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SLBM 등장으로 난리가 아니다. 당장 대한민국이 위기에 빠졌다고 언론들이 시끄럽다. 여태까지 우리 군은 뭐했냐고 비난이 높아진다. 그리고 당장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도입해야 한다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심지어는 평상시 원잠이 무엇인지 생각도 안해본 정치인들조차 목청을 높이고 있다.
필자도 원잠 도입에 찬성하고 이를 강하게 주장하는 입장이지만, 지금과 같은 접근법에는 동의할 수 없다. 조용히 그리고 차분히, 정말 필요로 한 게 무엇인지 차분차분히 헤쳐 나가야 하는데, 그런 지혜는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1척당 1조5000억 수준에 이를 원자력 잠수함을 기존의 대형사업들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과연 만들 의지가 있는지 질문해볼 일이다.
한편 SLBM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역시 잠수함의 능력이 중요하다. 북한은 무려 80여척의 잠수함정을 보유하고 있어 척수만 놓고 보면 세계 최고수준이다. 과연 북한 잠수함의 현황은 어떠할까? 무시무시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게 맞을까?
▲북한은 지난 8월 24일 SLBM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미사일 능력 뿐만 아니라 잠수함능력도 동시에 과시했다.
잠수함, 강국 북한 북한의 해군력은 보잘 것이 없다. 원래부터 해군력이 약한 소련을 모방하다보니 6.25 전쟁을 준비하면서도 겨우 어뢰정으로 무장했을 뿐이었다. 북한 해군은 무려 740여척의 수상함을 보유해, 160여척을 보유한 우리 해군보다 수적으로 엄청난 우세에 있다. 그러나 1000 톤을 넘는 대형전투함은 3척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중소형의 함정들이다. 이런 해상전력의 열세에 자극을 받은 북한은, Kh-35계열의 대함미사일을 생산하거나 신형초계함이나 스텔스 고속정을 건조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수상함 전력의 강화보다 더 위력적인 것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잠수함 전력이다. 북한은 무려 70여척에 이르는 잠수함정을 보유하고 있다고 국방백서는 밝히고 있는데, 이는 우리 해군의 2~3배에 이르는 수치다. 북한은 우리보다 30년 먼저 잠수함을 갖기 시작한 잠수함 강국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척수가 아니라 그 성능이다.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을 겪으면서 잠수함이 얼마나 무섭고 위력적인 것인지 우리 해군은 경험한 바 있다.
북한의 잠수전력은 잠수함과 잠수정으로 나뉜다. 배수량이 500 톤보다 작으면 잠수정이고, 크면 잠수함이다.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에는 R(로미오)급과 W(위스키)급이 있다. 위스키급은 63년부터 4척을 도입된 후 현재는 퇴역했을 것으로 예측됐으나, 최근 선전영상을 통해 운용 중인 모습이 비춰지기도 했다. 로미오급은 모두 22척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확히는 소련제가 아니라 중국제 카피판인 033式을 1973년부터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은 일단 4척은 중국에서 직도입했으며, 나머지는 함경남도 신포 조선소 등지에서 생산했다고 한다.
로미오급은 전장 76m에 배수량 1800톤으로 북한의 잠수함 가운데 가장 크지만, 노후하여 위스키급과 함께 퇴역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 6월 16일 노동신문에 김정은이 로미오급에 탑승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여전히 현역을 지키고 있음이 확인됐다. 또한 지난 7월 5일 노동신문에는 섬상륙 전투훈련에서 로미오급 잠수함이 가상의 항만시설을 향해 어뢰를 발사하는 장면까지 공개되기도 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로미오급은 사실 나치 독일 U보트의 최종형인 21형을 참조해 만든 잠수함이라는 점이다.
치명적인 상어급과 연어급 한편 소형 침투용 잠수정으로는 '유고'급 잠수정도 있었다. 유고슬라비아에서 설계된 형태라고 하여 유고급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유고급은 이미 1965년경에 북한으로 도면이 건네져 제작 되었으며, 이후 북한 스스로가 설계를 발전시켜 유고급 후기형(해외에선 P-4급으로 구분)과 연어급까지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장 20m에 110톤인 유고급은 작은 크기로 인해 작전능력이 극도로 제한되며, 어뢰발사관이 있으되 수상함 공격에 사용될 것으로 추정되진 않았다. 다만 동급은 작은 크기로 잠수요원을 침투시키고 회수하는 용도로는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고급 잠수정 가운데 한 척은 1998년 6월 22일 동해안 침투를 시도하다가 꽁치잡이 그물에 걸려 항해불능이 되면서 우리 군에 포획된 바 있다. 한편 북한은 유고급을 1997년 베트남에 2척 판매한 바도 있다.
이렇게 독자적 설계가 발전하는 가운데 등장한 북한의 핵심 잠수전력은 상어급과 연어급이다. 1980년대 등장한 상어급은 길이 35m에 325톤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로 잠수정으로 분류된다. 북한은 모두 38척의 상어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지난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에서 동급 잠수정을 우리 군 당국은 노획하기도 했다. 북한은 모두 40척의 상어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길이 40m의 개량형이 목격되기도 했다. 상어급은 21인치 어뢰관 2문을 보유해 수상함에 대한 공격도 가능하며, 강릉무장공비사건에서처럼 특수부대 침투조를 투입할 수도 있다.
연어급은 길이 29m에 130톤으로 매우 작은 잠수정으로 2000년대 등장했다. 그러나 연어급은 작은 크기임에도 상어급과 마찬가지로 21인치 어뢰발사관 2문을 보유해 수상함을 격침시킬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2010년 3월 26일 연어급은 단 한 발의 어뢰로 우리 해군의 초계함인 천안함을 격침시켰다. 연어급은 연안에서의 우수한 성능으로 인해 해외로 수출되기도 했다. 이란 해군이 연어급을 2009년부터 건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은 최초에 완제품을 인도한 이후에 제작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을 채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연어급에 '가디르'급이란 명칭을 부여하며, 무려 21척이나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다.
가디르급은 첨단 야시장비를 포함한 다양한 센서를 장착하고 있으며, 고속 어뢰에서부터 대함미사일까지 운용할 수 있다. 즉 북한의 잠수함정에서도 머지않은 미래에 대함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1998년 나포된 유고급(좌)과 1995년 좌초된 상어급(우)
▲이란의 가디르급(사진)은 천안함 폭침의 원흉인 언어급을 이란에 수출한 것이다.
SLBM과 고래급의 등장 그러나 최악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 북한은 '북극성' SLBM을 개발하면서 새로운 플랫폼을 필요로 했다. 필자는 2014년 여름 신포항 앞바다에 새로운 잠수함이 등장했을 때 이것이 SLBM 발사의 플랫폼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길이로 보아 그저 낡은 로미오급을 교체하는 것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그해 말에 등장한 사진에는 잠망탑 윗부분이 상당히 넓게 뚫려 있는 모습이었다. 이때부터는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드디어 SLBM 잠수함을 개발한 것이었다. 민간에선 새로운 잠수함을 '신포급'이라고 불렀으나, 군에서는 연어-상어 다음으로 큰 덩치를 감안하여 '고래급'으로 불렀다.
고래급은 여러 가지 한계를 안고 있는 잠수함이다. 일단 발사관이 1개 뿐이다. 군사용으로 1발 밖에 쏠 수 없다는 것은 뚜렷한 한계가 된다. 또한 기존의 디젤-전기식 추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잠항기간은 2~3일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속에 최대한 오래 잠겨 언제든 타격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적국에게 안겨주기에는 커다란 한계가 있다. 게다가 발사관의 발사각도도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험발사시 점화가 실패해 발사가 안될 경우 잠수함이 깨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취한 조치다. 즉 이 함은 실전용이 아니라 시험평가용 잠수함이라고 봐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애초에 덩치가 큰 잠수함을 만들었다면야 굳이 잠망탑에 커다란 공간을 마련해가면서 미사일 발사관을 억지로 우겨넣지 않아도 될 일이다. 그러나 선체에 SLBM을 탑재하려면 미국의 오하이오급이나 러시아의 델타급 수준으로 덩치가 커져야만 한다. 이는 단순히 배가 커지는 문제가 아니라 추진방식까지 원자력 추진으로 바꾸지 않으면 충분한 힘을 얻기 힘들다. 결국 북한이 가진 현재기술의 한계상, 디젤-전기 추진식 잠수함으로 SLBM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결국 잠망탑까지 활용해 미사일을 수납할 수밖에 없다. 과거 러시아도 줄루5급이나 골프1·2급에서 이런 방식으로 미사일을 운용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세 가지이다. 우선 잠수함으로는 SLBM을 2발 이상 장착가능한 잠수함을 반드시 만들 것이다. 소위 3000톤급 잠수함이 개발되고 있을 것이며, 현재 신포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둘째 이러한 잠수함을 최소한 3척이상 보유할 것이다. 365일 24시간 실전적인 핵순찰이 가능하려면 최소 3척 이상이 교대로 작전에 나서야만 하기 때문이다. 셋째 궁극적으로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개발할 것이다. SLBM을 개발하면서 원자력 추진을 고려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이렇게 원잠능력이 확보되면 핵미사일도 2~3발 수준이 아니라 10여발 장착이 가능하게 된다. 북한이 본격적인 핵보유국으로써 인정받기 위해선 SLBM만 있다고 되는게 아니라 이를 상시적으로 바다에 숨길 수 있는 전략원잠이 핵심이라는 말이다.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북한의 고래급(신포급) 잠수함
북한이 보유한 가장 조용한 힘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들은 디젤 잠수함이다. '바다의 경운기'라며 북한의 잠수함 전력을 비웃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더욱 정확히 말하면 디젤-전기식 잠수함으로, 디젤 발전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해서 운용하는 것이다. 디젤엔진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하게 모터로 추진한다. 따라서 아무리 구형이라도 잠수함 공격을 100% 탐지하기는 어렵다.
우리해군이 운용하는 장보고급 잠수함은 이미 여러차례 한미 연합훈련을 통해서 미군의 거대한 군함들을 여러차례 '격침'시킨 바 있다. 아무리 구형이라지만 북한 잠수함으로도 이런 공격이 불가능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또한 로미오나 위스키급을 제외하면 상어급 개량형이나 연어급의 경우에는 최신기술이 적용되어 정숙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절대로 방심해선 안될 일이다.
사실 무서운 건 잠수함 자체가 아니다. 잠수함이 운용하는 무장, 즉 어뢰가 잠수함 보다 더 무섭다. 천안함 이전만 해도 많은 이들이 북한은 유도없이 직진만 하는 직주어뢰만을 운용하는 게 아니냐며 무시했다. 그러나 북한은 실제로 소리를 쫓아가는 음향유도어뢰나 배가 일으키는 파도를 추적하는 항적유도어뢰 등을 보유하고 있었고, 천안함에 명중시켜 잠수전력을 과시했다. 어뢰 뿐만 아니라 대함미사일도 큰 위협이다. 대부분의 잠수함 운용국에서는 이런 대함미사일을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다. 북한도 최근 선전영상을 통해서 Kh-35 계열의 현대적인 대함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를 잠수함이나 잠수정에서 발사하여 공격하는 것도 머지 않은 미래에 가능할 일이다.
물론 북한은 잠수함에서 내보낼 수 있는 궁극의 위협카드를 꺼내들었다. 바로 SLBM이다. 어뢰나 대함미사일은 바다위의 함정만을 노리지만, SLBM은 한 나라를 송두리째 없애버릴 수도 있다. 현재 고래급 잠수함이 완벽하진 않지만 여기서 발사하는 한 발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핵전력의 마지막 관문이랄 수 있는 SLBM의 개발성공을 바라보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선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가져야만 핵능력을 확고히 선언할 수 있다. 코앞의 일은 아니지만 그리 먼 일도 아닐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가 조용하고도 차분하게, 하지만 충분히 빠르게 대응해야만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합참과 해군의 근본적이고도 발빠른 대응을 응원한다.
▲고래급은 실전함이라기보다 테스트함으로 SLBM의 미사일 발사관이 기울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