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상자위대가 대원 수를 현행보다 2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19일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지상 배치형 미사일 요격 시스템 ‘이지스어쇼어’ 도입사업 취소에 따라 탄도미사일 방어 등을 담당하는 해상자위대 인력을 증원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겠다”며 지난 2017년 말부터 ‘이지스어쇼어’ 도입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올 6월 “기술적 결함”을 이유로 이지스어쇼어 도입을 사업 추진 2년여 만에 전면 취소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사실상 선제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마사일 도입 등 ‘적(敵)기지 공격력’ 확보 쪽으로 방향을 튼 상태다.
이외에도 일본 정부는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를 이유로 해상자위대의 이지스구축함을 현행 6척에서 8척으로 늘리는 방안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자위대 증원은 이 같은 이지스함 증강 계획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은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의 SM3 요격미사일과 항공자위대의 PAC3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 2단계 탄도미사일방어체계(BMD)를 갖추고 있다.
일본 정부는 또 증원된 해상자위대원 가운데 일부는 잠수함 승조원으로도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중국군의 해양진출 관련 대응 등을 담당하는 해상자위대는 만성적인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르면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 예산안에서부터 인건비를 늘려 현재 4만3000명 수준인 해상자위관 수를 향후 수년간에 걸쳐 4만5000명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2020년 대한민국 방위산업계 최고의 핫이슈는 누가 뭐라 해도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KDDX)이다. 이 사업은 2030년대 중반까지 국내 독자 기술로 고성능 구축함 6척을 건조해 2000년대 초반부터 KDX-2 사업을 통해 배치된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을 대체하는 사업이다.
KDDX의 전투체계와 레이더
KDDX 사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진행된다. 하나는 군함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전투체계(Combat System)를 개발하는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이 전투체계 및 그것과 연동된 다양한 센서와 무장을 실을 플랫폼, 즉 선체를 만드는 함정 설계 및 건조 사업이다.
전투체계 개발 사업에서는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경쟁한다. 두 회사는 7월 30일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방사청과 해군은 8월 중 제안서를 검토해 9월 이후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함정 설계 및 건조 사업에서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맞붙었다.
업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가진 분야는 역시 전투체계 사업이다. 전투체계는 함정의 두뇌와 신경에 해당하는 핵심 시스템이다. 전투체계 개발과 관련해서만 6700억 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다.
전투체계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컴퓨터와 운영체제를 결합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컴퓨터 본체에 키보드와 마우스, 스캐너와 마이크 등을 연결해 각종 정보와 명령어를 입력한 후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처리된 신호를 모니터나 프린터, 기타 장치를 통해 출력해 내는 것처럼 군함도 다양한 센서·통신기기로부터 획득한 데이터를 처리해 다른 센서를 작동하거나 무장을 발사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현대의 전투체계는 통합전투체계(Integrated Combat System) 개념으로 기능을 수행한다. 센서와 통신기기로부터 획득한 정보를 기존의 데이터베이스와 운용 요원의 결심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그러곤 작전 임무 수행에 필요한 전술을 편집하고 교전 계획을 수립해 지휘 권고를 하고 무장을 할당한다. 이렇듯 거의 모든 전투 과정이 자동으로 수행되는 게 통합전투체계다.
홍상어 대잠 미사일.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전투체계 분야에서 가장 먼저 제안서를 제출한 한화시스템은 삼성과 탈레스가 합자한 삼성탈레스가 전신인 전통 있는 ‘디펜딩 챔피언’이다. 소형 고속정부터 한국형 구축함에 이르기까지 80척이 넘는 해군 함정의 전투체계를 공급해 온 기업이다.
한화시스템은 미국에서 이지스 전투체계를 직수입한 세종대왕급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한국형 구축함(KDX)의 전투체계를 납품했고, 현재 전력화 중이거나 개발 중인 한국형 호위함 배치I·II·III는 물론 독도함, 차세대 잠수함인 ‘도산 안창호급(KSS-III)’의 전투체계를 책임지고 있는 사실상의 독점기업이다.
한화시스템은 탄탄한 기본기, 안정성과 KDDX의 핵심 구성 요소 중 하나인 레이더 분야에서의 기술적 우위를 내세우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한국형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인 천궁에 탑재되는 다기능 레이더(MFR)는 물론, ‘한국판 사드’를 표방하며 개발 중인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에 탑재되는 고성능 다기능 레이더를 납품했거나 개발 중인 실적이 있다. KDDX에 탑재되는 함대공 유도무기가 천궁을 바탕으로 제작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수주전에서도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IG넥스원은 개방형 구조(Open Architecture)의 시스템 설계와 4차 산업혁명 기술(빅테이터, 인공지능 등)을 대폭 적용한 전투체계를 제안하고 있다. 그간 한국형 구축함과 호위함의 전투체계는 사실상 한화시스템이 독점해 왔지만, 이 전투체계에 연결된 거의 모든 센서와 무장은 LIG넥스원이 개발했다.
LIG넥스원은 기존의 시스템보다 더 진보한 전투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밝힌다. 각각의 센서와 무장을 움직이는 시스템 소스코드를 이미 보유하고 있기에 시스템 연동의 안정성과 비용 절감, 향후 발전 잠재력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LIG넥스원은 최근 다양한 라인업의 레이더, 특히 차세대 반도체 소자인 질화칼륨(GaN)을 이용한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레이더(AESA)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LIG넥스원은 미국이 AMDR에서 실패한 듀얼 밴드 동시 배열 기술을 성공시킴으로써 KDDX용 레이더 기술에서도 한화시스템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한 바 있다.
요컨대 KDDX의 전투체계 경쟁은 정상급 기술력이라는 기본기를 갖춘 두 업체가 ‘고도의 안정성’ ‘시대를 앞서가는 기술혁신’을 놓고 벌이는 용호상박의 싸움이다. 각 업체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신들의 고유한 강점을 살리면서 전사적(全社的) 역량을 쏟아붓는 모양새다. 이번 사업을 통해 각 업체가 달성하게 될 기술적 성장은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군함 한류’에 더욱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 해군 3000t급 잠수함 1번함인 도산 안창호함. 총 9척이 건조되며 마지막 3단계 3척(4000t급)은 원자력추진 잠수함으로 검토 중이다. photo 뉴시스
1996년 독도 사태를 계기로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 아래 극비리에 ‘대양해군 건설계획’이 수립됐다. 여기엔 이지스함, 3000t급 중잠수함, 대형상륙함(대형수송함) 등 2000년대 초반 이후 현실화한 해군 주요 수상함 및 잠수함 전력증강 계획이 망라돼 있었다. 24년 전 만들어졌던 대양해군 건설계획은 단 한 가지, 경항공모함 계획만 제외하곤 지난해까지 모두 실현됐다. 당시 해군이 구상했던 경항모는 영국의 인빈서블급과 비슷한 2만t급(만재배수량 기준)이었다.
2012년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항모 보유 필요성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항모 보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예산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지금 당장 추진하기는 무리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국회 국방위는 우리 군의 항모 도입 여부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항모 계획은 군 장기계획에 포함, 사실상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희망사항’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항모 도입 계획이 지난해 8월 발표된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에 처음으로 공식 반영됐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에 경항모라는 표현 대신 ‘다목적 대형수송함’이라는 용어를 썼다. 당시 국방부는 보도자료에서 “다목적 대형수송함을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상륙작전 지원뿐만 아니라 원해 해상기동작전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며 “특히 단거리 이착륙 전투기의 탑재 능력을 고려하여 국내 건조를 목표로 2020년부터 선행연구를 통해 개념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한국형 경항모 도입 계획이 최근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지난 8월 10일 발표한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서 명확하게 나타났다. 국방부는 보도자료에서 “경항모 확보사업을 2021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전 주변국의 반발 등을 의식해 기존의 ‘대형수송함’ 대신 경항모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이다. 여기엔 경항모 사업 추진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경항모 도입 계획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경항모 도입 적극 추진을 독려해 왔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일본은 오는 2025년쯤까지 2척의 이즈모급(級) 헬기항모를 경항모로 개조키로 하고 현재 이즈모함의 개조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방부는 또 “경항모는 3만t급 규모로 병력·장비·물자 수송능력을 보유한다”며 “탑재된 수직이착륙 전투기 운용을 통해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전력으로 해양분쟁 발생 해역에 신속히 전개해 해상기동부대의 지휘함 역할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경항모 크기를 놓고 3만t급 경항모설과 7만t급 중형 항모설(영국 퀸 엘리자베스급)이 엇갈렸는데 3만t급으로 ‘쐐기’를 박은 것이다. 하지만 실제 배수량은 4만t을 넘고 크기도 미 4만t급 대형상륙함 ‘와스프급’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3만t급은 기준(경하) 배수량이고 만재배수량은 4만t을 상회할 것”이라며 “와스프급보다 길이도 길고 넓이도 더 넓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국형 경항모의 길이는 260m, 폭은 40m가량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 상륙작전 지원 기능도 당초 예상보다 약해질 것으로 전해졌다. 해병대는 경항모가 독도함이나 마라도함처럼 공기부양정, 상륙주정, 상륙돌격장갑차 등을 발진시킬 수 있는 ‘웰데크(Well-Deck)’를 갖추기를 희망해왔다. 웰데크는 함정 후미에서 상륙주정과 장갑차 등을 발진시키고 회수할 수 있는 도크와 큰 문으로 구성돼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한국형 경항모는 웰데크가 없는 형태로 항공 전력 위주로 운용하는 순수 경항모에 가깝게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웰데크를 만들 경우 수직이착륙기를 수용하는 격납고 면적 등이 줄어들고 함정 속도도 느려져 웰데크를 만들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형 경항모가 수백 명의 해병대 병력을 수용할 수는 있지만 이들 병력은 공기부양정이나 장갑차가 아닌 헬기나 미 해병대 MV-22 수직이착륙기로 상륙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해병대는 경항모가 최소 대대급(400~500명) 병력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해군 등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3만t급 한국형 경항모 개념도. photo 조선일보 DB
경항모 도입 5조~6조원 이상 들 듯
군내에선 효용성 등과 관련해 아직 논란이 있는 경항모 사업이 최근 들어 속도가 붙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경항모 진수 시기가 당초 2033년에서 2029~2030년으로 3~4년가량 앞당겨지고 경항모에 탑재될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기 도입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여기에도 역시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F-35B 조기도입은 함재기가 먼저 정해져야 이에 맞춰 항모 설계를 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한다. 함재기 무게, 이륙거리 등 특성을 알아야 갑판 및 격납고 크기와 구조 등 함정 설계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항모용 F-35B는 20대가량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단거리 이륙 및 수직착륙 능력이 있는 F-35B는 F-35A에 비해 무장 탑재량은 적지만 가격은 오히려 30%가량 비싸다. F-35B 20대 도입엔 최소 3조~4조원 이상의 돈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당초 내년 착수할 예정이었던 공군용 F-35A 20대 추가도입 사업(4조원 규모)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두 사업을 합치면 7조~8조원에 달하는데 공군 예산 여건상 두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함재기와 순수 함정 건조비용(2조원 이상)을 합치면 경항모 도입에는 최소 5조~6조원 이상이 들 전망이다.
막대한 예산과 함께 주변 강국들이 ‘항모 킬러’를 이미 배치했거나 개발 중이라는 점도 항모의 효용성 논란을 초래하는 대목이다. 중·일·러 등 주변 강국들은 대함 탄도미사일이나 극초음속 미사일, 초음속 순항미사일 등 ‘항모 킬러’ 무기들을 이미 배치했거나 개발하고 있다. 미사일 2~3발에 5조원 이상이 들어간 경항모가 파괴된다면 엄청난 손실을 입는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시 정비 등이 필요한 함정 특성상 경항모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3척가량이 필요한데 1척만으로는 작전에 제한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까지 국방부와 군 당국이 추진 중인 경항모는 1척이다.
국방부가 이번에 발표한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는 경항모 외에도 사실상의 핵추진 잠수함, 한국형 스텔스 이지스함(KDDX), 대형 정찰위성(5기)과 초소형 정찰위성, 국산 중고도 무인정찰기, 북 장사정포를 요격하는 ‘한국형 아이언돔’ 계획 등이 포함됐다. 5년간 300조7000억원(방위력 개선비 100조1000억원, 전력운영비 200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해군은 7월 24일 경남 진해 해난구조대 체육관에서 최초 여군 상륙함 함장 안미영 중령(진)의 성인봉함장 이ㆍ취임식을 거행했다.
이날 제17대 성인봉함장으로 취임한 안미영 중령(진)이 함장의자에 앉아 필승의 의지를 다지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현상 기자 = 해군 최초의 여군 상륙함 함장이 탄생했다. 해군은 24일 안미영 중령(진) (40세, 학사사관 98기)은 이날 10시 30분 해난구조대 체육관에서 함장 이ㆍ취임식에서 17대 성인봉함장으로 취임했다고 밝혔다.
해군은 지난 6월 전반기 장교보직심사위원회에서 안 중령(진)을 상륙함 함장으로 선발했다. 이는 2001년 여군 장교가 함정에 배치된 이후 처음으로 중령급 직위의 함장으로 보직 명령을 받은 것이다. 이후 안 중령(진)은 함장 임무 수행을 위해 해군 교육사령부에서 함장 보직 전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이날 안 중령(진)은 취임사를 통해 “함장에 부여된 막중한 임무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함장으로서 솔선수범하며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승조원들의 역량을 극대화시켜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최고의 상륙함으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상륙작전을 지원하고 있는 성인봉함
최초로 여군 함장이 지휘하게 된 성인봉함(LST, 2,600톤급)은 해군 5성분전단 소속 상륙함으로 상륙작전시 해상으로부터 목표지역으로 상륙전력을 수송하고, 해외파병, 인도적 지원, 재난구조지원 등 국가 대외정책 지원 임무를 수행한다. 길이는 112m, 항속거리는 약 12,000㎞, 승조원은 120여 명이며, 40mm와 20mm 함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상륙병력과 전차, 헬기 등을 탑재할 수 있다.
안 중령(진)은 2003년 학사사관후보생(OCS)으로 지원하여 해군 장교가 되었다. 지원 배경에는 해병대 출신이었던 아버지 안형호(70세, 해병 232기) 씨와 당시 해군사관 생도였던 남동생의 영향도 있었다.
안 중령(진)의 남동생은 누나 보다 먼저 입대하여 2001년 해군사관생도가 되었다. 하지만 임관은 안 중령(진)이 빨랐다. 현재 남동생 안승화(37세, 해사 59기) 소령은 해군본부 인사참모부에 근무하고 있다. 지금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가족이자 동반자로 조언을 해주면서 해군 장교의 길을 함께 걷고 있다.
안 중령(진)은 2003년 해군 소위로 임관해 첫 보직으로 광개토대왕함 전투체계보좌관이 되었으며 2005년에는 성인봉함 갑판사관으로 근무했고, 이후 5전단 정작참모실 계획담당을 거쳐 이번에 5전단 성인봉함 함장이 되었다.
한편 해군ㆍ해병대에는 2001년 최초로 여군 장교가 임관한 이래 2,300여명의 장교와 부사관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여군들은 특수전과 잠수함 분야를 제외한 함정, 항공기, 격오지, 육상 전투부대 등 해군의 전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 중에서 지휘관으로는 전투함 함장 소령 3명, 고속정 정장 대위 8명과 해병 대대장 중령 1명, 소령ㆍ대위 중대장 12명이 있으며, 이 외에도 4명의 항공기 조종사, 해외 파병지에서 4명의 여군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 해군은 국방개혁 2.0과 연계해 2022년까지 여군인력을 간부 정원의 9%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상륙작전을 지원하고 있는 성인봉함
「일과 가정 양립」위한 해군의 여군정책
2020년 7월 초 기준으로 해군ㆍ해병대에는 2,300여명(해군 1,800여명, 해병 500여명)의 여군이 근무 중이며 이는 간부 정원의 약 7%를 차지하고 있다. 해군은 2022년까지 장교 정원의 10.7%, 부사관 정원의 8.5%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해군은 여군의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근무여건’ 조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장기간 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해군 특성상 자녀를 둔 기혼 여군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해군은 부부 군인일 경우 동일 지역 내에 부부가 함께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하되 남편과 부인이 동시에 함정에 근무하지 않도록 보직을 조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함정 근무 중 임신이 확인된 여군은 태아보호를 위해 육상으로 보직을 변경토록 조치하고 있으며, 만4세 이하 자녀를 가진 여군은 연고지를 선택하여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아울러 자녀 양육을 위해 진해, 부산, 평택 등 해군 주둔지역 관사에 어린이집 8개소를 운영하여 육아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또한 해군은 2015년 5월 1일 전군 최초로 해군본부에 ‘양성평등센터’를 신설하여 성 인지력 향상 등 양성평등 정책 발전을 위한 업무를 강도높게 추진 중이다.
해군 ‘양성평등센터’는 국방부의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2014년 2월부터 운영해 오던「여성정책․고충상담센터」를 한층 더 보강한 것이다. 「양성평등센터」는 해군․해병대 전 부대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성인지력 및 성폭력 예방 정책수립과 교육지원, 여성인력 관리, 여성 고충 수렴 및 처리, 일과 가정 양립 관련 정책 수립, 그리고 성폭력 사건 발생시 피해자를 위한 법률자문과 보호 등의 업무를 수행 중이다.
상륙작전을 지원하고 있는 성인봉함
해군 여군 연혁
해군 여군의 역사는 1949년 4월 9일 해군 간호장교 제1기 20명이 임관하면서 시작됐다. 해군이 자체적으로 양성한 간호장교는 1969년 5월, 제17기까지 총 160명이 배출되어 6ㆍ25전쟁에서 부상자 치료 등 전후방 각지에서 활약했다.
1950년 8월 31일에는 인천상륙작전을 앞두고 해병대가 제주도에서 해병대를 모집하면서 여자의용군 126명이 해병 4기로 자원 입대했다. 이들은 진해에서 교육을 받고 10월 10일 전원이 교육을 수료했으나, 51명은 나이가 어려 수료 후 귀가 조치되었고, 나머지 75명은 해군통제부(지금의 해군작전사령부)에 소속되어 활약했다.
이후 해군은 간호장교 외에 여군을 별도로 모집하지 않았다. 해군의 여군 역사가 다시 이어진 시기는 1999년 해군사관학교에 최초로 21명의 여생도들이 입교하면서 부터다. 2001년에는 최초의 여군 학사장교(사후 96기) 20명이 임관하여 함정에 배치되었다.
2003년에는 해군사관학교 출신 장교(해사 57기)들과 여군 부사관(부후 201기)들이 최초로 임관했다. 2005년에는 최초의 여군 해상작전헬기(LYNX) 조종사가, 2006년에는 해병대 최초의 여군 전투지휘관인 중대장이 배출되었다.
2010년에는 최초의 여군 지휘관 직위로 소령이 작전사령부 의무대장으로 보직되었으며, 2011년에는 최초의 여군 해상초계기(P-3) 조종사가, 2011년에는 해상 지휘관인 고속정 정장에 최초로 2명의 여군이 보직되었다.
2014년에는 최초의 대잠헬기(LYNX) 정조종사가, 2017년에는 최초의 여군 소령 함정 지휘관이 배출되었다.
2019년에는 최초의 여군 해상초계기(P-3) 교관 조종사와 해상기동헬기(UH-60) 정조종사가, 올해인 2020년에는 최초의 여군 상륙함 함장이 탄생하여 해군 여군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다.
2020년 8월 14일 미국 워싱턴 DC, Navy Yard에서 열린 해군 군사재판에서 해군사관학교(Naval Academy) Nixon Keago 생도가 강간, 강간미수, 주거침입, 사법방해 혐의로 패널(Panel)로 부터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구체적인 혐의는 4차례에 걸쳐 3명의 여생도를 강간하거나 강간미수를 한 혐의이다. 그는 여자 생도 기숙사에 몰래 침입하여 잠자고 있는 여생도를 강간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혐의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자 피해자들이 사실대로 진술을 하지 못하도록 협박한 혐의이다.
Keago 생도는 미 해군사관학교에 입교하기 전에 4년간 미 해병에서 사병으로 근무하였다. 사병 시절 그는 소대 하사(platoon sergeant)로 근무했다. 그는 특히 축구를 잘해서 2015년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에 미군 축구팀으로 출전하기도 했다.
민간 법원의 배심원에 상당하는 패널(panel)은 그에게 징역 외에도 전 급여 및 수당 몰수 및 제적처분을 선고했다. 제적처분은 Keago가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처벌이었고, 그가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처벌(처단형)은 징역 120년이었다.
Keago의 공소사실에 대한 유무죄에 대한 선고는 지난 7월 24일에 있었다. 그리고 선고형을 정하는 재판은 통상 2주 내에 진행되는데, 피고인이 COVID-19증상을 보임에 따라 3주가 지연되었다가 피고인이 음성판정을 받자 8월 14일 개최되었다.
군판사인 해군 대령 Aaron Rugh가 판결을 선고할 때 법정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피해자 중 한명도 방청석에 앉아 있었고, 피고인의 가족들도 그의 뒤에 앉아있었지만 역시 미동도 없었다.
미국 군사재판에서 선고형을 정하는 절차는 유무죄 판결과 구별되는 또 다른 작은 재판이다. 이 절차에서 군검사 및 변호인이 각자 양형에 관한 증인을 소환할 수 있고 모두진술 및 최종진술을 하게 된다.
Cox 군검사는 패널들에게 그의 재범가능성을 특히 강조하였다. 군검사가 신청하여 선고 재판에 전문증인으로 참석한 심리학자 Reneau Kennedy는 “Keago의 갱생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증언하였다. 군검사는 Keago가 이미 성폭행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도중에도 공소사실 중 마지막 범죄를 범했음을 패널들에게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그는 피고인의 성폭력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구금하여 사회와 격리하는 것이라고 강변하였다.
최종진술에 군검사 Chris Cox 소령은 패널들에게 Keago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Keago는 현재 25세인데 이 정도의 형을 선고해야 그가 65세쯤 되었을 때에는 성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며, 그가 남은 생애 동안 성폭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피고인의 변호인인 Andrea Kissner 소령은 Keago의 정상참작을 피력하였다. 피고인이 이미 한 아이의 아버지이며, 어느 가정의 아들이고, 형제이고, 학교에서는 사관생도임에 집중해 줄 것을 요청했다. 평범한 한 사람으로 공정한 선고형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패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소형보다는 높은 징역 5년을 선고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최종 선고형는 군검사와 변호인이 구형한 중간에서 정해졌다. 즉 20년형은 변호인이 구형한 것 보다는 15년이 많았고, 군검사가 구형한 것보다는 15년이 적었다. 이 유죄 판결에 대해 ‘Keago는 이미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던 그의 누나는 판결이 선고된 후, 기자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군사재판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에서 최근 이뤄지는 재판의 상당수는 성범죄에 관한 것이다. 군내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고 피해자들의 성감수성이 높아진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선진국 군대에서 군 기강을 해치는 가장 골머리는 군내 성폭력 문제이다. 미국은 형사재판에서 전형적인 응보형 및 엄벌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이다. 이 선고형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시키기는 어렵지만 이 사건의 피고인의 범죄혐의는 중한 것은 분명하다. 피해자가 3명이며 피해자가 신고하지 못하도록 협박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형사재판의 배심원과 군사재판의 패널(court member라고도 한다)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배심원은 해당 지역 주민으로 구성되는데 반해 패널은 해당부대 군인으로 구성된다. 패널은 피고인이 사병이면 사병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대신 피고인보다 계급이 낮은 사람은 페널이 될 수 없다. 배심원은 추첨으로 선발되나, 패널은 법무참모부에서 후보군을 유지하고 법무참모가 관할관에게 추천을 하면 관할관이 지정한다. 이러한 점이 배심원과 패널과의 차이이다. 그러나 재판에서 배심원과 패널의 역할과 취지는 서로 비슷하다.
해군사관학교(해사)는 11일 교내 이인호 소령 동상 앞에서 ‘베트남전쟁의 영웅’ 고(故) 이인호 소령의 넋을 기리는 54주기 이인호제를 거행했다.
김명수 교장 주관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유가족과 교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개식사, 국민의례, 약력 및 공적 소개, 헌화 및 분향, 묵념, 추모사 순으로 진행됐다.
고인은 지난 1966년 해병대 대위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같은 해 8월 11일 투이호아 지구 전투에서 동굴 수색작전을 지휘하던 중 적의 수류탄을 안고 산화해 부하들의 목숨을 구했다.
이에 정부는 그의 투철한 군인정신을 기리기 위해 소령 특진과 태극무공훈장을 추서했고, 미국 정부도 은성무공훈장을 추서했다. 또한 해군은 이듬해 모교인 해사에 그의 동상을 세우고 매년 전사일에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김 교장은 추모사에서 “고 이인호 소령은 적의 수류탄 공격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몸을 던져 부하들을 구하고 살신성인한 참군인의 표상”이라며 “우리는 선배님의 군인정신과 희생정신을 가슴에 되새겨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강한 해군·해병대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 이 소령의 군인정신을 본받아 뛰어난 리더십과 희생정신을 갖춘 해군·해병대 장교와 사관생도에게 수여하는 이인호상은 한상호 해군대위, 조재용·박원범 해병대위, 최윤호·서지호 생도가 올해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코로나 방역 강화 반년 만에 훈련 공개 진수 15주년, 안전 항해 위해 전력… 폭우·더위와 싸우는 땀의 현장 속으로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해군 함정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해군은 승조원 모두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외부인과의 접촉을 제한하며 감염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단 한 명의 확진자 없이 함정을 ‘청정 병영’으로 이끄는 힘이 됐다.
이처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방역수칙으로 취재도 제한됐던 함정이 6개월여 만에 문을 열었다. 바로 해군의 대형수송함 1번함 독도함 임전태세 점검 현장을 국방일보에 전격 공개한 것이다. 코로나19 상황과 뜨거운 여름에 맞서 ‘선진해군’을 향해 항진 중인 독도함의 모습을 소개한다. 글=노성수/사진=조종원 기자
독도함의 임전태세 점검 중 함교 당직사관인 곽태준(대위) 작전관이 전투배치 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물 폭탄이 쏟아졌던 지난 6일, 요란한 빗줄기를 뚫고 도착한 진해 군항에서 독도함을 마주했다. 현문에서 발열 체크와 문진표 작성을 마치고, 독도함에 발을 내딛자 ‘바다를 지배해 나라를 구한다’는 의미의 ‘제해보국’이라는 표어가 기자를 맞는다. 해군의 굳은 영해 수호 의지를 새기고, 사관실·비행갑판·함교 등 함 내 주요 시설로 이동하는 6층 규모의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자 벅찬 감정이 요동쳤다.
올해로 진수 15년을 맞은 독도함은 상륙작전을 위한 병력과 장비수송 등을 기본 임무로 하는 대형수송함이다. 경하톤수 1만4000톤급 함정으로 길이 199m, 폭 31m, 높이 49m다. 4기의 디젤엔진은 최대 23노트(시속 42㎞)까지 속력을 낼 수 있으며 비행갑판에는 최대 8대의 헬기 착함이 이뤄진다.
또한 전차, 상륙돌격장갑차, 고속공기부양상륙정 등 적재와 상륙군 720여 명의 편승이 가능하다.
그동안 대한민국 대표 함정으로 국내외 국제관함식에 참가해 국격을 드높이고, 세월호 침몰사고 땐 구조 현장에서 해상지휘소 역할을 해냈다.
지난 6일 진해군항에서 독도함 승조원들이 출항을 위해 홋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한여름 비 오듯 흐르는 땀방울
“출항~~!”
군항을 짙게 감싼 해무를 뚫고 독도함의 힘찬 항해가 시작했다. 먼저 드넓은 바다에 나서기 앞서 폭이 좁은 협수로를 통과하는 연안항해에 돌입했다.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한 기상 탓에 함교에는 긴장감이 맴돈다.
안전하게 수로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GPS를 통해 함정 위치와 항로를 파악하지만, GPS 교란 및 고장 등의 돌발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렇기에 결국 함정요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3분마다 연안의 지형지물, 섬 등을 활용해 함정과의 상대범위를 측정, 수기로 함정의 위치를 산출하는 방위측정수·방위기록수·위치기점수의 눈과 손이 분주하다.
우현 견시를 맡은 요원도 눈과 쌍안경을 이용해 전방을 주시하며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접촉물을 수시로 함교 당직사관에 보고했다.
함교 당직사관 곽태준(대위) 작전관은 “오늘처럼 해무가 짙게 드리우면 자칫 레이더 사각지대에 위치한 선박들과 충돌할 수도 있기에 안전 속력을 준수하고 있다”며 “안전 항해를 위해서는 훈련과 장비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팀워크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함정의 안전운행을 책임지는 또 다른 곳인 기관실은 기계가 뿜어내는 열기와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협소한 공간과 높은 습도 탓에 온몸에서 쏟아지는 땀을 주체하기도 힘들건만, 요원들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장비점검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아람 하사는 “기관실은 겨울에도 더운 곳이라 땀내 나는 근무복은 숙명”이라며 “‘기관은 함정의 심장’이라는 자부심으로 24시간 함정의 안전을 점검하며 쉬지 않고 장비를 작동하고 있다”고 다부지게 답했다.
동시에 비행갑판에서는 이물질피해(FOD·Foreign Object Damage) 방지작업이 한창이다. 혹시 모를 헬기 운용상황에 대비해 승조원들이 비행갑판 위 외부물 제거를 위해 나선 것. 갑작스러운 궂은 비와 파도의 심술에도 아랑곳없이 작업에 열중하는 승조원들의 모습이 진지하기만 하다.
완벽한 투묘로 바다 위 정박
“투묘요원 배치!”
진해 군항에서 출항한 지 1시간여 만에 갈산도 근해에 도착한 독도함에 ‘바다 위 주차’로 불리는 투묘 알림방송이 울렸다. 투묘는 함정이 부두가 없거나 기상악화 등의 이유로 정박할 수 없는 경우 닻을 해저에 내리고 고정시키는 것이다. 함정이 정확히 바다의 목표한 지점에 정박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훈련으로 제반 절차를 숙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묘 요원들이 현장으로 신속히 배치된 가운데 함내 방송은 함정과 투묘지까지의 거리를 지속적으로 알려 투묘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투묘!”
투묘지에 도착하자 독도함은 양묘기를 이용해 닻과 닻줄을 바다에 투하하기 시작했다. 이날 독도함은 투묘지 전방에서 후진으로 도착해 함수 좌현에 있는 한 개의 닻을 내리며 완벽한 투묘에 성공했다.
기동 중인 독도함 기관실에서 엔진을 점검하고 있는 추기부사관 김정우 하사. 사진=조종원 기자
전투배치로 실전적 운용능력 검증
“총원 전투배치!”
이번에는 함내 방송으로 함정으로 접근하는 미식별 항공기에서 대함유도탄이 발사된 상황이 전파됐다. 승조원들이 방탄모와 부력방탄복을 갖춰 입고 신속하게 각자의 위치에 배치됐고 함정은 경고방송을 시작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발생이다. 전열을 정비한 독도함은 대함유도탄방어유도탄을 발사하며 대응했다. 함수와 함미 부근에 각각 설치된 30㎜ 근접방어무기체계도 방어 태세를 갖췄다.
진해군항에 정박한 독도함에서 승조원들이 출항에 앞서 부식 적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항공기 추락 중에 있음!” 힘찬 우현 견시보고와 함께 상황종료 방송이 나오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해상에서 함 운용 관련 전 분야에 걸쳐 점검한 독도함의 일과는 정박 후에도 멈추지 않는다.
이번에는 부식 적재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엄청난 분량의 부식을 함정으로 투입하기 위해 독도함 요원들 총원과 지게차까지 투입됐다. 지게차 운용은 여군 운전부사관인 김현지 하사의 몫이다. 김 하사는 후덥지근한 날씨 속에서도 육상과 함정 사이의 가파른 경사도 여유 있게 통과하며 부식을 실어날랐다.
김 하사는 “지게차는 무게 축이 뒤에 있어 비나 강풍 발생 시에는 미끄러질 가능성이 있다”며 “수송장의 관리감독 아래 탄약, 부식, 펌프 등의 적재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임전태세점검을 지휘한 후 부식 적재까지 솔선수범한 오순근(대령·진) 함장은 “함장부터 갓 전입한 수병까지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만큼 무엇보다도 팀워크를 강조하고 있다”며 “독도함이 올해로 진수 15주년이 됐다. 코로나19로 제한되는 상황이 있지만, 끊임없는 임무 수행능력 배양으로 앞으로도 독도함의 항진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2002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더 섬 오브 올 피어스(The Sum of All Fears)'에는 미 군사력의 상징인 항공모함이 러시아 폭격기의 미사일 공격에 허망하게 부서지는 장면이 나온다. 5조~6조원이나 되는 미 해군의 9만t급 니미츠급(級) 항모(航母)가 러 TU-22M '백파이어' 초음속 폭격기가 쏜 수십억원짜리 Kh-22 초음속 미사일을 얻어맞고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태평양전쟁을 계기로 거대 전함의 시대는 가고 항모 시대가 왔다. 항모는 미국은 물론 강대국들이 위력을 과시하는 상징적 존재가 됐다. 미국은 항모 왕국이다. 구소련은 도저히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되자 항모를 잡기 위한 공격용 원자력 잠수함과 대함(對艦) 순항미사일을 발전시켰다. 미국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도 항모 전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태평양 전쟁 초기 세계 최대 항모 국가였다. 항복한 뒤 항모를 갖지 못하다가 중국의 부상, 트럼프 대통령 등장을 틈 타 경(輕)항모를 보유하려 하고 있다. 이즈모급 헬기 항모 2척을 오는 2025년쯤까지 경항모로 개조하고 F-35B 스텔스 수직 이착륙기를 실을 계획이다. 그러자 우리 정부와 군도 2030년대 초반 실전 배치를 목표로 3만t급 경항모와 F-35B 도입을 추진한다고 한다. 경항모 도입으로 안보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항모는 5조원 이상의 엄청난 예산이 드는 사업이다. 운용비도 만만치 않다. 그 효용성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항모 보유국은 대부분 넓은 바다와 해외 활동 영역을 갖고 있다.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은 우리의 8배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근해, 특히 서해는 폭이 좁아 항모가 작전하기 매우 취약하다"고 한다. 중국은 항모 킬러 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 중·러는 마하 10 이상인 극초음속 미사일도 배치하고 있다. 일본도 이들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우리는 이를 방어할 수단이 없다. 우리 경항모가 유사시 중·일·러에 손쉬운 '고가(高價) 표적'이 된다는 뜻이다. 우리에겐 F-35B보다 무장량이 큰 F-35A가 필요하다. 그런데 F-35A 도입할 예산으로 F-35B를 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러 논란에도 경항모 도입에 오히려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 때문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 청와대가 "일본 경항모보다 우리 것이 더 크다는 것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냉철하게 분석, 추진해야 할 전력 증강마저 반일 정치 논리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