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6시 4·10 총선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지도부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박수를 치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는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남강호 기자·뉴시스
10일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174~175석을 얻으며 압승을 거뒀다. 국민의힘은 집권당으로는 민주화 이후 최소 의석을 얻는 데 그쳤다. 사상 최대 격차의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나타난 총선 결과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민심의 엄중한 심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전반 2년뿐 아니라 남은 3년도 거야(巨野)와 함께해야 하는 만큼 국정 운영 스타일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은 전국 지역구 254곳 중 161곳(63.4%)에서 승리했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예상 의석 13~14석을 합치면 174~175석을 차지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했지만 2년 만에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대승을 거뒀다.
국민의힘은 영남과 강원 등 지역구 90곳에서 당선자를 냈다.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예상 의석을 합치면 109석 안팎이다. 서울 일부에서 선전했지만 경기 ‘반도체 벨트’를 비롯한 수도권 탈환에는 실패했다.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경기 수원병에 출마한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경기 용인갑에 출마한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등도 낙선했다. 반면 서울에서 나경원(동작을), 김재섭(도봉갑) 후보 등이 당선됐다.
46석이 걸린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11일 새벽 4시 40분 현재 국민의미래가 37.62%, 더불어민주연합이 26.33%, 조국혁신당이 23.69%, 개혁신당이 3.50%를 득표 중이다. 12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예상돼 3당이 유력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 직후 “국민이 승리했다”며 5월 국회가 개원하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딸 논문 대필 의혹을 조사할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을 더하면 범야권 의석은 190석에 근접할 전망이다. 개혁신당은 경기 화성시 을에서 이준석 후보가 당선됐고 비례대표로 1~2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례 의석 배분은 현행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라, 비례 투표에서 3% 이상을 득표한 정당들 간 득표율 비중이 소수점 아래에서 조금만 변하더라도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당의 최종 의석 수는 비례 개표가 완전히 끝난 뒤에나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기현(오른쪽)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한 모습. /뉴스1
국민의힘 지도부 일부 인사들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임명직 당직자 전원의 일괄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당 지도부 일부 최고위원들이 김기현 대표에게 임명직 당직자 일괄 사퇴를 건의했다”며 “김 대표가 고민해서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보선 패배 이후 쇄신책으로 ‘미래비전특별위원회’를 출범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일종의 혁신위원회를 띄우자는 것인데, 특위 이름과 성격이 모호해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며 “누구를 위원장으로 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또한 지도부는 총선기획단을 조기에 출범하고, 인재영입 발표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부 최고위원들이 “이것만으로는 혁신 의지를 보이기에 부족하다”며 “좀 더 숙고한 다음 쇄신책을 발표하자”는 뜻을 김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이날 김 대표에게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뜻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선 패배 직후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