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기술군_육군 작성자: 최현호
조회: 23 추천: 0 작성일: 2020-09-22 14:34:40
스스로 경로를 파악하고 위험을 회피한다.
과학기술은 늘 발전해왔다. 이동성과 관련된 자동차 관련 기술은 기계 부문의 발전에 IT 기술이 접목되면서 융합 기술로 더욱 발전하고 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다양한 자동차와 관련 첨단 기술은 대부분 민간에서 개발되고 있지만, 국방 분야에도 적용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국방 분야에서 자동차와 관련된 떠오르는 미래 기술 중 하나가 차가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이다.
자율주행 트럭 7대로 시험 중인 미 육군의 AMAS 프로그램. [출처 : 미 육군]
자율주행(Automatic Driving , 自律走行)이란 말 그대로 차가 운전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목적지까지 차가 스스로 운전하여 가는 것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의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에서는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지 않고 차량이 스스로 도로에서 달리게 하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운전이라는 것에는 핸들 조작 외에 브레이크, 가속 페달, 기어 등의 조작까지 포함한다.
초기 자율주행 차량은 차량 위에 레이더나 라이더 같은 다양한 센서를 달고 있었다. 사진은 스텐포드 대학이 연구하던 자율운행 기술 연구차량. [출처 : flickr.com by Steve Jurvetson]
그런데, 자율주행차(autonomous cars)를 무인차(unmanned car)로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같은 말일까? 이 둘은 비슷하게 들리지만 다른 개념이다. 무인차는 말 그대로 차 안에 사람이 전혀 없다. 그러나, 자율주행차는 운전석에 사람이 탑승한다. 자율주행차는 기존 자동차에 관련 장비를 장착하는 것으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요즘 무인 분야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유인과 무인 운용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유인 차량(optionally-manned vehicle)도 자율주행이 적용된다. 다만, 선택적 유인 차량은 독립적인 자율주행 외에도 외부에서의 원격조종까지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자동차의 미래는 운전자가 없는 무인 운전 차량이 될 것이다. 현재 많은 업체가 무인화된 로봇 카를 개발하고 있지만, 그에 앞서 매달리고 있는 것이 자율주행이 적용된 자동차다.
자율주행에는 로봇, 컴퓨터공학, GPS, 정밀센서, 전자제어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도로 및 주변을 파악하는 감지 시스템, 감지 시스템으로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차량 조작을 결정하는 중앙제어장치, 결정된 조작을 바탕으로 자동차의 기계적 조작을 담당하는 액추에이터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자동차의 기계적인 부분보다는 첨단 IT 기술이 중심에 있다.
호송에서 물자 보급과 부상자 운반까지...자율주행의 군사적 응용
선두의 무인 M-ATV를 뒤따르는 무인 테라맥스 트럭 2대와 맨 뒤의 유인 트럭. [출처 : 오시코시 디펜스]
민간의 자율주행은 이미 깔려있는 도로망, 발달된 내비게이션, 그리고 안정적인 GPS 환경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군사용 자율주행은 말 그대로 길이 없는 곳, 길이 아닌 곳에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군용 차량은 도로가 아닌 곳도 다니고 폭발물 등 돌발 변수가 많기 때문에 개발 난이도가 더욱 높다.
자율주행을 위한 주변 환경 인식용 카메라 등을 갖추고 미 육군에서 평가 중인 분대 지원용 UGV [출처 : 미 육군]
군사 부문에서 먼저 추진되고 있는 자율주행은 물자 운반/호송 임무다. 미 국방부 연구기술차관은 2018년 의회 청문회에서 작전지역에서 발생하는 사상자 중 52%가 수송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밝히면서 자율주행 능력을 갖춘 수송 차량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호송 차량에 이어 적용될 분야로 군수 보급 및 구조용 무인 지상로봇(UGV)이 꼽힌다. 러시아는 전투용 UGV를 개발하여 시리아에서 시험하고 성능을 자랑했지만, 나중에 불완전한 통신망, 신뢰성 부족으로 인한 로봇과 무기의 고장, 광학장비 성능 미달 등이 지적되었다.
이에 비해 미국과 유럽 업체들은 더 발전된 기술을 적용하여 멀리 떨어진 분대에 보급품을 전달하거나, 분대를 따라다니면서 무거운 군장과 탄약 등을 운반하거나, 전선에서 부상자를 후방으로 이송하는 등의 임무를 위한 다목적 UGV를 개발하고 있다.
군수지원 및 구조용 UGV는 원격으로도 조종이 가능하지만 통제실이 멀리 떨어질 경우 원격 조종이 어렵기 때문에 자율주행을 적용해야 원거리 이동이 가능해진다. 전선에 있는 부대와 후방의 본부 사이를 오고 가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자율 호송차량과 같은 수준의 능력이 필요하다.
그다음으로 정찰과 같은 저강도 전투 임무를 담당하는 차량이 자율주행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방과학연구소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시험 개발한 무인수색차량도 원격주행과 함께 자율주행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했다. 자율주행의 최종적 적용 대상은 전차나 보병전투차와 같은 고강도 전투 임무를 담당하는 차량들이 자율주행이 적용될 예정이다.
전차나 보병전투차 같은 전투 차량의 경우 단차 또는 제대 단위 작전을 펼치기 때문에 단일 차량의 자율주행을 뛰어넘어 각 차량 간에 협력적인 자율주행이 필요하다.
자율주행 개발에 마중물을 제공한 국방 부문
DARPA의 그랜드 챌린지 2005에서 결승점을 통과하는 허머(험비) 자율주행차 [출처 : DARPA]
어반 챌린지 2007 행사 하이라이트 영상(출처 : youtube)
현재 자율주행은 민간 업체들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개발을 이끈 마중물은 국방 부문이었다. 민간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자율주행차 연구를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2000년대 초, 미 의회는 미 국방부에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예산을 허가했고, 개발은 미 국방부 산하 연구개발 조직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담당하게 되었다.
DARPA는 자신들이 개발을 담당하기도 하지만, 민간의 기대되는 연구에도 자금을 지원하는 투자자 역할도 한다. 2015년 우리나라 KAIST 기계공학과 학생들이 개발한 휴보(Hubo)가 우승한 로보틱스 챌린지 결선대회도 DARPA가 주최한 행사였다.
DARPA는 민간의 자율주행 분야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상금을 내걸고 대회를 열게 된다. 첫 대회는 2004년 3월에 열린 DARPA 그랜드 챌린지(Grand Challenge) 2004다. 당시 경주는 모하비 사막을 240km 정도 가로지르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참가 차량들 가운데 완주한 자량은 없었다.
2005년 10월에 열린 두 번째 대회는 터널과 급회전까지 더해져 난이도가 더 높아졌지만, 23개 참가 차량 가운데 5개 차량이 완주에 성공했다.
2007년 11월에는 주행코스가 도심지로 옮겨졌고, 대회 제목도 어반 챌린지(Urban Challenge)로 바뀌었다. 대회 장소는 폐쇄되었던 공군기지로 96km 코스를 6시간 안에 완주해야 했다. 기지 안에 도심지에서 겪을 수 있는 교통상황, 장애물 등 다양한 제한 요소를 만들어 난이도가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이 대회에 참가했던 많은 연구원과 학생들이 현재 여러 자율주행차 개발 업체나 센서 개발업체 등 관련 회사를 창업하거나 일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DARPA가 자율주행 시대를 개막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군사 분야 자율주행 개발 노력
오시코시 디펜스의 ExLF 사업용 시험차량 [출처 : 오시코시 디펜스]
미 육군이 록히드마틴과 개발하고 있는 AMAS 시험 영상 (출처 : youtube)
민간의 자율주행 연구를 이끈 DARPA가 있는 미국은 군사용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가장 앞선 국가다. 2018년 4월, 미 국방부 연구기술차관은 미 의회 정문회에서 "길 위에서 자율주행차를 보는 것보다 먼저 육군이 자율주행차를 사용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민간기업의 개발 성과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면서 민간 기술의 활용을 예고했다.
미 육군은 2016년 7월에 미시간주 교통국과 협력하여 자율주행 트럭-트레일러의 주행 시험을 실시했다. 미 육군은 자율주행의 첫 번째 목표를 무인 지상 보급으로 정했다. 이 프로젝트는 자율지상재보급(AGR, Autonomous Ground Resupply)으로 이름 붙여졌고, 2016년부터 여러 주 정부 등과 협력하여 자율주행 트럭-트레일러의 주행을 하고 있다. 차량은 오시코시 디펜스(Oshkosh Defense)가 개발한 테라맥스(TerraMax)를 사용했다.
오시코시 디펜스의 테라맥스는 DARPA가 개최한 2005 그랜드 챌린지에 참가했던 것을 발전시킨 것으로 현재 무인 호송과 급조폭발물(IED) 탐지 차량으로도 적용 폭을 넓히고 있다.
그랜드 챌린지에 참가한 오시코시 디펜스의 테라맥스. 오시코시는 이 기술을 발전시켜 미 육군의 선도·추종 ExLF 사업용 차량도 개발하고 있다. [출처 : DARPA]
미 육군은 록히드마틴과도 자율기동 아플리케시스템(AMAS, Autonomous Mobility Applique System)이라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2017년 12월에 AMAS가 55,000 마일을 시험 주행했다고 발표했다. 미 육군은 AMAS의 최종 목표가 호송 차량의 인력 부담을 2명에서 1명으로 줄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 육군은 2019년에 선두 차량 추적 호송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기술은 선도·추종(ExLF, Expedient Leader Follower) 사업으로 불리며 선두 차량 뒤로 3~4대의 트럭-트레일러가 로봇처럼 따라다니게 된다.
미 육군은 수송을 넘어서 정찰과 전투 지원을 위한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7월 조지아주 포트 베닝에서 실시한 유무인 팀 전투 시험에 동원된 무인차량은 모두 원격 조정으로 자율주행 능력을 갖추진 못했다. 그러나, 미 육군은 궁극적으로 유무인 팀을 전투차량에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필수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군사기술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은 2017년 7월 국방부가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서 8X8 무인 호송 트럭 프로토타입이 장애물을 탐색하고 속도를 조절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시범을 실시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2017년 7월 중국 국방부가 공개한 자율주행 능력을 갖춘 보급 트럭 시험 장면. [출처 : new.qq.com]
핀란드의 군용차량 제작사 파트리아는 AMV 8X8 차륜형 장갑차의 무인화를 발표했다. 파트리아의 무인 기술은 2018년 9월 벨기에서 열린 유럽지상로봇시험(ELROB)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 시험에서 파트리아는 선두 차량 추적 기술을 선보였다.
이스라엘도 선두 차량 추적 기능을 갖춘 수송 트럭 개발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방과학연구소와 국내 방산업체들이 원격조종/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무인지상차량을 개발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원격주행과 자율주행으로 운용될 무인정찰차량. [출처 : 필자]
완전 무인 자율주행기술은 2020년대 중반이 목표
자율주행 기술의 궁극적 목표는 운전석도 없는 무인 운전 차량이다. 사진은 구글이 시험했던 무인차량 내부. [출처 : public domain]
자율주행차를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유사하며, 간략하게는 인지, 판단, 그리고 제어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인지는 주행 환경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상황을 인식하는 것, 판단은 주행 상황을 판단하여 주행 전략을 짜는 것, 제어는 차량의 조향장치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이 세 가지를 담당하는 시스템을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t System)’이라고 부른다. 진정한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서는 인지, 판단 그리고 제어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ADAS 개발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센서와 이를 처리할 컴퓨터가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는데 필요한 기술은 아직 인간의 뇌를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의 3가지 요소 중 인지에 필요한 각종 센서류. [출처 : 미 육군 / Amanda Dunford]
자율주행차에 적용되는 자율화 수준은 다양하다. 이를 구체적으로 구분하기 위해 미국 교통부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는 자율주행을 수준별로 0~4단계의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국제자동차공학회(SAE)는 NHTSA보다 많은 0~5단계로 구분했다.
현재 세계 여러 업체들이 양산품으로 내놓은 것은 2~3단계 수준이다. 마지막 단계의 자율주행차는 2020년대 중반에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상으로 자율주행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군사용 자율주행은 병력 소요를 줄이면서 전력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미래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소형 정찰용 UGV에 적용하고 있는 수준이다. 아직 외국처럼 기존 군용 차량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려는 시도는 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병력 부담을 덜기 위해 자율주행 군용 차량의 개발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기동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아미타이거를 위해서도 다양한 차량에 자율주행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민간과 군이 협력하여 세계적인 수준의 자율주행을 개발하길 기대한다.
글 :최현호 군사전문가 <육군 블로그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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