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력 재정비 서둘러야

한국군의 대북 전쟁억제력은 이미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대량살상무기(WMD)인 핵무기·화학무기·생물무기·탄도탄을 모두 갖춘 군사강국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김성만   

 한국의 안보환경에 가장 적합한 조직은 삼군본부 중심의 삼군 병립체제 
  
  최근 들어 북한의 대남 협박과 무력도발 위협은 나날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북한은 2009년 들어서‘대남 전면대결과 서해 북방한계선 무효화’를 선언하고, 남북간 군사 합의사항(불가침 선언 등)을 모두 무효화하고, 남북 군 통신망을 차단하고, 개성공단 출입을 일방적으로 통제하고, 한국 국적기의 동해상공 통과를 제한하고, 4월 초에는 탄도탄(인공위성으로 위장신고)을 태평양으로 발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심지어 지난 1월17일에는 북한군총참모부 대변인이 군복을 입고 나와 TV를 통해 장문의 비난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우리의 존경받는 국군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을 “매국역적, 역도”라는 망발을 10차례 언급했다.
 
  우리 군(軍)은 이런 일련의 대남도발에 대해 행동으로 응징하지 못하고 있다. 적군(敵軍)의 망발에 대해 우리 국방부(합참)는 제대로 된 반박성명하나 내지 못했다. 탄도탄 발사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더욱 한심하다. 미국·일본의 군(軍)은 요격준비까지 완료하고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 일본은 동해에 이지스함(탄도탄 요격용 SM-3 미사일 탑재)을, 본토에는 패트리어트(요격용 PAC-3)미사일을 배치했다. 미국은 동해에 이지스함(SM-3)을, 알래스카에는 육군의 전구고고도 방공미사일(THAAD)을 배치했다. 이 무기체계는 북한 탄도탄에 대비해 개발되어 요격시험까지 마치고 실전에 배치된 것이다.
 
  그런데 한국군은 2008년에 이지스함(SM-2)을 보유하고도 요격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요격용 미사일을 탑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군이 2008년에 보유한 패트리어트(PAC-2)미사일도 요격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당연히 동해에 이지스함을, 울릉도에 패트리어트를 배치해서 요격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요격능력이 없는 무기체계라서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북한으로부터 갖은 수모를 당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남북한의 군사력 균형이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국방력으로는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보다도 더한 모욕과 도발도 참고 견뎌야만 한다.
 
 2006국방백서와 2008국방백서를 비교해보면 남북군사력 격차가 지난 2년 동안 얼마나 많이 벌어졌는가를 바로 알 수 있다. 남·북군사력 비교 도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군은 북한군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한국군의 대북 전쟁억제력은 이미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대량살상무기(WMD)인 핵무기·화학무기·생물무기·탄도탄을 모두 갖춘 군사강국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어떻게 북한이 2년 만에 병력을 증강하고 저렇게 많은 장비를 확보할 수 있었는지 놀라울 뿐이다.
 
 
  그러면 한국군이 왜 이 지경으로 약화되었는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비정상적인 국방조직 때문이다. 군사력을 건설하고 교육/훈련하는 조직과, 이를 운용(작전)하는 조직이 이원화되어서 그렇다. 우리 국방부는 1990년에 8.18 군 조직 개편계획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1990년 10월1일에 탄생한 것이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다. 현재는 4본부, 2참모부, 4실의 대규모 조직이다. 합참의 기능은 ① 군령(軍令)에 관하여 국방부장관을 보좌 ② 국방부장관의 명을 받아 전투를 주 임무로 하는 각 군의 지휘, 감독 ③ 합동작전 수행을 위하여 설치된 합동부대를 지휘, 감독하여 합동 및 연합작전을 수행이다.
 
  즉 국방부 장관은 삼군본부(육·해·공군)를 통해 군정권(軍政權)을 행사하고 합참을 통해 군령권(軍令權)을 행사하는 것이다. 즉, 삼군본부는 양병(養兵)을, 합참은 용병(用兵)의 기능을 맡고 있는 것이다. 원래 전투를 주 목적으로 하는 군 조직에서 양병과 용병의 기능을 엄밀히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나눈 것이다. 각 군이 수십 년간 잘해오던 용병기능을 합참이 가져간 것이다. 그리고 합참의장은 각 군의 참모총장보다 선임자가 되었다.
 
  이 때부터 국방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여러 분야에서 합참과 각 군 본부 간에 의견이 맞지 않은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이런 와중에서 주인 없는 국방예산은 여기저기에 휘둘리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1990년의 국방비가 국내총생산(GDP)의 3.6%에서 2008년에는 2.7%까지 감소했다. 2000년에는 2.5%였다. 분쟁국인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6~8%이고 북한은 계속 30%이상이다. 자연히 한국군은 새로운 무기체계를 도입할 예산이 부족하다.
 
  북한은 1990년 초부터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하여 WMD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 기간에 우리는 해마다 국방비를 줄여 나갔다. 북한의 군사위협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에 대비해야할 책임부서가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군사력은 상대적으로 초라한 수준으로 전락했고 한국국민은 북한 핵무기의 인질이 된 것이다. 김정일의 자비심에 의존하여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처량한 신세가 된 것이다.
 
  용병분야에도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한국 국방조직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1994년 미국의 영변핵시설 폭격계획 때 한국정부는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1994년 남북회담에서 北대표의 “서울 불바다 선언”에도 군사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1994년 12월1일부로 한국 합참이 평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함에 따라 북한군은 우리의 취약점을 알고 각종 무력도발을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만 열거하면 1996년의 강릉해안 상어급잠수함 침투, 1998년 속초근해 유고급잠수정 침투와 강화도/여수 근해 간첩선 침투, 1999년 제1차 연평해전 도발, 서해5도 근해 해상경계선 설정, 2000년 서해5개 섬 통? 劉맙?선포, 2001년 대규모 北상선 영해/제주해협/NLL 침범, 2002년 제2차 연평해전 도발, 2004년 연평해전 도발함 NLL 재침범, 2005년 북한 핵무기 보유선언, 2006년 대규모 탄도탄 발사 무력시위와 핵실험, 2008년 ‘제3차 연평해전·제2의 한국전쟁’ 발발 운운 및 ‘잿더미’ 표현으로 핵무기 사용위협 등이다.
 
  과거 각 군 본부가 군정과 군령을 책임지던 시절에는 북한의 군사도발이 지금과 같이 반복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당시는 전체적으로 군사대응과 후속조치가 잘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상과 같이 북한의 무력도발은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2000년, 2007년) 합의사항과는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우리는 작전을 전담하는 합참이라는 큰 조직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시점에서 국방조직이 한국의 안보상황에 적합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도 오래 전부터 합참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통합군(統合軍)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한다. 각 군의 본부와 해병대사령부를 모두 없애는 개념이다. 북한·중국·러시아 등의 공산국가에서 주로 채택하고 있다. 캐나다 등 소규모 병력의 민주주의 국가가 일부 운용하고 있으나 주적(主敵)이 없는 평화의 나라다.
 
  우리 정부는 과거 여러 차례에 걸쳐서 통합군을 검토했다. 8.18계획을 추진할 당시에도 통합군은 한국이 가야할 방향이 아닌 것으로 분명히 결론지었다. 통합군은 현 북한군 체제와 같은 것으로서 선군정치(先軍政治)의 위험, 민주주의 후퇴와 독재 병영국가로의 전환, 과도한 국방비 투자를 우려해서 민주주의 국가에 맞지 않은 체제다. 경제를 희생하면서 군사강국이 될 수 있는 이점(?)은 있다. 이것이 북한이 우리에게 주는 좋은 교훈이다.
 
  따라서 정부는 하루 속히 국방조직을 재정비하여 국방력을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년간 운용해본 합참조직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증명된 것이다. 한국의 안보환경에 가장 적합한 조직은 삼군본부 중심의 삼군 병립체제가 분명하다. 이미 효율성이 실증되었기 때문이다. 합참의 작전기능은 과거와 같이 국방부장관 아래에 두면 된다. 국방장관의 업무가 과도하다면 군령을 맡는 제2국방차관을 신설하면 된다.
 
  합참 예하에 합동군사령부가 다음 달에 창설된다고 한다. 앞으로 옥상옥(屋上屋)의 구조로 국방에 큰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 통합군으로 가기위한 중간계획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잘못된 선택이다. 지금 와서 북한의 실패한 통합군체제를 우리가 채택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국방조직의 효율성을 위해 각 군 본부(계룡대)를 서울로 이전해야 한다. 지금의 합참 건물과 합동군사령부용으로 신축할 건물을 사용하면 될 것이다. 항간에 떠도는 삼군사관학교(육사·해사·공사)의 통합문제와 통합군으로의 전환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해당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고, 군 간의 암투 등으로 인해 군사력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 지금은 장병들의 사기를 고양하고, 한 푼의 돈이라고 아껴서 총탄·포탄을 만들어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국가생존을 위해 적정 국방비의 증액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하루빨리 국방력이 정상화되어 북한에 당당히 대응하는 국군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konas)
 
 김성만(예비역 해군중장, 전 해군작전사령관)
 

출처 : 竹馬故友
글쓴이 : 오인의 벗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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