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우주비행사 Hurley와 Behnken은 지난 5월 30일 스페이스X의 'Crew Dragon' 캡슐에 탑승해 우주로 날아간 뒤 다음날 도킹하는데 성공했으며 ISS에서 임무를 수행해 왔다. 그들은 두 달여 간의 임무를 완수하고 8월 2일 오후 2시48분(현지시간) 플로리다 멕시코만 펜서콜라 연안 해상에 무사히 착수(着水)했다.
캡슐이 물에 내려앉는 순간 관제사들은 "스페이스X와 미 항공우주국(NASA)팀을 대표해 귀국한 것을 환영하며 스페이스X를 비행해 준 것에 감사한다"고 축하 무전을 보냈고, 우주비행사는 "정말로 우리에겐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이번 프로그램의 주체는 NASA이며 Falcon 9 로켓과 우주선 Crew Dragon은 SpaceX 민간회사에서 개발했다. 우주비행사는 NASA 소속이다. Demo-2 mission 이라고 불리는 이번 임무는 SpaceX가 개발한 유인우주선이 안전하게 국제우주정거장에 갔다올수 있는지를 NASA가 검증하는 최종 평가비행이다. 이번 발사는 NASA 우주비행사가 처음으로 상업용 우주선에 탑승하는 것이며 또한 2011년 중단된 우주왕복선 Space Shuttle 이후 10년만에 재개된 유인 우주발사이다. 그동안 NASA의 우주비행사는 러시아 Soyuz 로켓과 우주선을 이용해 우주정거장에 오고갔다.
이번 발사의 가장 중요하고도 역사적인 의미는 상업용 우주시대의 개막이다. 우주를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민간 우주비행사가 민간 로켓과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오고가는 시대가 열리는 순간이며 미 정부(NASA)가 이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임무의 성공과 두 우주비행사의 무사 귀환을 축하하며 흥미로운 우주개발 뒷 이야기 "두 우주비행사"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두 사람 모두 NASA 우주비행사를 아내로 맞이하였으며 그들 네명은 NASA 우주비행사 과정 2000 (NASA Astronaut Class 2000) 동기생이다. 느즈막한 나이에 어린 아들만 한명씩 있는 것도 같다. 흥미롭고 인연 많은 두 인생이 드디어 Crew Dragon에서 힘을 모았다.
길고도 처절했던 2차 세계대전이 원자폭탄으로 끝을 맺음에 따라 전 세계는 본격적인 핵 경쟁 구도에 들어섰다. 이와 동시에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항공 기술이 급속도로 축적됨에 따라 1950년대부터 비약적인 항공기의 발전과 진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냉전이 본격화되고 소련이 1949년 부로 핵 보유에 성공하게 되자 향후 벌어질 제3차 세계대전은 반드시 핵 보유국을 주축으로 한 ‘초 강대국’ 간의 핵 전쟁 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며, 이에 미국은 선제공격으로 적국에 핵 폭격을 실시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게 되었다. 미군 당국은 폭격기를 활용한 공대지 투발 방식을 확보한 미 공군, 지대지 미사일을 활용한 투발 방식을 갖춘 미 육군에 이어 미 해군에게도 독자적인 핵 공격 방식을 확보하게 하여 핵 전력의 3대 축을 완성하고자 했다. 이에 미 해군은 항모에 탑재가 가능한 아음속 핵 폭격기 개발을 추진하여 노스 아메리칸 항공(North American Aviation, 現 보잉 BDS)이 개발한 AJ-2 “새비지(Savage)”와 더글러스(Douglas) 항공의 A-3 “스카이워리어(Skywarrior)” 폭격기를 도입했으나, 50년대 항공기의 발전 양상이 너무 빨랐기 때문에 아음속 폭격기는 순식간에 경쟁 기종에 뒤처져버려 적지 종심을 돌파하여 핵을 투발하는 본연의 임무에 맞지 않게 되었다.
비질란테는 항모에서 운용하는 핵투발용 초음속 폭격기로 개발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한편, 앞서 ‘새비지’ 폭격기를 납품했던 노스 아메리칸 항공은 핵 투발용 플랫폼으로 쓸 수 있는 초음속 폭격기를 개발해 해군에 제안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에 1953년 11월부터 회사 자체 예산을 활용하여 프랭크 컴튼(Frank G. Compton) 수석 엔지니어의 지휘 하에 항모 탑재가 가능한 핵 투발용 폭격기 개발에 돌입했다. 노스 아메리칸은 이 사업을 사내 프로젝트 명칭으로 ‘노스 아메리칸 범용 공격 무기(North American General Purpose Attack Weapon, NAGPAW)’라 명명했으며, 기본 조건으로는 항모 이·착함이 가능하고, 항속 거리가 길며, 전천후 폭격이 가능하고, 초음속 비행 중 핵 투발을 할 수 있는 폭격기로 방향을 잡았다.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가면서 NA-233으로 프로젝트 명을 간소화 한 노스 아메리칸은 해군과 기본 개발 방향을 논의하면서 쌍발 엔진에 최신형 항전 장비를 탑재하고, 마하 2까지 비행이 가능하며, 독특한 ‘선형 폭탄창 (Linear Bomb bay)’을 채택해 폭탄이 기체 미익 쪽에서 투하되도록 하여 핵 폭격 후 기체가 최대한 핵폭발에 말려들지 않고 폭격 지점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했다.
미 해군은 1955년 노스 아메리칸의 설계를 채택하였으며 첫 시제기는 1958년 출고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미 해군은 1955년에 노스 아메리칸에서 제안한 설계를 채택하기로 했으며, 1956년 8월 29일 자로 두 대의 시제기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처음 출고된 시제기는 1958년 8월 31일, 노스 아메리칸의 본사가 위치한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 (Columbus, OH)에서 시험 비행 조종사인 딕 웬젤(Dick Wenzel)이 조종하여 초도 비행에 성공했다. 완성된 첫 시제기에는 YA3J-1 “비질란테(Vigilante: ‘자경단’이라는 의미)”라는 명칭과 별칭이 부여됐다. 곧이어 출고된 시제기 2번기는 1958년 11월에 초도 비행에 성공했으며, 두 대 모두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소화하고 있었으나 1959년 6월 3일, 시제기 2번기가 유압 및 전기 계통 시스템 문제로 추락해 소실됐지만 조종사는 추락 전에 사출하여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미 해군 항모 새라토가(USS Saratoga, CVA-60)에 착함 중인 RA-5C 비질란테. (출처: National Archives)
A3-J1 비질란테 양산기는 1960년에 초도 비행을 실시했으며, 엔진 역시 시제기에 장착된 J79 엔진을 개량한 J79-GE-8 엔진을 설치했다. 이는 당시에 개발 중이던 F4H-1(혹은 F-4B) 팬텀(Phantom) II 전투기에 장착된 엔진이었으므로 유지 관리와 정비 소요를 단일화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비질란테의 함재기 이착함 시험은 1960년 7월부터 시작됐으며, 양산 및 실전 배치 결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미 해군은 일부러 비질란테를 이용하여 당대의 최고 속도 기록과 최고 고도 비행 기록을 돌파했다. 1960년 12월 13일에는 미 해군 시험 비행 조종사인 리로이 히스(LeRoy Heath) 중령과 래리 먼로(Larry Monroe) 대위가 마하 2.1을 돌파한 후 고도 27,750m까지 올라가며 기록을 수립했다.
특징
A-5 비질란테는 항모에서 운용하기 위해 설계한 핵 투발용 폭격기로, 잠수함 발사식 탄도미사일(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이 등장하기 전까지 미 해군의 주요 핵 투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한 폭격기였다.
A3J-2 비질란테 폭격기 형상의 무장 일람. 최초 비질란테는 핵 투발용 폭격기로 개발했으나, 실질적으로는 계획이 변경되었으므로 대부분 정찰기로 운용됐다. (출처: Public Domain)
미 해군과 노스 아메리칸 항공이 계약을 체결하던 시점에 A-5는 미 해군이 보유한 가장 큰 항공기였으며, 동시에 가장 설계가 복잡한 민감한 항공기이기도 했다. A-5는 고익(高翼)에 후퇴익(後退翼)을 채택했으며, 저속에서 양력을 높이기 위해 경계층 제어 시스템(Boundary-layer control system/혹은 blown flap)을 설치했다. A-5의 주익에는 플랩 설치 공간을 위해 에일러론(aileron)을 없앤 대신 롤링(rolling)을 위해 전면 구동식 미익이 스포일러(spoiler)와 연동하여 각도 변화를 줄 수 있게 설계했다. 기체 강도를 높이고 중량을 낮추기 위해 주요 구조물은 티타늄을 사용하고, 주익 외피는 알루미늄-리튬 합금을 사용한 점도 당대 항공기 중에서는 매우 드문 사례였다.
비질란테는 동체가 큰 편에 속하는 항공기였으므로 공간 면적을 줄이기 위해 주익과 미익, 기수 부분을 접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출처: Public Domain)
최초 설계 검토 단계에서는 수직 미익을 두 개 세우는 안을 고려했지만 당시까지 함재기에서는 미익을 두 개 설치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해군 측에서 원하지 않아 결국 최종 설계에서는 한 개만 채택했다. 이는 항모 수납 시 수직 미익이 하나면 한쪽으로 눕혀버려 높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는데, 이는 이때까지 미익이 두 개인 항공기를 해군에서 운용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수납 방식이 연구되지 않은 영향이 컸다. 마찬가지로 항모에 수납할 때 공간 면적을 줄일 수 있도록 A-5의 주익과 수직 미익, 기수 부분의 레이돔(radome)은 모두 접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비질란테 폭격기가 인디펜던스 항모(USS Independence, CV-62) 갑판 위에 주기 중인 모습. (출처: Public Domain)
엔진으로는 제네럴 일렉트릭(GE)사의 J79 터보제트 엔진을 장착했으며, 쌍발로 설계했으므로 총 두 발의 엔진이 장착되어 각각 10,900 파운드(혹은 48kN)의 출력을 냈고 애프터버너 가동 시에는 17,000 파운드(76kN)의 출력을 뿜었다. 개발 당시에는 당초 노스 아메리칸 엔지니어들이 여기에 제트 연료와 과산화수소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외장 로켓 엔진을 하나 추가로 장착하는 것을 고려했는데, 이는 표적 지역에 핵 투발을 한 뒤 핵폭발에 말려들지 않고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여 탈출할 수 있게끔 할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불안정한 유독성 방사능 물질인 과산화수소를 항공기 외장 엔진에 채워 넣기 위해 평소에 항모에 싣고 다녀야 하는 것을 해군 측에서 부담스럽게 느꼈으므로 채택되지 않았다.
비질란테에는 총 2명의 승무원이 탑승하며, 좌석은 통상적인 병렬형 탠덤(tandem) 방식으로 배치됐다. 전방석에는 조종사가 탑승하고 후방석에는 폭격 및 항법사(Bombardier-navigator, BN)가 탑승하여 임무를 수행하며, 사출 좌석으로는 노스 아메리칸사가 제작한 HS-1A 사출 좌석을 장착했다. 사출 시스템은 전방석의 조종사가 사출을 실시할 경우 전후방석이 모두 사출되도록 했으나, 후방석의 경우는 필요시 단독으로 사출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A-5는 이후 정찰기 형상으로 활용되면서 후방석을 정찰/공격 항법사(Reconnaissance/Attack navigator, RAN) 좌석으로 재지정했다. 랜딩기어는 통상적인 삼각 형태의 랜딩기어가 설치되어 각각 전방 동체와 후방 동체에 설치됐으며, 바퀴는 모두 앞쪽으로 수납되게 설계했으나 전방 랜딩기어만 90도 방향으로 회전이 가능하게 제작했다.
A-5A 형상의 계기판. NASA에 임대됐던 858기의 조종석에서 촬영한 것이다. (출처: Public Domain)
비질란테는 당시로써 최첨단 기술인 티타늄 골조나 알루미늄-리튬 합금 외피, 가변식 엔진 흡입구, 신축성 아크릴을 사용한 캐노피 전면 방풍 유리, 수납이 가능한 공중 급유 파이프 등을 채택했다. 그뿐만 아니라 멀티모드(multi-mode) 레이더를 채택하고, 레이더 컴퓨터는 조종석의 PPDI (Pilot’s Projected Display Indicator)와 연동시켜 초기 형태의 전방상향시현기(HUD: Head-up Displays) 역할을 수행했다. 기수 하단에 설치한 카메라는 주로 주간 표적획득용으로 활용되었으며, 영상은 조종사의 PPDI와 후방석의 레이더 디스플레이 창에 시현될 수 있었다. 비질란테는 또한 디지털 비행통제 시스템, 통칭 ‘플라이-바이-와이어(fly-by-wire)’가 장착된 초창기 항공기 중 하나였으며, 나바호(Navaho) 대륙간 탄도미사일용으로 개발된 기술을 응용한 레이더 장착식 관성 항법체계(REINS: Radar-Equipped Inertial Navigation System), 그리고 이들 시스템 모두를 통제하는 다용도 디지털 분석기(VERDAN: Versatile Digital Analyzer) 등이 채택된 선구적인 기술의 집합체였다. 특히 다용도 디지털 분석기는 반도체를 활용한 초창기 컴퓨터였는데, 이는 기존의 효율성이 떨어지던 항법장비를 효과적으로 대체했기 때문에 조종사들 사이에서 농담으로 약자에 맞춰 “매우 효과적인 바보 멍청이 항법 장비의 대체품(Very Effective Replacement for a Dumb-Ass Navigator)”이라 불리기도 했다.
A-5 시리즈의 선형 폭탄창. 초음속 비행 중에 핵탄두를 투하한 후 실속하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기체 후방에서 폭탄이 투하되도록 설계했다. (출처: CC BY-SA 3.0/Wikipedia.org)
비질란테는 노스 아메리칸 항공이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채택한 특별한 폭탄창을 채택했는데, 일명 ‘선형 폭탄창’으로 명명된 이 폭탄창은 엔진과 동체 사이에 뚫려 있어 항공기가 초음속으로 비행하고 있어도 폭격을 실시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방식으로 폭탄이 투하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이 방식이 효율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존재한다. 기체가 직선으로 비행하는 동안 뒤로 폭탄 투하가 가능해 속도를 줄일 필요가 없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조종사가 투하 지점을 정확하게 찍기 어려울 뿐 아니라 효과적인 수납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핵 투발을 위한 시스템이었으므로 명중률이나 원형공산오차(CEP: Circular Error Probability)를 크게 고려할 필요가 없으므로 핵 폭격기에는 적합할 수도 있는 투발 방식이었다. 하지만 비질란테의 정찰기 형상인 RA-5C에서는 선형 폭탄창을 없애고 해당 공간에 보조 연료 탱크를 수납했다.
운용 현황
최초 AJ3-1으로 지정된 ‘비질란테’는 1961년 6월 A-3 스카이워리어와 교대하면서 플로리다 주 샌포드(Sanford, FL) 해군 기지에 배치되어 제3 중(重)공격대대에서 핵 공격 자산 역할을 인수했다. 최초 AJ3-1으로 지정됐던 기체 번호가 A-5로 재지정된 이유는 1962년 9월, 당시 국방장관이던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McNamara, 1916~2009) 장관이 삼군 항공기 부호 재지정 계획을 실시하면서 모든 항공기의 식별 부호를 통일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J-31은 공격기를 뜻하는 “A (Attacker)”가 붙어 A-5A로, A3J-2는 A-5B로 지정됐으며 이후 정찰기 형상으로 개발한 A3J-3P는 모두 정찰기를 의미하는 “R(Reconnaissance)”이 추가되어 RA-5C로 명칭이 변경됐다.
비질란테는 항모에서 이착함 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항공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출처: Public Domain)
비질란테는 다양한 최첨단 기술을 다양하게 도입한 기체였지만, 안타깝게도 기술을 적용한 최첨단 장비들은 아직 초창기 수준인 경우가 많아 신뢰도가 떨어져 오류나 오작동이 잦았다. 이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정비 요원들의 기술이 향상되어 나아졌지만, 전반적으로 A-5 시리즈는 실전 배치 기간 내내 유지 정비 소요가 굉장히 크게 발생한 항공기였다. 특히 반도체를 활용한 초창기 컴퓨터를 탑재한 VERDAN 컴퓨터는 실전 배치 초기에 평균 고장 간격이 15분으로 기록됐을 정도로 문제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이 안정되어 기체 퇴역 전에는 240시간까지 늘어났다. 초창기 항모 운용 때에는 A-5가 갑판에 착함할 때 접지 후 한 번 튀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때 기수 부분 타이어 조각이 깨지면서 엔진으로 들어가는 현상도 발생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수 랜딩기어 자체도 약한 편에 속해 작은 사고가 빈번했으므로 비질란테는 항모에서 이·착함 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항공기로 조종사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었다.
비질란테는 랜딩기어 문제로 착함시 사고를 빈번히 일으켰다. (출처: Public Domain)
비질란테는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면서 1964년 8월부터 전장에 투입됐으며, 주로 위험한 폭격 후 중고도 사후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 RA-5C는 기동성이 높고 빠른 항공기로 정평이 났음에도 전쟁 기간 중 총 14대가 베트남 군 방공포에 격추됐고, 3대는 지대공 미사일(SAM)에 희생됐으며, 1대는 1972년 12월 라인배커(Linebacker) II 작전 중 북 베트남군 MiG-21에 격추 당했다. 그 밖에도 미 해군 제77 기동 함대에 소속된 RA-5C가 운용 실수로 아홉 대가 소실됨에 따라 이들 기체의 소진 분을 채워 넣기 위해 1968년~1970년에 잠시 다시 생산라인이 가동되어 36대의 RA-5C가 추가로 양산됐다.
1967년 베트남 전쟁 간 촬영된 제12 정찰공격대대 소속 RA-5C 비질란테 정찰기. 해당 기체는 미 해군 항모 컨스털레이션(USS Constallation, CVA-64)함에 배속되어 있던 미 제14 항모공격비행단(CVW-14) 소속 기체였다. (출처: Public Domain)
비질란테는 성능으로 검증이 되고 활용폭도 광범위했지만 워낙 운용 조건이 까다롭고 정비 소요가 많은 항공기였으며, 덩치도 큰 항공기였기 때문에 공간 차지 문제로 항모에서 운용하기에 부담스러운 기체였다. 특히 이전 함재기에 비해 크기가 커진 F-14 톰캣(Tomcat)이나 S-3 바이킹(Viking) 등이 도입됨에 따라 항모 내의 항공기 수납 공간 부족 현상이 발생해 해군 쪽에서 단계적으로 비질란테의 도태를 실시하게 됐고, 베트남 전쟁이 종전함에 따라 1974년부터 순차적으로 비질란테 비행대대를 해체해 레인저(USS Ranger, CV-4) 항모에 소속되어 있던 마지막 비행대대가 1979년에 해체됐다. RA-5C의 도태 후에는 주로 전투기들이 항모 수납 정찰기 임무를 인수하기 시작해 주로 F-8 크루세이더(Crusader)에 기반한 RF-8G나 F-4 팬텀에 기반한 RF-4B 등이 임무를 받았다.
정찰기 형상으로 미 해군 항모 인디펜던스함(USS Independence, CVA-62)에 착함 중인 RA-5C 비질란테. 1971년 1월에 촬영됐다. (출처: US National Archives)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A-5는 실제 핵 투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보기도 전에 정찰기 사양으로 개조되거나 임무가 변경되었는데, 이는 A-5가 도입된 시점에 미 해군이 핵 전략을 변경하면서 폭격기에 의존하는 핵 투발 대신 잠수함 발사식 탄도 미사일(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을 이용하는 핵 공격 방식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결국 A-5는 1963년 부로 획득이 중단됐으며, 기 도입된 대부분의 기체는 모두 정찰기 사양으로 개조됐다. 처음부터 정찰기 사양으로 개발한 첫 RA-5C 초도 기체는 1963년 7월부터 배치가 시작됐으며, 기존 비질란테를 주력 기체로 운용하고 있던 제3 중 공격대대 또한 제3 중 공격정찰대대로 변경됐다. 한편 운용 기간 중 A-5를 운용한 군은 미 해군뿐이었지만, 1962년 말 한 대의 A-5A가 미 항공우주국(NASA)에 임대되어 초음속 수송 기술(SST) 연구용으로 활용되었다. 해당 기체는 1962년 말까지 총 21 소티를 소화한 후 다시 미 해군에 반환됐다.
미 해군의 F-4 팬텀 II와 나란히 비행 중인 RA-5C 비질란테. 1971년 하와이주 오아후 섬의 레드 체커테일즈(Red Chekertails) 상공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두 기체 모두 베트남 전개 전 사전 훈련을 실시 중이었다. (출처: Public Domain)
사실 미 해군이 A-5를 핵 폭격기로 쓰지 않고 정찰기로 전부 돌린 이유는 기술적인 이유도 있지만 정치적인 이유도 크게 작용했다. 우선 정치적인 이유는 미 해군이 폴라리스(Polaris) 잠수함을 비슷한 시기에 실전 배치하면서 이를 해군의 주력 전략 핵 공격 수단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관점에서 비질란테 개발에는 약 2억 달러(현재 가치 약 17억 달러)의 개발비가 투입됐을 뿐 아니라 대당 가격도 약 1천만 달러(현재 가치로 약 8,600만 달러)까지 치솟았는데, 해군 쪽에서는 차라리 기존부터 보유한 A-6 인트루더(Intruder) 같은 항공기 쪽의 가성비가 높다고 판단했다. 기술적인 문제는 사실 처음부터 비질란테가 일반 폭격기로 적합한 항공기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우선 핵 투발용으로 설치한 선형 폭탄창이 문제였는데, 일찍이 실전에서 운용해본 적도 없는 개념일 뿐 아니라 투발 방식도 복잡했고, 무엇보다 폭격 시 순간적으로 기체가 후방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해 정확하게 폭격하기도 어려웠다.
사진 속의 RA-5C는 제7 정찰공격대대(RVAH-7) 소속 기체로, 미 해군 항모 레인저(USS Ranger, CV-61)함에 배속되어 있던 기체다. 이 사진의 정확한 촬영 일자는 확인되지 않으나, RVAH-7에 소속되어 있던 RA-5C 최종 기체가 1979년 10월에 퇴역했기 때문에 이 사진 자체가 RA-5C의 마지막 비행 장면일 가능성도 있다. 해당 기체는 현재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미 해군 중서부 지원단에 전시 중이다. (출처: Public Domain)
현재 다수의 기체가 여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데, 가장 일반인이 접하기 쉬운 곳은 플로리다 주 샌포드에 위치한 올랜도 샌포드 국제공항(Orlando Sanford International Airport)에 전시된 156632번기로, 원래 미 해군 항공체계사령부(NAVAIR) 보유 기체였으나 현재 대여 형태로 올랜도 공항에 전시 중이다. 또한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미드웨이 박물관(USS Midway Museum)에도 156641번기가 전시되어 있다. 그 외에도 미국 전역의 주요 기지나 박물관 시설에 약 10대의 RA-5C 형상 기체가 전시 중에 있다.
파생형
XA3J-1: 시제기 형상으로, NA-247이라는 기체 번호가 붙었으며 총 두 대가 제작됐다. 초도기는 RA-5C로 개조되었으며, 2번기는 1959년 시험 비행 중 추락했다.
A3J-1: 58대 양산이 계획됐으나 6대가 중도에 취소되어 52대만 완성됐다. 완성 기체는 1962년 A-5A로 재지정됐으며, 그중 42대는 이후 RA-5C로 개조됐다.
첫 양산기 형상인 A3J-1 비질란테 858기의 모습. 해당 기체는 NASA에 임대되어 초음속 수송기술(SST) 연구용 플랫폼으로 활용됐으며, 연구 종료와 함께 해당 기체는 1963년 12월 20일 자로 해군에 반환됐다. (출처: Public Domain)
A3J-2: 총 18대가 제작되어 완성 후 A-5B로 명명됐으며, 개발 중 계획이 변경되어 5대는 XA3J-3P(YA-5C) 형상으로 완성됐다. 이후 전량 모두 RA-5C로 개조됐다.
XA3J-P: A3J-2 주문 기체 중 5대에서 정찰 시스템을 뺀 형상. 조종사 기종 숙달용으로 활용됐으나 이후 모두 RA-5C로 개조됐다.
A3J-3P: 20대가 완성됐으며 모두 RA-5C로 개조됐다.
A3J-3P는 양산 후 모두 RA-5C로 개수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A-5A: A3J-1을 재지정한 제식 번호.
A-5B: A3J-2를 재지정한 제식 번호. 하지만 개발 중 모두 RA-5C로 변경됐으므로 실제 완성된 기체는 없다.
YA-5C: XA3J-3P 5대를 재설계한 제식 번호. 추후 모두 RA-5C로 개조됐으므로 실제 완성된 기체는 없다.
XA3J-3P를 정찰 사양으로 개조한 YA-5C 시제기. (출처: Public Domain)
RA-5C: 정찰기 형상으로 총 77대 도입 계약이 체결됐다가 8대가 취소되어 총 69대만 완성됐다. 이후 다른 형상 기체 20대를 RA-5C로 재지정하고, 초창기 형상 61대를 RA-5C 사양으로 개조하면서 수량이 추가됐다.
1966년 경에 촬영된 RA-5C 형상의 비질란테. (출처: National Archives)
NR-349: 노스 아메리칸이 미 공군에 제안했던 요격기 형상. J79 엔진을 세 대 장착하고 AIM-54 피닉스(Phoenix) 미사일을 장착하고자 했다.
제원
제조사: 노스 아메리칸[North American] 항공(1967년 락웰[Rockwell]과 합병으로 노스 아메리칸-락웰로 재편/락웰 인터내셔널로 사명 변경 후 2001년 보잉[Boeing]이 획득하여 現 보잉[Boeing] 산하 보잉통합국방체계[BDS/Boeing Integrated Defense Systems]로 변경) 용도: 핵 투발용 폭격기 겸 정찰기 승무원: 2명 전장: 23.32m 전고: 5.91m 날개 길이: 16.16m 날개 면적: 65.1㎡ 자체 중량: 14,870kg 총중량: 21,605kg 최대 이륙 중량: 28,615kg 추진체계: 10,900파운드 급 제네럴 일렉트릭(GE) J79-GE-8 애프터버너 터보제트 엔진 x 2 최고 속도: 마하 2(2,128km)/고도 12,000m 비행 시 전투 범위: 1,804km(표적 도달 및 귀환까지) 페리 비행 거리: 2,909km 실용 상승 한도: 15,900m 상승률: 41m/s 날개 하중: 393kg/㎡ 추력 대비 중량: 0.72 무장: ㄴ B27, B28, B43 자유낙하 핵폭탄 x 최대 1발(내부 선형 폭탄창 수납) ㄴ B43, Mk.83, Mk.84 폭탄 x 2(외부 하드포인트 장착) 항전장비(RA-5C 기준): ㄴ AN/ASB-12 폭격/항법 레이더(A-5, RA-5C 형상) ㄴ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AN/APD-7 SLAR(RA-5C) ㄴ 샌더스(Sanders) AN/ALQ-100 E/F/G/H-밴드 레이더 재머(RA-5C) ㄴ 샌더스 AN/ALQ-41 X-밴드 레이더 재머(A-5, RA-5C) ㄴ AIL AN/ALQ-61 무전/레이더/IR ECM 수신기(RA-5C) ㄴ 리튼(Litton) ALR-45 “컴패스 타이(Compass Tie)” 2-18 GHz 레이더 경고 수신기(RA-5C) ㄴ 매그나박스(Magnabox) AN/APR-27 SAM 레이더 경고 수신기(RA-5C) ㄴ 아이텍(Itek) AN/APR-25 S/X/C-밴드 레이더 탐지 및 유도 세트(RA-5C) ㄴ 모토롤라(Motorola) AN/APR-18 전자 정찰체계(A-5, RA-5C) ㄴ AN/AAS-21 IR 정찰 카메라(RA-5C) 대당 가격: 약 1천만 달러(1960년대 기준)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 『이런 전쟁』(공역)이 있다.
2019년 전적지 답사에 나선 6 25참전언론인회 회원들이 철원 전몰장병 추모비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 전우회 제공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종군기자로서 6·25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전장을 누볐다.
전후에는 언론계에 투신해 사회정의 실현과 국가 발전을 위해 정론직필(正論直筆)하며 사명을 다했다.
참전언론인들은 고령이 됐지만, 조국을 위해 휘두르는 날카로운 ‘필봉(筆鋒)’은 조금도 무뎌지지 않았다.
리멤버 솔저스, 오늘은 언론계의 원로로서 국가 안보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며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격언을 몸소 증명하고 있는 ‘6·25참전언론인회’를 만나본다. ‘6·25참전언론인회’(참전언론인회)는 특정 전투·출신 등에 근원을 둔 참전 단체나 전우회와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별점은 회원 전원이 참전용사 또는 종군기자 출신인 동시에 전쟁 이후 언론계에서 왕성히 활동했던 인물들이란 점이다.
6·25전쟁 60주년이었던 지난 2010년 7월 27일 대한언론인회 산하 단체로서 ‘6·25참전언론인 동우회’가 출범한다.
6·25전쟁을 직접 경험한 신문·방송계의 언론인들이 국가 안보의 중요성과 호국보훈의 정신을 기록해 후대에 전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바탕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동우회는 창립 이듬해인 2011년 이름을 현재와 같은 ‘6·25참전언론인회’로 변경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한다.
2018년에는 국가보훈처 산하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발전해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참전언론인회의 주요 추진 사업은 국가보훈정신 고취, 나라사랑정신 함양 활동, 전적지 답사, 6·25전쟁사 발굴 및 기록 보존, 도서 출판, 학술회의 개최 등 다양하다.
특히 회원 간 친목 도모나 참전 당시의 전공을 기리는 차원을 넘어 언론인으로서 직업적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취재·보도, 매체 제작, 출판 등의 저술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참전언론인회가 발간한 대표적인 책자로 ‘6·25! 우리는 이렇게 나라를 지켰다’가 있다.
참전언론인 30여 명이 뛰어난 필력으로 총탄이 빗발쳤던 전장과 전쟁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지난 2013년 발간돼 이미 수년이 흘렀지만, 이 책의 사료적 가치와 안보교육 자료로서의 유용성은 오늘날에도 전혀 퇴색되지 않았다.
참전언론인회는 올해 책의 속편을 출간·배포할 계획도 갖고 있다. 6·25전쟁 65주년이었던 2015년 참전언론인회는 ‘6·25참전언론인 명패’를 국방부와 서울프레스센터에 기증하기도 했다.
명패에 새겨진 참전언론인 및 종군기자 78명의 이름과 이들의 빛나는 공헌을 기리는 문구는 전쟁을 겪지 않은 젊은 세대와 후배 언론인들의 가슴에 묵직한 울림을 준다.
아울러 참전언론인회는 매년 다부동·백마고지 등 6·25전적지 답사와 춘천대첩·인천상륙작전 전승행사 참관을 통해 그 의미를 되새기며 호국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나아가 현장을 취재한 기사를 대한언론인회가 발행하는 ‘대한언론’을 통해 소개하거나 타 방송·신문 매체에 기고하는 등 원로 언론인으로서 노익장과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참전언론인회 회원은 6·25 참전용사 출신 언론인 17명, 종군기자 4명 등이다. 회원 대부분이 아흔을 넘겼다.
최고령은 100세 이상으로, 80대 회원은 젊은이로 분류될 정도다. 안타깝게도 올해들어서만 회원 10여 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역전의 노장이자, 언론계의 큰 어른인 이들이 펜과 수첩을 들고 활동하는 하루하루가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다.
사진=조종원 기자
● 인터뷰 - 박기병 6·25참전언론인회 회장
"전쟁이라는 과거에 치중하기 보다는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 후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화랑무공훈장에 빛나는 6·25참전용사이자 대한민국 언론계의 원로로서 대한언론인회 및 6·25참전언론인회를 이끄는 박기병 회장이 참전단체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박 회장이 6·25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게 된 것은 그가 춘천사범학교(현 춘천교대)에 재학 중이던 19살 무렵이다.
당시 국군을 도와 포탄을 날랐던 청년 박기범은 유격대원을 거쳐 학도병으로 입대해 수많은 전장에서 활약했다.
조국을 위해 전장을 누비며 전쟁의 참상을 목도한 박 회장은 전역 이후 언론계에 투신하게 된다. 그 계기가 재미있다.
"전쟁 당시 가칠봉을 넘던 외국 종군기자들이 화채 그릇과 비슷한 분지 지형을 보고 감탄하며 ‘펀치볼’이라 명명합니다. 이후 실제로 이곳은 펀치볼로 불리게 되죠. 이런 현상을 통해 기자라는 직업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전역 이후에 언론인이 되겠다 마음먹었어요."
박 회장은 1958년 대한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했다. 부산일보 정치부 기자를 거쳐 강릉·춘천 MBC 사장, 강원민방 사장, 제10·17대 한국기자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렇듯 화려한 경력의 원로 언론인 박 회장이 매일 꼭 읽는 신문이 있다. 바로 국방일보다.
"국방일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줄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꼼꼼히 읽는다"는 박 회장. 그는 참전언론인으로서 ‘기록’의 사명을 후배들과 함께 끝까지 완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역사의 교훈을 잊으면 그 나라는 반드시 위태롭게 된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는 안보의 소중함을 피부로 느끼기 어렵죠. 이들에게 역사의 교훈을 일깨워 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기록’입니다. 우리 참전언론인들은 끝까지 사명을 완수하며 국가안보 발전과 국민 호국보훈의식 함양에 혼신을 다할 것입니다."
北 노병대회 등장한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25전쟁 휴전 67주년인 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전국노병대회에서 오른손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이 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을 것”이라며 핵 무력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 뒤에 김일성 초상화가 보인다. 노동신문 뉴스1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규정하고 ‘자위적 핵 억제력’을 언급하자 북한이 향후 북-미 협상이 재개될 경우 ‘핵군축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요구대로 북한이 일방적으로 비핵화를 해야 하는 협상은 이제 불가하고, 양국이 핵보유국이라는 동등한 지위에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새로운 계산법’을 재차 요구하고 나선 것. 11월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으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겨냥한 ‘지금이라도 우리를 움직일 카드를 던지라’는 압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한미에 “비핵화 협상 불가” 강력 메시지
김 위원장은 이날 전국노병대회 연설에서 “(북한은) 온갖 압박과 도전들을 강인하게 이겨내며 핵보유국으로 자기 발전의 길을 걸어왔다”며 “우리의 믿음직하고 효과적인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하여 이 땅에 더는 전쟁이란 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2018년 비핵화 협상이 시작된 후 공개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핵전쟁 억제력’이 가장 최근 언급된 건 김 위원장이 주재한 올 5월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였으나, 이 자리에서도 ‘핵보유국’ 표현은 거론되지 않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는 행보가 이번 연설을 통해 확인됐다”며 “핵보유국 지위에 걸맞은 협상의 틀이 갖춰지기를 미국에 계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앞으로 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란 말을 간접적으로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북한이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보유국 간 핵무기를 감축하는 ‘군축 협상’을 미국에 요구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이날 발언은 최근 이어져온 북한의 강경한 협상 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외교 당국자는 “북한 입장이 이미 상당히 강경해진 상황이다. 김정은 발언으로 더더욱 이 같은 협상 전망이 크게 변한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의 경직된 태도가 이어지며 11월 미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계속 낮아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으로 점차 수세에 몰리는 상황에서 북한의 압박이 역으로 트럼프의 ‘도박꾼 기질’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보유국’ 언급을 보고 ‘무언가라도 빨리 해야 하지 않느냐’는 시급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와 즉흥적 성향을 고려해 일종의 ‘미끼’를 던졌다”고 해석했다.
한국 입장에선 북한의 ‘핵보유국’ 언급은 그러지 않아도 먹구름에 싸인 남북 관계에 추가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 추후 협상 목적이 핵보유국 간의 군축 협상이라는 점을 시사하며 ‘남쪽은 빠지라’는 메시지를 재차 던졌다는 평가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김정은이 이번 연설에서 “당분간 대남관계에서 물러섬이 없을 것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 북, 핵탄두 최대 100여 개 추정
2018년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는 동안 북한은 핵무력 증강 시간을 벌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미 정보 당국은 올해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이 최대 100여 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올해 1월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가 30∼40개로 추정되며 이는 지난해보다 약 10개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군은 2018년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은 핵무기 10개를 제조할 수 있는 50여 kg, 고농축우라늄(HEU)은 ‘상당량’ 보유한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미 전략자산이 발진하는 괌이나 주일 미군기지 등을 타격권에 둔 미사일 전력을 완성했거나 그 수준에 도달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자위적 핵 억제력’을 강조하면서 특히 북극성-3형 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전력화 및 양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도발을 재개한다면 SLBM 시험발사를 대미 ‘자위적 핵 억제력’의 최우선 완성 이벤트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VOA 방송, 미 육군대학원 보고서 인용 보도. 대중 압박엔 "호주, 일본, 대만이 더 중요"
미 해군 니미츠 항공모함과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이 남중국해에서 훈련하고 있는 모습/미 해군 제공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포함해 전 세계 미군 재배치를 검토하는 가운데, 향후 주한미군의 수요가 줄어들고 대중(對中) 압박에 있어서도 한국의 역할이 호주·일본·대만 등에 비해 떨어진다는 연구정책 보고서가 공개됐다.
28일(현지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육군대학원 산하 전략연구원(SSI)이 지난 17일 펴낸 ‘육군의 변신: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초경쟁과 미 육군 전구(戰區) 설계’란 제목의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번 보고서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2년 전 육군장관 재직 당시 발주한 것이라고 VOA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한국군의 전시작전권 인수와 군 현대화 추세를 고려할 때 유사시 대규모 지상전을 대비한 주한미군에 대한 요구는 향후 10년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한반도 실전 상황에 필요한 미군의 지상 기동전력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인도·태평양 전역은 중국과의 초경쟁(hyper-competition)을 펼치는 시작점이자 가장 중요한 전구이라며, 중국은 유사시 미군을 패퇴시키는 것을 염두에 둔 군 현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 합동군의 역내 전진배치 태세와 역량은 일본과 한국에 집중돼 있다며, 한국전과 냉전의 유산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2014년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합동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조선일보DB
보고서는 한때 제2의 한국전쟁 발발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이 같은 배치 셈법은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 것으로 간주됐지만, 현재 상태에선 전략적으로는 무책임하다고 평가했다고 VOA는 전했다.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미국의 중요성은 향후 10년간 약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현재의 미군 배치는 대중 압박을 위한 효율적인 배치가 아니란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에 초점을 둔 전략변화를 수행하기 위해 유지해야할 핵심 협력국으로 호주·일본·필리핀·한국·싱가포르·대만을 꼽았다. 이중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공동의 위협 인식을 공유하면서 당장 전략 통합이 가능한 나라는 호주·일본·대만 3개 나라라고 했다. 반면 한국은 중국과의 초경쟁 혹은 무력충돌을 가정했을 때 도움이 제한적인 국가로 평가됐다. 이는 한국이 대중 압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를 작성한 네이선 프레이어 미 육군대학원 교수는 27일 VOA에 개인의견임 을 전제로 “이번 보고서가 북한의 위협을 무시하거나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를 제언한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자원이 무한하지 않고, 북한과 중국의 위험 사이에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상황에서 중국에 초점을 둔 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이번 보고서가 미 국방부나 육군의 공식 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6세대 스텔스 전투기 개발을 위해 방위성과 미쓰비시 중공업이 제작해 2016년 4월 첫 시험 비행에 들어간 선진기술 실증기 '신신' 사진=일본 자위대 홈페이지
일본이 2035년에 차기 전투기를 실전 배치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가운데, 이 전투기로 동북아시아의 제공권을 장악하려는 야심을 구체화하고 있다.
일본은 차기 스텔스 전투기의 국내 생산을 위해 지난 10년간에 걸친 연구개발을 마치고, 이제 본격적인 제작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일본 방위성이 이달 초 집권 자민당 내 국방의원연맹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새 스텔스 전투기는 공중 우세를 목표로 하는 공대공 전투기의 임무를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공대공 전투기는 대적하는 전투기보다 우수한 성능을 갖춰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 때문에 일본은 방위장비청을 중심으로 스텔스 전투기의 첨단 성능을 꾸준히 연구해 왔으며, 여러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은 스텔스 기술과 관련해 전투기 전체 형상에서 레이더파의 반사파가 발사된 곳으로 향하지 않게 하는 설계를 마쳤다. 이어서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하는 레이더파의 분산을 막고자 폭탄이나 미사일을 동체 내부에 무장창을 설치해 격납하는 연구도 실행했다. 일반 전투기는 폭탄과 미사일을 전투기 날개 밑이나 몸통에 장착해 레이더 탐지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단점을 안고 있다.
또 엔진의 흡입구는 레이더파의 반사가 크기 때문에 공기 흡입관을 곡면으로 처리하는 기술도 연구했다. 일본은 여기에 레이더파를 흡수하는, 기체에 바르는 도료도 연구했다. 스텔스 성능과 관련한 일본의 기술 개발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있다. 폭탄과 미사일을 전투기 동체에 내장하면, 무장창의 문을 열고 닫는 문제가 등장한다.
특히, 전투기가 급격하게 선회 비행할 경우 중력가속도가 더해지면 문을 단시간에 여닫는 것이 숙제다. 스텔스기의 초기 형태인 미국 F-117은 코소보 전쟁에서 세르비아 목표를 공격하기 위해 무장창의 문을 열고 있는 동안에 지대공 미사일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장창은 빠른 시간에 개폐돼야 하며, 그 사이에 급격한 비행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은 항공장비연구소에 실물 크기의 무장창을 만들어 비행 기류를 측정하는 풍동 실험과 함께 무장창 문의 개폐와 무기 사출 실험을 실시했다. 또, 전투기에 스텔스 설계와 관련 장비를 장착하는 것은 기체 전체의 중량을 늘리는 요인이 되므로, 일본은 기체 구조의 경량화 기술을 연구했다. 해결 방식은 뛰어난 자체 기술로 생산되는 복합재를 성형해 기체를 제작하는 것이다. 복합재 성형 기체는 금속 기체보다 무게를 줄일 수 있으며, 금속 이음용 리벳의 사용도 대폭 감소시킨다. 또 전투기 엔진의 분사구 둘레를 감싸는 엔진 주위에 알루미늄 합금과 탄소섬유강화폴리머를 사용하는 열 차폐 기술도 전투기 중량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들 스텔스 기술은 오늘날 대량생산에 들어간 미국 스텔스 전투기에도 사용되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일본 차기 전투기는 현 스텔스 기술을 능가할 것을 분명한 목표로 삼고 있다. 그래서 현재의 스텔스기 기술보다 향상된 기술을 적용해 상대 전투기의 탐지를 피해야 한다. 이에 더해 일본은 스텔스기의 탐지를 용이하게 하고자 차세대 고출력 레이더에 관한 연구도 실시했다.
현 스텔스 전투기를 먼저 탐지할 수 있는 센서를 갖춰야만 공중전 상황에서 먼저 공격할 수 있어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기술 수준이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지는 비밀에 싸여 있다.
하지만, 일본의 차기 스텔스 전투기는 적어도 미국의 F-22, F-35와 중국의 J-20, J-31, 러시아 Su-57 등 현재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넘어서는 다음 세대를 지향하고 있다. 차기 전투기의 신기술은 새로운 공대공 전술을 가능하게 한다.
일본이 차기 전투기로 6세대 스텔스 전투기의 국내 제작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차기 전투기 개념도. 사진=일본 방위성 홈페이지
방위장비청이 실시한 연구 가운데에는 ‘집단 공격 전투기용 통합 화력통제기술 연구’가 있다. 방위장비청은 이 기술에 대해 전투기의 기존 전투 방식을 크게 바꾸는 ‘게임 체인저’라고 자평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투기는 자신의 센서로 목표물을 찾아 자신에게 장착된 미사일 등으로 공격하는 개별적 대응 방식이었다.
그러나 집단 공격(cloud shooting)으로 이름 붙인 이 방식은 복수의 전투기로 구성된 편대가 각자의 센서로 찾아낸 정보를 공유하면서 목표물을 공동으로 공격하는 팀 전투 방식이다. 상대 목표물은 예상하지 않은 방향에서 공격해 오기 때문에 당황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편대에 소속된 전투기가 데이터 링크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통합된 화력통제시스템으로 관제해야 하지만, 전투기의 수적 열세 상황에서도 효과가 발휘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방위장비청은 시뮬레이션 장치를 이용해 데이터 링크를 장착한 편대 모의전투시험을 통해 전투기용 통합 화력통제 시스템의 평가와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차기 전투기는 외부 센서와 연결을 더욱 확대하면서 전투 능력을 더욱 높인다는 것이 일본의 복안이다. 연결 대상은 항공자위대의 전투기와 공중조기경보통제기뿐만 아니라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의 각종 무기체계와 네크워크다.
차기 전투기가 장래 전투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고려되고 있다. 일본의 차기 전투기는 현재 항공자위대가 사용 중인 F-2 전투기의 퇴역 시점에 맞춰 2035년부터 배치될 계획이다.
차기 전투기는 일단 90여 대를 생산할 예정이다. F-2 전투기는 미국의 4세대 전투기인 F-16 전투기를 기반으로 일본이 독자 개발한 전투기다. 따라서 일본의 전투기 생산 수준은 4.5세대 전투기에서 6세대 전투기를 바라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차기 스텔스 전투기 자체 생산을 위해 2016년에 실험용 5세대 전투기인 ‘신신’을 제작해 시험 비행한 바 있다. 세계에서 스텔스 유인기를 비행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일본이 네 번째였다. 차기 전투기의 향후 개발 일정은 그동안 개발된 기술을 조합해 2024년도부터 시제기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2027년에는 주요 탑재부품의 기본 설계와 제조도면을 제작하는 상세 설계를 마치게 된다. 이어 2028년에 완성된 첫 시제기를 시험비행하면서 보완을 거듭해 2031년에 양산형 전투기를 확정해 생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방위성은 올해 예산에도 차기 전투기 기본설계비 등으로 110억 엔을 배정해, 차기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에 박차를 하고 있다.
한 차원 높은 스텔스 능력과 데이터 네트워크에 의한 집단 공격 능력 등을 갖추고서 2030년대에 등장할 차기 전투기는 현재 배치되기 시작하는 동북아 국가들의 스텔스 전투기를 성능 면에서 능가할 것이 확실하다. 일본은 착실한 전력 증강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전범국가의 반성 없이 또 다른 첨단 공격무기를 보유하는 자위대에 대해 주변 국가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미중 간 강대국 경쟁은 지금까지 미국이 수행해 왔던 대테러전과 다른 양상일 것이다. 지난 18년 간 지속된 대테러전이 국경개념이 없는 주로 사막과 산악지대에서 전투였다면, 향후 미중 간 군사충돌은 동맹국 또는 주변국에서의 지상과 분쟁 중인 해양 그리고 방공식별구역 등에서의 우발적이나 지구전 양상의 영토전으로 치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과 중국은 1950년의 한국전쟁에서 경험하였으며, 당시 한국전쟁은 미중 간 좁은 한반도 전구를 벗어나지 않았으며 매우 좁은 전장에 무려 22개국으로 구성된 유엔군이 중국군과 혼재된 국제전 양상을 보였고, 2년 17일간 전쟁을 치르면서 휴전협정을 진행한 기록을 남겼다. 향후 미중 간 군사충돌도 이러한 지구전 양상의 영토전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중 양국이 직접적으로 국경을 접하지는 않고 있으나, 양국 군사력은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 한반도 그리고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세안(ASEAN)과 인도 등의 미국과 애매모호한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이루고 있는 국가의 지역에서 간접적인 신속대응군 간 초전(初戰) 양상으로 맞부딪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중국 정부와 티벳, 위그르와 홍콩 간 내전 사태가 발생할 시에는 미국과 중국 간 제한된 영토전이 발생될 가능성이 비교적 크다.
그럼 미국과 중국 양국 중 어느 육군이 이러한 미중 간 영토전에 대비를 잘하고 있을까?
우선 그동안 군사 전문가들은 첨단 지상전력 개발에 있어 미 육군이 중국 지상군(PLAGF)에 비해 월등하다고 주장해 왔으며, 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군사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세한 전력들이 지난 18년 동안의 대테러의 비정규전과 전통적 지상작전 간 혼재된 작전요구능력(ROC)으로 매우 애매모호한 ROC를 제시하여 이상한 지상전력으로 개발되었다면서,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이를 중국과의 강대국 경쟁 장소인 좁은 전장에서의 지구전을 위한 전력으로 갑자기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 2019년 3월 『제인스국제방산리뷰(Jane’s International Defence Review)』는 “미국 등 서방 주요국가의 장갑전투차량(AFV)가 지난 15년동안 일관성없는 무리한 ROC와 업그레이드 요구로 중량 증가, 시제품 생산 가격 상승 그리고 부품공급 차질 등으로 전력화에 있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하였으며, 지난 5월 27일 영국 『제인스국방주간(JDW)』는 이들 국가들의 미래 지상전력이 C-17 또는 C-130에 탑재되기 위해 경량화되기보다, 약 40톤 표준의 크기-무게-엔진출력(SWaP) 간 균형유지 원칙이 깨지는 난맥 상황, 단가 상승, 확보예산 제한 그리고 방위산업체의 상업성 지향에 따라 확보가 지체되어 실전배치가 늦어지는 역효과가 발생하여 50톤에서 60톤으로 그리고 70톤까지 이른 주전차(MBT) 대체계획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대표적으로 2015년 영국의 첼린저(Challenger) 2 MBT 대대가 30일 이내 배치의 작전태세기준을 유지하지 못하고, 2017년 11월 독일 육군이 레오바드(Leopard) 2 MBT 244대 중 95대가 운용되지 못한 사례를 들었다. 특히 이를 대체할 AFV 난맥의 대표적 사례로 미 육군이 AFV 개념을 미래전투체계(FCS), 지상전투차량(GCV), 미래전투차량(FFV) 그리고 최근 선택적유인전투차량(OMFV)으로 자주 바꾼 사례와 영국 육군이 테리어 전투차량(CEF) 계획을 갑자기 다기능장갑차량(MRAV)로 바꾼 경우를 들었다. 주된 이유는 합동성(Jointness)을 위해 자동포(gun), 무인화된 포대(turret) 그리고 각종 디지털 전자장비(electronic equipment) 탑재를 요구한 것이었다.
이에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과 서방 국가 육군이 미래 전장을 너무 디지털화로 평가하고 너무 무리한 욕심을 내어 최첨단 군사과학기술 요구 그리고 이를 개발할 방산업체와의 협업 부족의 역효과가 났다면서 그 결과 확보대수가 줄어들는 추세(downsize)를 보이고 있어 과연 향후 미중 간 영토전에 적합한지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였다.
반면,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미국과 영국의 사례와 달리 중국군 지상군이 비록 군사과학기술이 노후되었으나, 과거전술,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 육군의 전력 수준을 흉내내면서 나름대로의 독자형의 양적 우세로 미래전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면서, 이를 일방적으로 무시(無視)하면 않된다고 지적하였다. 현재 중국 지상군은 약 8,000대의 주전차(MBT), 약 1,200대의 경전차(Light Tank), 1,500대의 보병전투차량(IFV) 또는 장갑전투차량(AFV), 3,200대의 인원이송차량(APC)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군사 전문가는 지난 18년 간의 대테러전 수행이 미 육군의 미래전력을 다 망쳐놓았다고까지 혹평하면서, 반면, 중국 지상군은 작전개념을 주둔작전으로 원정작전으로 변화시키고 이를 위해 특유의 일괄성 있는 ROC를 제기하면서 中國北方工業公司(NORINCO) 등 방산업체와 협력하에 정치적 개입없이 착실하게 진행하였다고 평가하였다.
특히 IFV, 상육장갑차량(AAV) 그리고 APC를 복합시킨 차량형 8X8 VN1 또는 ZBL-09/ZBD-8형 AFV는 미중 간 영토전에 적합하며 원정작전에 적합하도록 개발하는 등의 과거와 인민전쟁을 구사하던 중국군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하였다.
아울러 일부 군사 전문가는 장차 미중 간 충돌할 지상전장(battlefield) 양상이 대테러전을 수행하던 사막과 산악과 달리 도시전 양상으로 이를 위한 전장관리체계(BMS)와 군수지원체계가 판이하게 다르다면서 미 육군이 대테러전을 마감하면서 뒤늦게 도시전 위주의 지상작전개념(LOC)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있으나, 비교적 싼 단가로 효율적 IFV, AFV 등을 개발하는 중국군 지상군이 양적 우세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현재 중국 지상군은 5개 전구사령부에 배속된 집단군을 단위를 사단에서 혼성여단 규모로 축소하면서 이들을 기동화시키기 위한 지상전력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특히 미 육군의 여단급 전투개념(BCT) 스트라이크 여단(Strike Brigade)와 이를 지원하는 복서(Boxer) 및 아자스(Ajax) 계통의 전투차량을 모방한 다양한 경량화된 여단 기동전력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군 지상군이 더 이상 병력집약형의 집단군이 아님을 암시한다.
예를 들면 2018년 증보판 『兵工科技』는 주하이(珠海) 방산전시회에 공개된 Type-15형(해외수출용 VT-4/5형) 경전차, ZBD-08형(해외수출용 VN-12/17) 모듈형 보병전투차량(IFV), 신형 JRVG형 10X10 57㎜ 전투차량, ZBD/ZBL-09형 8X8(해외수출용 VN1) 인원이송차량을 소개하면서, NORINCO는 이들의 성능이 중국 지상군에 의해 검증되었다면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이는 당시에 미 육군이 브래들리 계열의 M2A2 브래틀리(Bradley) IFV를 대체하기 위해 전력 개념을 GCV, FFV 그리고 최근 OMFV로 혼란을 갖었던 사례와는 대조적이었다.
또한 2019년 6월호 『兵工科技』는 NORINCO가 UAE 방산전시회에 미 육군 브래들리 계열의 M2A2형 보병전투차량(IFV)과 이스라엘 Namer APC를 복합시킨 VN-50 IFV를 공개하였다면서, VN-50 IFV가 미국 등 서방의 IFV와 비교시 디지털 전장관리 네트워크 체계(BMS)에서 열세를 보이나, 그 외 기동성, 화력과 장갑 측면에서는 우수한 성능을 갖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전자전에 의해 네트워크 지원 중단에 따른 일시 무력화 보다, 작동수 노하우와 경험에 의존하는 중국식 방식도 나름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 그리고 기타 분쟁지역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지적이었다.
특히 지난 5월 27일 『JDW』는 미래 지상전력 발전이 주전차(MBT)가 점차 경량화되고, IFV가 MBT에 준한 성능과 화력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APC는 AFV에 흡수되는 추세이었으나, 미국과 서방 주요 국가들은 지난 18년 동안 대터러전을 수행하느라 테러용도 아니고, 전통적 지상전용도 아니며, 미래전에 대비한 전력도 아닌 애매모호한 전력을 개발하였던 추세와 달리, 중국군 지상군은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 그리고 최근 홍콩 등에서의 미국과의 미래 제한적 지상전에 대비하여 일관된 흔들리지 않은 지상전력을 개발하였다고 평가하였다.
이에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군 지상군이 이와 같이 일관된 전략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등 서방과 달리 당(黨)과 군부(軍部) 주도 하에 안정적 ROC 제시와 NORINCO가 미국 등 서방의 방산업체와 같이 고용직 창출, 고용승계, 임금인상 등이 정치적 이슈에 억매이는 것을 피할 수 있었던 장점이 있었다고 평가하였다.
특히 최근 중국군이 그동안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었던 부품공급에 있어 중국 내 하청업체들의 낮은 수준의 군사과학기술 등의 단점들을 미국 등 서방 중소형 하청업체들의 군사과힉기술을 훔치고 모방함으로써 극복하고 있다면서, 최근 미 국무성이 7월 20일에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을 72시간 이내에 철수하도록 초강수를 둔 것도 중국의 미국의 첨단 군사과학기술 습득을 위한 스파이 행위로 단정한 이유였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중국군은 통합군 체제의 당중앙군사위원회에서 중국군 전체적 현대화(whole-of-force modernization) 차원에서의 지상전력 개발과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어, 미국과 같이 각 군별로 독자적 전력을 개발하고 이를 위한 예산획득에 노력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실제 지난 3월 4일 『JDW』는 미 육군이 다중영역작전(MDO)을 위해 너무 앞서나가는 전력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미 해군 항모타격단이 남중국해에서 수행할 해상작전도 대행하려는 지상전력을 원하고 있다며 너무 과욕이라고 지적하였다.
반면, 중국군 지상군은 궤도형과 차량형 IFV와 AFV를 조합하면서 한쪽은 능동방호시스템에 비중을 두고, 다른 한쪽은 화력에 비중을 두어 미국과 서방 주요 국가의 IFV와 AFV와 같이 한 플렛폼에 모든 시스템을 탑재하여 중량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면서 기동성을 늘리어 도시전에 유리하게 제작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대표적으로 ZBL-09 또는 ZBD-09형 AFV와 Type-90 IFV를 들며, 이들 지상전력들은 대테러전과 같은 “단기적 전쟁(Short, Shape War)”을 준비해온 미군과 달리 “지구전(Prolonged War)”에 대비하는 전력이었다고 평가하였다. 이는 그동안 중국군의 전력건설이 부패한 공산당과 군부가 주도하여 비효율적일 것이라는 과거의 인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반면, 미국과 서방 국가 육군은 지난 18년 간의 대테러전을 수행하다가 2018년부터 갑자기 중국과의 강대국 경쟁 국면에 진입하자, 미래 지상전력의 ROC 제기에 일관성 부족현상을 보이고, 방산업체의 상업적 목적에 집착하여 미 육군의 미래전력 개발이 지체되고, 단가가 상승하며, 적시적 완제품 납품에 실패하는 등의 문제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 등 서방 주요국가가 무리하게 『합동성(Jointness)』과 『자동화(autonomous)에 에 집착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Warrior IFV, Ajax AFV, Bradley M2A2 IFV 등의 전력들이 무인화된 포대에 각종 전자장비를 탑재하여 중량과 크기가 늘어나는 경향이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중국은 과거 장갑효과, 화력과 보호장비를 유지하면서 비교적 단순한 장갑재질 접목, 첨단 전자, 광학, 초수평선 넘어 정찰 및 감시 능력을 갖추어 생존성과 살상력을 증폭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 2019년 9월호 『現代兵機』가 지상전력 장갑을 개발하는 天鵝技術公司 왕웨이(王偉)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상전차 또는 전투차량 내 온도를 기존의 60⁰에서 30분만에 35⁰까지 떨어드리도록 특수한 군용 절연재질을 개발하였다면서 이는 장갑(裝甲)뿐만이 아니, 기존의 장갑철 보다 가벼워 중량 감소의 효과를 낸다고 보도한 사례였다. 이는 미국 서방 국가들이 주로 민용 과학기술을 미래 첨단전력에 접목하여 단가를 절약하려는 의도와 대비되는 것으로 오직 군용만으로 개발하는 중국의 노력이 아마도 미래 미중 간 영토전에서 유리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단적 사례였다.
2015년 중국군 지상군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國防軍隊改革』에 의해 기존의 중국군(PLA)에서 분리되어 별도 지상군(PLAGF)로 독립되었으며, 이후 주로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 그리고 기타 인도 국경 등의 분쟁에 대비한 원정작전 위주로 개혁되어 각종 교리, 군사사상과 전력 개발을 현대화하고 있으며, 중국군 지상군만이 아닌, 중국군의 전체적 현대화와 보조를 맞추며, 미국와 영토전 국면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미국이 오직 중국과의 강대국 경쟁을 강조한 2018년 미 『국방전략서』에 의해 신속하고(agile), 적용성(adaptive)있으며, 유연한(flexible) 군사력을 개발해야 하는 미 육군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궁극적으로 대부분 군사 전문가들은 미 육군이 중국군 지상군보다 월등히 우세하다는 사실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나,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직접 맞붙게 될 향후 미중 간 영토전에서의 승패는 전장 여건, 전투력 변화 그리고 작전양상 변화로 아무도 장담할 수 없으며, 이는 5G 등 첨단 네트워크화에 의존하는 디지털 전장관리체계보다, 과거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동성, 화력, 장갑능력에 비중을 두고 장기전에 준비하는 중국군이 다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이는 북한과 주변국 군사위협에 동시에 대비하는 한국군에게 적지 않는 교훈을 제시하는 사례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