제로는 미 본토로 옮겨져 개량을 마친 KF-16 전투기다. /미 공군
GPS 유도폭탄인 JDAM(합동직격탄)에 비해 작고 가벼워 보다 많은 폭탄을 탑재할 수 있고 사거리가 길다는 게 강점이다. 두께 90cm의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고, DMZ 인근 산 뒤쪽에 있는 북한 장사정포 갱도진지도 정확히 파괴할 수 있다. 길이 180㎝, 직경 19㎝로 정확도는 3m다.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 기지 정밀타격 등에 가장 많이 활용될 수 있는 무기다.
지난 2013년부터 공군에 도입된 SDB는 지금까지 F-15K에만 장착해 사용할 수 있었다. F-15K는 최대 20발의 SDB를 장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시험 영상에서 드러났듯이 KF-16도 성능개량을 통해 SDB를 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 KF-16 133대, AESA 레이더 등 장착해 4.5세대 전투기로 탈바꿈
KF-16 2대가 직접 미 본토까지 간 것은 성능개량이 대대적으로 이뤄져 미 제작사(록히드마틴사)에서 직접 작업을 하고 다양한 현지 시험을 진행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KF-16은 기계식 레이더가 장착돼 있는데 성능개량을 통해 노스롭 그루먼사의 신형 AESA 레이더(능동형 위상배열 레이더) SABR로 교체된다.
KF-16 출격, 공중급유 등 멋진 영상! 2017년 공군 레드플래스 알래스카 훈련의 모든 것
또 신형 임무 컴퓨터, 첨단 전자전 장비 및 피아식별장비(AIFF) 등 각종 항공전자 장비도 업그레이드된다. 4세대 전투기에서 AESA 레이더 등을 장착한 4.5세대 전투기 ‘F-16V’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KF-16 성능개량 사업은 지난 2016년 미 록히드마틴사와 1조4000억원 규모로 계약이 체결됐다. 당초 미 록히드마틴사와 BAE 시스템스가 경쟁을 통해 BAE 시스템스가 성능개량 업체로 선정됐었다. 하지만 비용이 폭등해 다시 록히드마틴사로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성능개량 대상 KF-16은 총 133대다. KF-16 전투기는 한국형전투기(KFP) 사업을 통해 90년대 중반 이후 직도입 및 국내 면허생산을 통해 모두 140대가 도입됐지만 이중 7대가 사고로 추락했다.
◇KF-16, 성능개량 및 수명연장 통해 2050년대까지 운용
KF-16 성능개량은 지난 2019년 본격 착수돼 국내 공군 모 정비창에서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SDB 투하시험처럼 각종 테스트를 미 본토에서 실시한 뒤 그 결과를 전달받아 개량작업에 활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10대 미만의 KF-16 성능개량이 완료돼 원래 기지로 재배치됐다. 현재 여러 기지에서 차출된 KF-16 10여대의 성능개량이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2년 한미 양국 공군의 F-16 및 KF-16 전투기 60여대가 투입된 가운데 처음으로 실시된 대규모 한미 연합 '엘리펀트 워크'(코끼리 걸음) 훈련. 엘리펀트 워크는 수십대의 전투기가 최단 시간내 이륙하는 훈련을 하는 것으로, 무력시위 수단으로 종종 활용된다. /공군
레드플래그 알래스카에 참가한 공군 KF-16 전투기의 공중급유 훈련 영상
당초 오는 2025년쯤 성능개량 사업이 완료될 예정이었지만 2028년쯤으로 3,4년쯤 늦춰질 것이라고 한다. 성능개량 외에 기골 보강 등 일부 수명 연장 사업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총 사업비용도 1조4000여억원에서 2조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성능개량 사업 완료 뒤 수명연장 사업이 별도로 있었는데 사업 중 전력공백 우려 등으로 한꺼번에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이를 통해 총사업 비용도 절감하고 KF-16을 2050년대까지 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미 공군의 사실상 주력 전투기로 군림해 온 F-15는 1980년대부터 도입한 4세대 전투기이나, 흔히 말하는 '4세대 전투기'의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었다. 흔히 분류하는 '4세대 전투기'의 기준은 높은 항공기 출력과 강력한 통제 면, 높은 기동성을 시작으로 하여 컴퓨터로 비행 면 통제를 지원해 비행 안정성을 높인 '플라이-바이-와이어(fly-by-wire)'의 장착 여부, 항공기가 애프터 버너(after burner)를 사용하지 않고 증속(增速)만 하여 초음속 돌파를 할 수 있는 초음속 순항(supercruise) 능력, 능동형 전자주사식 레이더(AESA: Active Electronically-Scanned Array Radar) 장착 여부, 헬멧 연동식 큐잉(cueing) 시스템을 비롯한 디지털화 조종석 설치, 그리고 스텔스 능력을 꼽는다. 하지만 F-15 시리즈는 어지간한 4세대 전투기를 상회 하는 운동성과 추력, 무장 탑재 중량과 성능을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플라이-바이-와이어가 채택되지 않은 데다 스텔스 설계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4세대 전투기로 분류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보잉은 한국 등 차기전투기 시장을 겨냥하여 F-15의 스텔스 형상인 F-15 사일런트 이글을 개발했다. <출처: Public Domain>
이 때문에 제조사인 보잉(Boeing)은 기존 F-15의 설계에 최대한의 스텔스성을 적용한 F-15 스텔스 형상인 "F-15 사일런트 이글(Silent Eagle)" 개발에 돌입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개발을 시작한 F-15 사일런트 이글, 통칭 F-15SE는 미 공군 소요보다는 해외 고객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기체였다. 보잉은 기존 F-15E의 설계를 베이스로 삼아 레이더 피탐지 면적(RCS: Radar Crossing Section)을 최대한으로 축소하는 작업에 돌입했으며, 이에 따라 우선 장착형 무장창(CWB: Conformal Weapon Bay)을 설치하고, 두 개의 수직 미익을 바깥 방향으로 약 15°가량 눕혀 "V" 형상을 만들었다. 이는 동체 후미의 양력을 높임에 따라 항속거리를 소폭 증가시켰으며, 수직 미익에서 발생하는 RCS도 크게 낮췄다.
한국 F-X 3차사업을 겨냥하고 제작된 F-15 사일런트 이글의 시제기 <출처: Boeing>
우선 보잉이 사일런트 이글의 판매 대상으로 고려한 것은 당시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진행 중이던 대한민국 공군이었다. 보잉은 2009년 3월 총 두 대의 시제기를 공개했으며,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2010년 11월 MOU를 체결하고 F-15SE의 CWB 공동 개발을 약속했다. 보잉은 사일런트 이글 1번기(F-15E1)의 초도 비행을 2010년 7월에 실시했다. 방위사업청은 2012년 입찰을 진행하면서 보잉의 F-15 사일런트 이글, 록히드-마틴(Lockheed-Martin)의 F-35A, 그리고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 European Aerospace and Defense Systems, 現 에어버스)의 유로파이터 타이푼(Eurofighter Typhoon)이 입찰에 참가했지만 F-15SE를 제외하고는 모두 총 사업비(8조 3천억 원) 한도 내에서 입찰액을 제시하지 못해 사실상 탈락했다. 이 때문에 F-15 사일런트 이글은 자동으로 대한민국 공군의 차기 전투기로 선정되는 듯했으나, 공군 예비역 장성들과 역대 총장들이 강력히 반발하며 연명장까지 돌리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사업을 재검토하도록 지시했고, 국방부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통과 직전에 사업을 엎고 FX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두 번째로 시작한 FX III 사업은 가격 조건 때문에 F-15SE를 제외한 타 기종들이 자동 탈락했으므로 이러한 사태를 막고자 도입 댓수를 40대로 조정했으며, 이번에는 세 개 업체가 모두 입찰가를 한도 내에서 적어내는 데 성공함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2014년 F-35A 40대를 7조 4천억 원에 도입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초도 비행 중인 미 공군 F-15EX 초도기. <출처: Boeing / Eric Shindelbower>
당시 F-15SE가 F-35A로 뒤집힌 이유는 2013년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 실험의 영향이 강했다. 이전까지는 '스텔스 능력'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다른 성능 면에서 유리한 기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했으나, 북한의 핵 실험에 따라 유사시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스텔스 능력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붙었기 때문이다. 결국 향후 F-15SE의 양산 여부를 가늠할 한국 시장에서 패배한 보잉은 사우디와 일본에 기대를 걸었다. 당시 사일런트 이글의 개발에는 약 1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약 5개 고객을 대상으로 190대의 주문을 확보해야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됐으며, 이 두 국가에서 성능이 입증되면 향후 추가 고객을 찾을 수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우디에서만 소량의 F-15E 형상(F-15SA)이 판매되었을 뿐, 일본 및 이스라엘에서 판매에 실패함에 따라 F-15 사일런트 이글은 영원히 사장되었다.
한편 미 공군은 초창기에 도입한 F-15 형상 도태분이 발생하면서 대체 기종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 미 공군이 1980년대부터 도입한 F-15C/D형은 유지 관리 비용이 상승하기 시작하여 감당이 어려워지고 있었는데, 미 공군은 F-35A 추가 도입 가능성 등을 고려하다가 종국적으로는 보잉에서 제안한 F-15EX 형상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미 공군은 F-15EX를 도입할 경우 미 공군이 운용 중인 타 F-15 계열 항공기와 부품 공유를 하여 유지 관리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계산으로 총 144대 계약을 추진했다.
에글린 공군기지에 배치되어 회색으로 재도장 된 미 공군 제40 시험비행대대 소속 F-15EX. <출처: US Air Force / 1st Lt. Karissa Rodriguez>
미 공군은 현재 국방 전략에 의거하여 연간 72대의 전투기를 구매해야 하는데, 보잉은 F-15EX가 가격 대비 효율성을 최대화하기에 가장 유리한 기종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미 공군은 2020년 12억 달러의 양산 계약을 체결하고 8대의 F-15EX 계약을 체결했으며, 두 대는 2021년에 인도 예정이고 잔여 여섯 대는 2023년까지 미 공군 에글린(Eglin) 공군 기지로 인도할 예정이다.
F-15EX는 수명 주기가 도래한 F-15C와 우선 교대할 예정이다. <출처: Us Air Force / Ilka Cole>
특징
F-15EX는 기본적으로 F-15E의 성능에 바탕하고 있다. 따라서 부품 공통성이 F-15C 및 F-15E와 70% 이상이다. 따라서 미 공군은 신형 기체인 F-15EX를 도입 하고서도 기존 F-15C나 E와 부품 호환성이 크므로 후속 군수 지원 문제나 부품 공유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부품 가격도 크게 낮출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 그 뿐만 아니라 기존 F-15를 위해 설치한 훈련 시설이나 정비창 같은 기타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하여 F-15EX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보잉 측은 "F-15EX를 위해 별도의 새로운 군수 지원 체계를 설치할 필요가 없고, 별도의 훈련비행대대를 만들 필요도 없으며, 인프라를 개조하거나 사업담당 장교, 무기체계 통합 등등 따로 손이 갈 일이 전혀 없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기존 F-15C나 E를 운용하다가 EX로 교체하는 부대가 있더라도 기종 전환에 들어가는 시간이나 비용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나란히 주기 중인 F-15E 스트라이크 이글(좌)과 F-15EX(우). '사일런트 이글' 형상과 달리 F-15EX는 스텔스성에 중점을 두지 않았으므로, F-15E와 외관상으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출처: US Air Force/ 1st Lt. Karissa Rodriguez>
F-15EX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기존 F-15에 설치되지 않은 디지털 비행통제 시스템, 통칭 '플라이-바이-와이어'의 설치다. 플라이-바이-와이어 덕에 항공기의 비행 제어가 컴퓨터의 도움을 받게 됨에 따라 안정적이면서도 미묘한 비행이 가능해졌다. 이는 이착륙 등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절차에서도 조종사의 부담을 크게 줄이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다양한 첨단 항전체계가 장착된 것도 특징이다.
미 국방부는 2020년 7월 13일, F-15EX 총 8대를 12억 달러로 계약했다. 사진은 보잉 세인트루이스에서 조립 중인 F-15EX 초도기의 모습. <출처: Boeing>
조종석에는 10 x 19 인치 디지털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채택됐으며, 컴퓨터의 처리 능력도 엄청나게 향상됐다. 보잉에 장착된 메인 컴퓨터는 초당 870억 개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임무 데이터 파일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이 기능은 센서가 접근 중인 물체나 비행체를 포착하면 데이터베이스에서 특징을 검색한 후 이 물체가 어떤 적 항공기인지 특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F-15EX는 기존 F-15E와 달리 조종석에 최첨단 디지털 계기가 적용됐다. <출처: US Air Force / Samuel King Jr.>
F-15EX는 추력도 커졌을 뿐 아니라 무장 거치대도 추가됐다. F-15EX는 총 12발의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으며, 기존 F-15 시리즈가 통합한 무기체계는 동일하게 모두 장착할 수 있다. 탑재 중량도 F-15E에 비해 증가했다. F-15E의 무장 탑재 중량은 10,432kg(23,000파운드) 정도였으나 F-15EX는 13,380kg(29,500 파운드)로 늘어났다. 항속 거리도 증가해 F-15E는 최대 3,862km 정도였지만 F-15EX의 항속 거리는 4,815km으로 늘어났다. 실용 상승 한도 또한 F-15E는 약 15,240m 정도였으나 F-15EX는 18,288m로 높아졌다.
F-15E와 F-15EX의 성능비교표 <출처: US Air Force>
엔진은 기존 14,590파운드 출력의 프랫 앤 위트니(Pratt & Whitney)제 F100-PW-220 엔진 대신 GE 항공의 29,400파운드 출력 F110-GE-129 엔진을 탑재했다. 레이더도 업그레이드 되어 기존 F-15E에 장착된 AN/APG-82보다 탐지 거리가 길어져 280km까지 탐지가 가능한 APG-82(v)1 레이더가 장착됐다. 전자전 장비로는 새롭게 설계된 이글 능동/수동형 경고 및 생존성체계(EPAWSS: Eagle Passive/Active Warning and Survivability System)가 채택됐다.
미 공군 F-15EX 초도기 초도 비행 영상 <출처: 보잉 유튜브 채널>
F-15EX는 기본적인 수명 주기 역시 크게 향상됐다. F-15E의 경우 수명 주기가 비행시간을 기준으로 약 8,000 시간이었지만, F-15EX는 20,000 시간으로 늘어나 2.5배가량 늘어났다. 반면 기본 가격(Flyaway cost: 항공기 동체와 엔진만 포함한 가격)은 2018년 기준으로 약 8천만 달러로, 같은 물가 가치로 환산한 F-15E의 가격(9,170만 달러)보다 오히려 낮다. F-15EX의 시간 당 비행 비용 또한 약 2만 7천 달러에 불과해 3만 5천 달러에 달하는 F-35보다 만 달러 이상 낮다. 이는 운용 시간이 누적될수록 비용 차이가 벌어지게 되어 있으므로 시간이 갈수록 더욱 비용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다.
운용 현황
에글린 기지에서 시험 비행을 준비 중인 F-15EX. <출처: US Air Force / Samuel King Jr.>
현재까지 F-15EX에 대한 평가는 좋지만, 1980년대에 개발된 기체 플랫폼을 계속 활용하느니 만큼 F-15EX의 무용론도 만만찮다. 우선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F-15EX는 2028년 정도만 되어도 주요 적대국의 동급 기종에 성능이 밀리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미 공군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향후 F-15EX의 임무는 전선에서 적의 최첨단 항공기를 꺾는 것이 아니라, 비행금지구역 유지, 미 영공 방어, 제한적인 방공 임무와 스탠드오프(standoff) 미사일 발사 등이 주요 임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 공군은 144대의 F-15EX를 도입할 예정인데, 이 144대의 F-15EX가 임무를 맡은 만큼 F-22 랩터(Raptor) 전투기를 위시한 다른 첨단 전투기들에게 여유가 생겨 별개의 임무를 맡길 수 있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2021년 2월 2일, 미 공군에 인도된 F-15EX 1번기가 초도 비행 중인 모습. 미 제173 전투비행단은 2024년까지 F-15EX 전투훈련부대로 변환할 예정이다. <출처: Boeing / Eric Shindelbower>
F-15EX의 또 다른 장점은 후속군수지원(ILS: Integrated Logistics Support) 문제다. F-35는 최근 엔진 부품 공급 문제부터 시작해 예비 부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해왔는데, 오랫동안 대량으로 양산된 F-15 시리즈는 파생형 간 부품 호환성이 높으므로 부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또한 추가적인 F-15 판매에도 유리한데, 예를 들어 카타르 수출 형상인 F-15QA와 EX는 부품 공유율이 90%에 달하기 때문에 미 공군이 F-15 패밀리를 추가로 계속 구매하면 할수록 부품 단가는 더 떨어져 해외 고객에게도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미군은 한 번 도입 시 대규모 수량의 기체를 도입하므로 이는 타국이 따라 하기 어려운 매력적인 판매 조건으로 작용한다.
2021년 3월 11일, 플로리다주 에글린 공군기지에 처음 인도된 F-15EX 1번기. (출처: US Air Force /Samuel King Jr.)
미 공군은 최초 F-15EX를 F-15C/D와 교체할 예정이었으나, 가장 최근 보고서는 C/D뿐 아니라 향후 E형 전폭기 일부도 대체하게 될 것으로 예정하고 있다. F-15EX가 기존 F-15C/D뿐 아니라 E형 모두와 부품 호환성이 높으므로 이들 기체를 위해 따로 수명 연장 사업(SEP: Service Extension Program)을 할 필요 없이 EX 형상이 두 형상을 모두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보잉(Boeing) 공장에서 이륙해 플로리다주 에글린 공군기지로 비행을 시작한 F-15EX 초도기. <출처: Boeing>
한편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는 프랑스와 라팔(Rafale) 전투기 도입 계약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F-15EX 도입 의사도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이 이전에도 F-16 초창기 형상을 개수 형태로 판매했던 이력이 있긴 하나, 동티모르 문제로 금수 조치를 단행했던 적도 있는 데다 최첨단 무기까지 판매할 정도의 외교 관계를 미국과 유지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실제 판매가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보잉은 올해 안에 두 대의 F-15EX를 미 공군에 인도할 예정이며, 이미 인도된 초도기는 미 제96 시험비행단 예하 40 시험비행대대에 배치됐다. 3~4월에 인도 예정인 2번기는 미 제53 비행단 예하 85 시험평가대대에 배치된다.
활주로 위에서 이동 중인 F-15EX. <출처: US Air Force / Samuel King Jr.>
파생형
F-15SE 사일런트 이글: F-15E에 레이더 피탐지 면적(RCS)을 최소화한 형상.
2009년 공개된 F-15SE 사일런트 이글의 모크업 <출처: Boeing>
F-15 2040C: F-15C의 업그레이드 형상으로, F-22의 지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최적화했다. 사실상 사일런트 이글의 업그레이드 형상이지만 스텔스성보다는 공격 능력과 비행 능력 향상에 목적을 두었다. 추가된 사양으로는 적외선 탐색 추적(IRST) 장비, 무장 거치 공간 확장, 능동/수동형 경보 장치, 추가 증가 탱크, APG-63(v)3 AESA 레이더 추가, F-22에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통신 포드 추가 등이다.
F-15 2040C의 컴퓨터그래픽 예상도 <출처: Public Domain>
제원(F-15E/EX)
제조사: 보잉 용도: 전폭기/제공권 장악용 전투기 승무원: 1~2명(조종사/부조종사, F-15EX 기준) 전장: 19.446m 전고: 5.64m 날개 길이: 13.045m 날개 면적: 56.5㎡ 자체 중량: 14,379kg(F-15E) 탑재 중량: 13,380kg(F-15EX) 최대 이륙 중량: 36,741kg(F-15E) 추진체계: 29,400파운드(131kN) GE F110-GE-129 애프터버너 터보팬 엔진 x 2(F-15EX) 최고 속도: 마하 2.5+(고고도), 마하 1.2(저고도) 전투 범위: 1,272km(F-15E) 페리 범위: 4,815km(F-15EX) 실용 상승 한도: 18,288m(F-15EX) 중력 한계: +9G 상승률: 250m/s(F-15E) 기본 무장: 20mm M61A1 벌컨 6연장 개틀링포(M-56 혹은 PGU-28탄 500발) 장착 무장: ㄴ AIM-7 스패로우(Sparrow) 단거리 미사일 ㄴ AIM-9 사이드와인더(Sidewinder) 단거리 미사일 ㄴ AIM-120 AMRAAM ㄴ AGM-65 매버릭(Maverick) 공대지미사일 ㄴ AGM-84 하푼(Harpoon) 대함미사일 ㄴ AGM-84H/K SLAM-ER ㄴ AGM-130 ㄴ AGM-154 JSOW ㄴ AGM-158 JASSM ㄴ Mk. 82 재래식 폭탄 ㄴ Mk. 84 재래식 폭탄 ㄴ GBU-15 ㄴ GBU-10/12 페이브웨이(Paveway) II ㄴ GBU-24/27 페이브웨이 III ㄴ GBU-28 벙커버스터(Bunker Buster) ㄴ GBU-31/38 합동정밀직격탄(JDAM) ㄴ GBU-54 레이저 JDAM ㄴ GBU-39 SDB(Small Diameter Bomb) ㄴ B61/B83 핵폭탄 ㄴ CBU-87/103 연합 효력탄(CEM: Combined Effects Munition) ㄴ CBU-89/104 GATOR 공중투하식 대전차/대인 지뢰탄 ㄴ CBU-97/105 센서신관식 폭탄 ㄴ CBU-107 피동형 공격탄(Passive Attack Weapon) ㄴ BLU-107 듀랜달(Durandal) 증가 탱크: 최대 2,300리터 증가 탱크 x 3 1,800리터 초음속순항(supercruise) 증가 탱크 항전체계: ㄴ APG-82(v)1 능동형 전자주사식(AESA) 레이더 ㄴ AN/ASQ-236 레이더 포드(pod) ㄴ LANTIRN 혹은 스나이퍼(Sniper) XR 혹은 LITENING 표적획득 포드 ㄴ 이글 능동/수동 경고 및 생존성체계(EPAWSS) 대당 가격: 8,000만 달러(F-15EX, 2018년 기준, Flyaway Cost)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 『이런 전쟁』(공역)이 있다.
2021년4월2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군이 공개한 실종 잠수함 낭갈라함의 파편들. 낭갈라함은 발리 인근 수심 838m의 해저에서 세 동강이 난 채로 발견됐으며 탑승자 53명도 전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유용원입니다. 최근 인도네시아 해군 잠수함이 침몰, 승조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오늘은 우리 해군 잠수함의 안전 문제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이번에 침몰한 낭갈라함은 아시아 최초로 도입된 독일제 209급 잠수함인데요, 1981년 취역한 40년 연령의 노후 함정입니다. 지난달 21일 53명의 승조원을 태우고 어뢰발사 훈련을 나간 뒤 실종됐다가 해저 838m에서 본체 잔해가 세동강 난 채 발견됐습니다. 지난달 25일 하디 타잔토 인도네시아 통합군 사령관은 “수색팀이 침몰한 잠수함을 발견했다”며 “정확한 증거를 통해 낭갈라함이 침몰했고, 탑승자 53명이 모두 사망했다는 점이 확인된다”고 밝혔습니다.
◇ 인니 잠수함 침몰 원인은 장비 노후화 가능성
침몰 원인은 아직 명확치 않습니다만 우선 잠수함이 40년이나 돼 노후화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잠수함 함장 출신의 잠수함 전문가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현재로서는 폭발에 의한 침몰보다는 관통구 밸브 등의 노후화로 인한 침수에 의한 침몰사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침몰한 인도네시아 잠수함 낭갈라함 승조원들이 생전에 퇴임 사령관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낭갈함의 실제 항해 훈련이 적었다는 점에서 승조원들의 숙련도 문제 등일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낭갈라함은 지난 2012년 대우조선해양에서 창정비를 받았는데 그뒤 창정비를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 기준에 따르면 6년마다 창정비를 받아야 하는데도 말이지요.
군 안팎에서는 낭갈라함 사고를 우리 해군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옵니다. 우선 잠수함 안전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우리 잠수함 부대는 지난해 6월 ’30년 280만 마일 안전항해 무사고'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미국은 물론 러시아(소련), 중국 등 잠수함 강국들도 세우지 못한, 자랑할만한 기록입니다.
◇ 손원일급 잠수함 잇딴 추진전동기 문제 발생
그런데 지난 1월 우리 해군에도 우려할 만한 사고가 생겼습니다. 1800t급 손원일급 잠수함 1척이 동해에서 정기 수리 시운전 후 수상 항해로 복귀 중 추진전동기 문제로 예인된 것입니다. 조사결과 잠수함 스크류를 회전시키는 추진전동기의 핵심부품인 전원변환장치 12개 중 1개가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이런 결함이 다른 214급 잠수함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해군 209급 잠수함 1번함 장보고함 내외부 작전모습 및 승조원 생활 세부 영상 / 해군제공
지난 2019년 10월 손원일급 2번함인 ‘정지함’도 비슷하게 추진전동기 계통에서 고장이 나 작전 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해군은 손원일급 9척 중 나머지 7척에 대해서도 전수 검사를 벌여야 했습니다. 손원일급 잠수함은 1번함인 손원일함에서도 지난 2012년 추진전동기 이상소음이 계속 발생해 한동안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추진전동기 제작사인 독일 지멘스사는 군 공식기관인 국방기술품질원 외에도 객관적인 제3의 공인기관 참여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민간 법인인 한국선급(KR)과 독일선급이 참여, 추진전동기 제작상 결함(전동기 내부 볼트 파손)을 밝혀내는 데 기여했습니다.
◇ 잠수함 안전 보증 등에 민간 함정 전문기관 참여 필요성
선급은 세계에서 가장 큰 선박 품질 인증(보증) 관련 법인체로 110여개국에 설치돼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 치의 결함도 허용돼선 안될 잠수함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선 군 공식기관 외에도 선박(함정)과 관련해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민간 전문기관을 품질 보증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리 해군 주력 214급 잠수함의 항해 모습. 총 9척을 운용중인데 최근 잇따라 추진전동기 문제가 발생해 우려를 낳고 있다. /해군
또 안전과 직결되는 잠수함 승조원의 숙련도 및 사기 문제도 조속히 해결돼야 할 사안입니다. 비좁은 공간 등 잠수함의 열악한 근무여건 때문에 장병들이 잠수함 근무를 상당히 기피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잠수함 근무를 그만두겠다는 승조원이 50명이 넘었는데, 매년 배출 인원(100여명)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 정부, 잠수함 승조원 처우개선 연간 18억도 못 올려준다?
국방부와 해군은 더 이상의 인력유출을 막기 위해 수당을 1만원에서 3만원으로 2만원 올리는 방안을 추진중인데 예산부처 등의 반대로 실현이 어렵다고 합니다. 국방부 안대로 2만원을 인상하더라도 추가 예산소요는 연간 18억원에 불과합니다. 해군 이지스함 1척(1조원)의 0.18%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인도네시아 잠수함 침몰 사고를 계기로 우리 잠수함 부대도 ‘무사고 30년’ 대기록을 넘어 안전문제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영국 왕립해병대가 영국해협 상에서 제트수트를 이용한 해상훈련을 벌이고 있다. 경비선 양측에서 제트수트를 입은 대원들이 갑판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유튜브
2일(현지 시각) 제트수트 제작 스타트업 그래비티 인더스트리에 따르면 영국 해병대는 영국해협상에서 제트수트를 이용한 승하선 훈련에 나섰다.
그래비티 인더스트리 측은 “제트수트 성능 시험을 위해 힘써준 해병대에 감사하다”며 훈련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날 훈련에는 리버급 연안경비함 HMS타마르(P233)호가 동원됐다.
영국 왕립해병대가 영국해협에서 제트수트를 이용한 해상 훈련을 벌이고 있다./유튜브
훈련은 세 번에 나뉘어 진행됐다. 가장 먼저 승선 훈련이 이뤄졌다. 5개 가스터빈 엔진을 장착한 제트수트를 입은 선발 대원이 먼저 고속정에서 이륙하는 걸로 훈련이 시작됐다. 이 대원은 빠르게 타마르호에 접근하더니 갑판에 착륙한다. 그런 뒤 고속정을 타고 쫓아오던 나머지 대원들이 갑판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배 밖으로 사다리를 던진다. 나머지 대원들이 사다리를 타고 승선하면서 훈련이 마무리됐다. 두번째 훈련에선 갑판에서 이륙한 제트수트병(兵)이 경비함을 쫓아오던 구조정에 일시 착륙했다가, 다시 이륙해 경비함으로 돌아온다. 이 대원이 앞선 훈련과 마찬가지로 사다리를 내려주고 나머지가 승선에 성공하면서 훈련이 끝났다.
영국 왕립해병대가 영국해협에서 제트수트를 이용한 해상 훈련을 벌이고 있다./유튜브
마지막 훈련에선 동시에 3명의 파일럿이 제트수트를 입고 타마르호 갑판에 착륙하는 모습이 영상에 ㅇ담겼다.
이번 훈련은 영국 해병대가 제트수트를 이용한 첫 훈련은 아니다. 영국 해병대는 제트수트 부대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있으나 짧은 비행 거리와 소음 문제 등으로 실전 투입 가능성이 불투명해 아직 그래비티 인더스트리 측과 제트수트 구매 계약을 맺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훈련에 사용된 제트수트는 영국 스타트업 그래비티 인더스트리가 제작한 제트팩으로 최대 출력 1000마력, 최대 시속 137㎞로 10분간 비행이 가능하다. 한 벌에 30만 파운드(약 4억 6500만원)다.
그래비티 인더스트리의 창립자는 영국 해병대 출신 리처드 브라우닝이다. 그는 2016년 제트수트 개발에 착수했고 그해 짧은 비행에 성공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듬해인 2017년엔 테슬라와 트위치에 투자한 팀 드레이퍼로부터 65만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브라우닝은 최근 3년간 수천번의 제트팩 비행을 진행했고, 2019년 런던에선 세계 최초로 특허받은 제트수트를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세계 곳곳에서 시범 비행을 선보이며 회당 최대 10만 파운드(약 1억 5000만원)의 수익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