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이 국가 전복...'지상 지옥' 아이티, 경찰이 조폭 피해 도망

 

무정부 상태… 슬픈 아이티

입력 2024.03.26. 03:12업데이트 2024.03.26. 07:24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는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부터 극심한 치안 공백에 시달려 오다가 최근 조직폭력단(조폭)의 폭력 사태가 더욱 심화해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지난 21일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대통령궁 인근 거리에서 시민들이 총격에 몸을 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미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 페티옹빌에서 벌어진 경찰과 조직폭력배(조폭) 간 총격전으로 22일 최소 열 명이 숨졌다고 현지 언론 아이티리브레가 보도했다. 이 지역에서 닷새간 벌어진 총격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30여 명으로 늘어났다. 유엔난민기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티에서는 살인 사건이 4789건 일어났다. 폭력·절도·성폭행 등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강력 범죄를 빼고 순수하게 사람 목숨을 앗은 사건만 집계했는데 전년도보다 120% 증가했다.

조폭들이 국가를 점령하다시피 하고 활개 치는 상황이 진압되지 않을 경우 피해자 수는 올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10년 1월 3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지진을 겪은 뒤 국제사회에서 ‘온정의 손길’이 답지했던 세계 최빈국 아이티가 재건은커녕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상황이다.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집에서 괴한에게 피살된 뒤 3년 가까이 벌어진 정치 혼란에 조폭 두목의 협박으로 총리가 쫓겨나는 상황까지 이르면서 ‘전례를 찾기 힘든 실패한 나라’라는 낙인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무장 경찰들이 조폭에게 총을 겨냥하며 대치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중남미·카리브해 국가 협력체인 카리브공동체(CARICOM)는 22일 아이티 정당 관계자들과 과도정부를 이끌 임시 총리 인선과 향후 선거 일정 등을 정하는 협의에 들어갔다. 아이티는 흑인 노예들의 무장투쟁으로 프랑스 식민 세력을 물리치고 1804년 건국한 중남미 최초의 흑인 독립국가로 주변국 독립 투쟁의 본보기가 됐던 나라다. 그랬던 아이티가 이제는 국정을 이웃 국가들에 의탁하는 처지가 됐다. CARICOM 가입국들은 대부분 1960~1980년대 독립한 신생국이다.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는 지난 12일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가 사의를 밝히면서 촉발됐다. 2021년 모이즈 대통령이 피살된 뒤 국가 지도자 역할을 해왔지만 후임자도 없는 상황에 덜컥 물러나겠다고 한 것이다. 그를 몰아낸 이는 아이티 최대 폭력 조직 ‘G9′의 두목 지미 바비큐 셰리지에다.

그래픽=김성규

셰리지에가 이끄는 G9을 비롯해 아이티 조폭들은 단계적으로 국가를 혼란으로 내몰았다. 이달 초 교도소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습격해 죄수 3000여 명을 탈옥시키며 나라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조폭과 군경의 총격전 과정에서 사상자는 속출했다.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조폭들은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셰리지에는 6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앙리(총리)가 물러나지 않으면 대량 학살을 겪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 그 뒤 진짜로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나 버렸다. 아이티가 ‘조폭 공화국’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셰리지에는 40대 후반의 나이로 원래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이었지만 범죄 연루 혐의로 2018년 12월 해고된 뒤 조폭으로 돌변했다. 이름 가운데 붙은 ‘바비큐’라는 별칭에 대해 자신은 “어머니가 어린 시절 통닭을 구워 가족들을 먹여살린 데서 딴 것”이라고 하지만, 일부 외신은 ‘사람을 산 채로 불지를 정도로 잔혹하다고 해서 생긴 악명’이라고도 보도한다.

국가 기능이 상실되면서 아이티 국민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조폭 난동으로 36만명이 집을 떠나 난민이 됐고, 100만명이 기근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유엔세계식량기구)도 나온다. 미국·프랑스·독일 등 주요 국가들은 앞다퉈 자국민을 철수·대피시키고, 접경국인 도미니카공화국은 국경 수비 강화에 나섰다.

 
 

다른 제3세계 국가보다 빨리 독립을 쟁취한 아이티가 세계 최악의 실패 국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국가의 중대 기로마다 위정자들이 ‘최악의 선택’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흑인 노예의 독립국’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아이티는 건국 초기 중남미 식민지 독립 투쟁을 지원하고 독립투사들의 도피처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유럽과 미국에 의해 고립됐고, 서구에 적개심을 갖게 된 아이티 지도자들은 헌법에 외국인의 토지 소유 및 투자 금지 조항을 삽입하는 등 폐쇄적 정책으로 맞섰다.

포르토프랭스의 조폭 연합인 G9의 수장이자 전직 고위 경찰관 지미 바비큐 셰리지에. /로이터 뉴스1

후임자들도 민생보다 권력 유지에 혈안이 됐다. 폭정으로 악명 높던 프랑수아 뒤발리에(1957~1971년 집권)와 장클로드 뒤발리에(1971~1986년 집권) 부자(父子)의 철권통치 종식 뒤에도 연이은 쿠데타와 유혈 사태, 다국적군 개입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2010년 1월 대지진 참사를 지켜본 국제사회의 지원이 잇따르면서 재건의 길에 들어서리라는 기대도 나왔지만 큰 진전은 없었다. 2011년 역사상 최초로 여야 간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민주주의가 싹틀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정파 간 권력 다툼 가운데 총리 인준에 실패하고, 선거가 연기되는 등 혼란이 이어졌고 급기야는 대통령 암살 뒤 조폭이 나라를 쥐락펴락할 정도의 상황까지 전락했다.

앞서 아이티가 혼돈에 빠졌을 때는 미국 주도 다국적군(1994년)과 유엔안정화임무단(2004년)이 급파됐다. 하지만 지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두 개의 전쟁에 지친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관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프리카 케냐가 지난해 자국 경찰 1000명을 치안 인력으로 파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혼란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아이티는 수많은 국가에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미국 경제학자 대런 애스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아이티를 북한·소말리아 등과 함께 ‘권력 유지에만 혈안이 된 권력자들의 탐욕으로 인해 실패한 국가’로 꼽는다.

☞아이티

중미 카리브해 히스파니올라섬의 서쪽 3분의 1가량(2만7750㎢)을 차지하는 나라. 나머지는 도미니카공화국이다. 인구 1147만명(지난해 기준)의 95%는 흑인이다. 프랑스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이후 독재와 미국 군정, 군부 쿠데타와 내전 등을 거치며 극심한 빈곤과 치안 부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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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탈출 행렬' 시작됐다?... 무정부 상태 빠진 아이티 모습

 

 

타이태닉 5배...세계 최대 크루즈 '아이콘 오브 더 시스' 첫 출항

 

25만톤급 ‘아이콘 오브 더 시즈’, 길이 365미터, 최대 승선인원 만여명

 

입력 2024.02.01. 07:00업데이트 2024.02.01. 08:18
 
 
 
세계 최대 크루즈선인 로얄캐리비안의 '아이콘 오브 더 씨즈'호가 2024년 1월 27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승객을 태우고 첫 항해를 위해 출항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역사상 가장 큰 크루즈 선박인 ‘아이콘 오브 더 시즈(Icon of the Seas)’호가 지난 1월 27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승객을 태우고 첫 출항을 하고 있습니다. 크루즈 회사 로얄 캐리비안 인터내셔널(Royal Caribbian Internationl)이 만든 이 크루즈 선박은 무게가 250,800톤에 달하고, 길이가 약 365미터(1,198피트)로 ‘타이타닉’호보다 약 5배 더 크고, 니미츠급 항공모함 보다도 큽니다. 핀란드 투르쿠 조선소에서 건조된 이 바하마 등록 선박은 세로로 세우면 높이가 380미터로 뉴욕 맨해튼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높이와 비슷하다고 하니 그 크기가 짐작이 갑니다. 하지만 2025년 8월이면 아이콘보다 더 큰 “스타 오브 더 시즈(Star of the Seas)’가 건조 돼 가장 큰 크루즈의 왕좌를 내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아이콘’은 20층 높이에 2805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승선 인원은 승무원 2350명을 포함해 8000명(최대 만여명)이라고 합니다. 내부 시설로는 7개의 수영장과 6개의 워터파크, 폭포가 쏟아지는 아쿠아 극장과 5층 높이의 울창한 숲을 구현한 센트럴파크, 40개가 넘는 레스토랑과 바 등 호화로운 부대 시설를 갖춰 하나의 조그만 섬을 연상케 합니다. ‘아이콘’은 또 가족 동반 여행객들을 위한 5인용 객실과 어린이 전용공간도 갖춰 가족이 함께하는 크루즈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콘’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로 운항하고 ,정박시 공해를 유발하는 발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육상에서 전력을 공급 받는 설비가 구축되어 있어, 친환경 크루즈 선박이라고 홍보 하지만, 환경 단체들은 액화 천연가스(LNG) 추진 선박이 오히려 이산화탄소보다 더 유해한 메탄을 대기중으로 유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120% 더 많을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고 BBC는 보도 했습니다.

세계 최대 크루즈선 '아이콘 오브 더 시즈'호가 2024년 1월 27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피셔 아일랜드와 마이애미 비치를 지나 첫 공개 크루즈를 위해 마이애미 항을 출항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세계 최대 크루즈선을 표방하는 로열캐리비안의 '아이콘 오브 더 시즈'호가 2024년 1월 27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항에서 처녀 출항을 위해 출발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로얄 캐리비안 인터내셔널(Royal Caribbean International) 사의 25만 톤급 초대형 크루즈선박 '아이콘 오브 더 시즈'호의 수영장과 워터파크 모습./로얄 캐리비안 인터내셔널 제공

#더 한장크루즈;아이콘오브더시즈;

 

[🔴속보] 대만 대선 '친미·독립'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 당선/'친중'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 패배 인정

 

장우웨 양안관계 전문가 특별 인터뷰

입력 2024.01.14. 06:04업데이트 2024.01.14. 07:30
 
13일 장우웨 단장대 양안관계연구센터 주임이 타이베이 베이터우구(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타이베이=이벌찬 특파원

 

13일 밤 대만 타이베이에서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이 선거 승리 축하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AP연합뉴스

 

미·중 패권 다툼의 상징이 된 대만에서 13일 친미(親美)·독립 성향 라이칭더가 총통에 당선되며 정권을 재창출했다. 이에 따라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세와 미중 관계, 세계 기술·무역·군사 지형이 영향 받게 됐다. 선거 이후 대만과 세계는 어떤 도전과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인지 현지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이 기사는 양안문제의 권위자인 장우웨(長五岳) 대만 단장대학 양얀관계연구센터 소장(主任) 인터뷰다.

-이번 선거에서 민진당이 승리한 이유는.

“구조적인 이유는 민진당의 선전이 아닌 야권 후보 단일화(남백합)의 실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만인의 60% 이상이 정권 교체를 원했지만, 야권이 분열된 이상 민진당의 승리가 예견됐다.”

-라이칭더 집권의 의미는 무엇인가.

“대만에서 최초로 부총통 출신이 총통에 오른 사례를 만들었고, 2000년 이후 천수이볜·마잉주·차이잉원으로 이어져 왔던 ‘8년 주기 정당 교체’의 관례를 깼다.”

-제3 정당 민중당이 선전한 이유는.

“민진당·국민당 양당에 불만이 큰 청년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국민당과 민중당의 총통 후보 단일화(藍白合) 무산도 이를 통한 지지 세력 통합 효과가 낮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본다. 민중당 지지층 가운데 다수인 지식인과 청년들은 후보 단일화했다고 국민당 지지로 돌아설 이들이 아니었다.”

-라이칭더 당선에 대한 중국 반응은 어떤가. 향후 대만에 대한 위협을 강화할까.

“중국은 선거 직후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즉각 행동에 나서라는 내부 여론에 직면할 것이고, 라이칭더를 지지하는 미국과 국제사회를 견제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3월 초 양회(兩會)와 대만 총통 취임일인 5월 20일 사이에 압박 조치를 대거 내놓을 것이다. 다만 전쟁이나 군사 충돌 가능성을 배제한 압박이다.”

-전쟁과 군사 충돌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이유는.

“미중 관계의 소통이 끊기지 않는 이상 양안관계는 통제불능 상태로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8년 차이잉원 집권 기간은 물론이고, 라이칭더 집권 후에도 미중관계가 양안관계를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중이 소통하기만 하면 이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의 대만 문제에 대한 원칙을 봐도 직접적인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 중국은 라이칭더의 집권에 대비해 ‘신시대 대만 문제 관리 전략’을 짰는데, 이 전략은 중국이 양안관계의 주도권을 갖고, 조국 통일을 견지하는 동시에 대만 문제 해결을 국가 발전 단계와 결합해 국가 발전과 민족 부흥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대만을 향후 어떤 수단을 동원해 압박할 것인가.

“문공(文攻·말로 공격), 무하(武嚇·무력으로 협박), 경제 제재, 중국 내 입법 4가지 수단이 대표적이다. 대만에 대한 공개 비난 수위를 높이고, 대만해협에서 군사 행위를 늘리며, 대만에 대한 경제 혜택을 줄이고, 중국 입법 시스템 안에서 반(反)분열법 개정안 등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중국과의 FTA에 해당하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의거한 대만 상품 관세 혜택을 완전히 없애는 등의 극단적 조치는 자제할 것이다. 대만과의 경제 교류 전면 차단으로 인한 영향력 약화를 바라지 않는다.”

-중국의 대만 압박 수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있나.

“올해 3월 4일과 5일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 주목해야 한다. 이때 시진핑이 대만에 대해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는지,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 격)에서 대만을 겨냥한 입법 시도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실상 양회부터 본격적인 대만 압박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의 중국은 라이칭더를 어떻게 보는가.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공개 비난한 총통 후보가 라이칭더다. 그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없다는 의미다. 차이잉원 총통이 작년 4월 경유 방식으로 미국을 방문해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을 만났을 때보다 같은 해 8월 (당시 총통 후보였던) 라이칭더가 미국을 경유 방문했을 때 중공 대만 담당 기구의 비난 수위가 높았다. 또 라이칭더의 파트너(부총통) 샤오메이친은 중국의 ‘대만의 완고한 독립주의자’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대만사무판공실은 지난해 4월 샤오메이친 당시 미국 주재 대만경제문화대표부 대표에 대해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 입국을 평생 금지하는 제재를 내렸다.)

13일 타이베이에서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과 샤오메이친 부총통 당선인이 인사하고 있다./UPI 연합뉴스

-라이칭더 집권 후 양안관계 전망은.

“차이잉원 집권기보다 어려워질 것이다. 라이칭더가 향후 4년 또는 8년(연임 시) 동안 이끄는 대만 정부는 절대로 중국 지도부와 공식(官方) 대화를 할 수 없다. 중국의 대화 전제 조건은 대만 총통의 ‘92공식(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되 표현은 각자 알아서 하자는 1992년 합의)’ 지지인데 이를 라이칭더가 수용할 리 없다. 결국 미국을 중국과 대만 사이에 두고 3자 간에 오판을 막는 일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또 민진당은 ‘중국은 실력 있는 상대와 대화하니 결국 우리와 소통할 것’이란 착각을 하는데, 중국은 민진당의 실력을 대만 내 다른 당파와 비교하지 않고 중국 공산당(CCP)과 직접 비교해 판단한다. 중국 입장에서 실력 있는 상대란 미국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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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92공식의 의미가 ‘일국양제’로 바뀌었다고 보고,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 지도부는 92공식 토대 위에서만 양안 대화 재개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라이칭더가 차이잉원보다 급진적인 독립 주장을 펼칠 수 있을까.

“득표율 50%와 ‘국회 과반’을 달성하지 못한 ‘약한 총통’이기 때문에 급진적인 양안 정책을 펼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또한 민진당을 지지하지만 라이칭더의 대만 독립 성향을 우려한다. (라이칭더가 차이잉원보다 더한 독립주의자란 지적이 있지만) 현재로선 라이칭더가 차이잉원 노선을 충실하게 이어받았다고 봐야 한다. 차이잉원이 내세운 ‘중국과 대만은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계속 유지할텐데 중국은 이를 대만 독립 노선으로 평가하고 금기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라이칭더는 당선 직후 중국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까.

“라이칭더는 선거 승리 연설 등에서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말을 조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에 대한 입장을 바꿀 수는 없으니 최대한 양안관계를 규정하는 표현을 피하지 않을까. ”

-민진당은 ‘92공식’ 거부 입장을 명확히 했는데, 이것 외에 양안관계를 악화시킬 다른 요인이 있는가.

“대만이 밟았을 때 즉각 군사 충돌로 이어지는 ‘레드라인’은 법리(法理)적 대만 독립 추진이다. 즉 대만 헌법 수정을 통한 중국과의 분리다. 그러나 레드라인만 밟지 않으면 중국도 ‘무력 침공’ 카드를 굳이 쓰지 않을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미래에 미국을 중국이 앞설 것이기에)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대만의 통일에 반대하는 정서가 주류인 상황에서) 대만에서 통일 여부를 결정짓는 공개 투표를 진행하거나 대만과 미국이 공식 외교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금기다.”

-대만이 레드라인을 밟은 적은 언제인가.

“중국은 대만 총통이 다른 나라를 방문하면서 미국을 경유하는 것은 과도하게 문제 삼지 않았지만, ‘정식 미국 방문’은 강도 높게 대응했다. 1995년 리덩후이 당시 대만 총통이 미국 코넬대를 방문하자 대만해협 위기가 발생했다. 당시 중국의 GDP는 대만의 2.5배 수준이었는고 양측이 밀사를 두고 원활한 소통을 할 때인데도 그랬다. 지금은 중국 GDP가 대만의 22배다. 1995~1996년 대만해협 위기는 미국이 항공모함까지 보내 수습해야 할 만큼 심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을 언제 침공할 것이라고 보나.

“미국 정보기관 등이 추측하는 2027년, 2035년은 의미가 없다. 중국 지도부의 관점에서 봤을 때 대만이 ‘양국론’을 선언하거나, (중국을 대만의 일부로 규정한) 헌법을 수정하거나, 통일 찬반 투표에 들어가거나, 대만이 미국과의 공식 관계를 구축하려고 한다면 기다리지 않고 대만에 대해 군사적 수단을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없다면 중국 지도부는 느긋하게 (건국 100년이 되는) 2049년까지 기다리며 미국에 대항할 수준으로 국력을 키울 것이다. 대만해협에 전쟁이 벌어지면 블룸버그 추산으로 10조 달러의 손실이 생기는데, 이는 코로나보다 더 큰 경제 충격이다.”

-작년에 윤석열 대통령의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변경에 반대’ 발언에 대해 중국이 크게 항의했다. 왜 이러나.

“중국이 대만해협 문제를 ‘하나의 중국’의 틀 안에서 보기 때문이다. 한국과 호주, EU(유럽연합) 등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버린 적이 없고, 자국의 경제·무역 이익과 직결된 대만해협 안정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인데도 중국은 이를 내부 사무에 대한 간섭이라고 규정하고 비난한다. 그러나 하나의 중국 원칙 견지와 대만해협에 대한 입장 발표는 별개로 봐야 하지 않나.”

-대만해협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갈 수록 강경해지는 것 같다.

“중국 지도부는 최근 ‘대만해협 평화=대만 통일’이란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과 대화할 때도 ‘대만 독립’은 평화를 해치니 진짜 평화를 위해 통일을 지지하라고 한다.”

 

 

[날씨] 북극발 최강 한파 엄습...서울 첫 한파경보, 오늘 -15℃

 

24일까지 전국이 꽁꽁

입력 2023.12.21. 03:45업데이트 2023.12.21. 08:56
 
올겨울 가장 매서운 추위가 찾아온 20일 오후 꽁꽁 얼어붙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 인공폭포 앞에서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뉴스1

기상청은 21일과 22일 한파를 이례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북극의 얼음 바람이 한반도로 곧장 들어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보통 북극 한파는 구불구불한 바람길을 통과하면서 약해지는데, 이번엔 한반도까지 직선 길이 열린 것이다. 여기에 중국 북부의 차가운 고기압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겹치는 일은 드물다고 기상청은 설명한다. ‘이상 기후’라는 뜻이다.

북극과 한반도 사이에 바람의 고속도로가 뚫린 것은 기후변화로 고위도에 부는 ‘제트 기류’의 힘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제트 기류는 북위 30~35도 상공에서 부는 강한 바람이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며 지구 전체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만든다. 북극 찬 바람의 남하를 막는 방패 역할도 한다. 그런데 온난화로 제트 기류가 약화하면서 북극 한파가 무방비로 내려오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최근 중국 동북에선 최저기온이 영하 45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제트 기류의 약화로 극단적 기후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고 한 바 있다.

그래픽=김현국

이런 기후변화는 한반도에 극단적 날씨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12월 초 우리나라 기온은 ‘영상 20도’까지 치솟으며 가장 더운 12월 기록을 경신했다. 그런데 불과 2주일 만에 ‘영하 20도’로 급락한 것이다. 변동 폭이 40도에 이른다. 기상청 관계자는 “짧은 기간에 기온이 40도씩 널뛰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극한 날씨’가 올겨울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올해 기상 이변은 태평양 감시 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엘니뇨’ 현상과 관련이 깊다. 그런데 엘니뇨의 전성기가 12~1월이다. 엘니뇨가 기승을 부리면 우리나라 남부 지방에 많은 수증기가 공급되면서 강수량이 증가한다. 올여름 장마 때 충청권과 남부 지방에 폭우가 쏟아진 것도 엘니뇨 영향으로 분석된다. 최근엔 남부 지방과 서해안에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비가 눈으로 변한 것이다. 올겨울 폭설 피해가 우려된다. 엘니뇨가 발달하면 기압계 혼란도 커진다. 바닷물 온도를 끌어올려 기온이 예년보다 높을 수도 있고, 이번처럼 북극 한파가 내려오는 바람길을 만들 수도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극한 날씨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이번 한파는 24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극 찬 바람이 내려오는 길이 21일부터 기압계 변화로 막힐 전망이다. 이럴 경우 공기의 동서 흐름이 원활해지는데 차가운 북풍 대신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풍이 우리나라로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이미 북극을 출발한 바람은 시차를 두고 한반도 중부와 남부를 통과하기 때문에 이번 주말까지 계속 추울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24일까지 최저 영하 17도 추위가 예상된다. 이번 주말도 강추위에 대비해야 한다. 종전의 ‘삼한사온’이 무너지면서 체감하는 추위는 더 혹독할 수 있다.

기상청은 “24~25일 눈구름대를 동반한 기압골이 한반도를 지나면서 24일 충청권, 25일 중부지방에 눈이 내릴 수 있다”고 했다. 25일 서울에 눈이 내리면 2021년 이후 2년 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된다. 25일부터 평년 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5일이 지나면 한겨울에 진입한다. 22일은 1년 중 해가 가장 짧은 동지(冬至)인데, 동지부터 한 달 정도를 가장 추운 ‘한겨울’로 본다. 우리나라는 동지에서 3주 정도 지난 소한(小寒)과 대한(大寒) 사이가 가장 춥다.

 

[🔴LIVE] 영하 20도 '최강 한파'…이 시각 출근길 도로 상황/충남·호남·제주 '최대 70cm이상' 많은 눈/2023년 12월 21일(목)

 

 

"리커창 전 중국 총리 심장병 사망"‥퇴임 7개월 만 (2023.10.27/12MBC뉴스)

 

퇴임 7개월만에 상하이서
중 당국은 퇴임후 ‘리커창 지우기’

입력 2023.10.27. 09:10업데이트 2023.10.27. 13:39
 
 
리커창 총리가 3월11일 전인대 폐막식 직후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 국영 CCTV에 따르면 리커창(68) 전 중국 총리가 27일 0시 10분 상하이에서 사망했다. 리커창은 지난 26일 갑자기 심장병이 발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3월 원자바오(溫家寶)로부터 중국 국무원 총리직을 넘겨받은 리커창(李克强)은 올해 3월 퇴임까지 10년간 중국의 이인자 자리를 지켰다. 혁명 원로 자제인 태자당 출신으로 국가주석에 오른 시진핑과 달리 엘리트 코스를 밟아 권력의 정점에 섰다.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10년간 중단됐던 대입시험이 재개되자 독학으로 베이징대 법학과에 들어갔고, 중국 최고 지도부에는 흔치 않았던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지도부로 활동한 뒤 같은 공청단인 후진타오 전 주석의 지원을 받으며 강력한 주석 후보로 부상했다가 최종적으로 총리에 올랐다.

지난 8월 31일 X(옛 트위터)에 리커창 전 총리가 퇴임 5개월만에 간쑤성 둔황 모가오굴을 방문한 모습이 올라왔다./X(옛 트위터)

임기 초기에는 시진핑·리커창 투톱 체제를 의미하는 ‘시리쭈허(習李組合)’라는 표현이 언론에 등장하며 실세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시진핑이 정치적 라이벌이던 리커창에게 실권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총리의 영역인 경제 분야에서도 정책 도입에 난항을 겪었다. 2016년 당 기관지 인민일보에는 ‘익명의 권위 인사’ 이름으로 리커창의 낙관적 거시경제관을 비판한 글이 게재됐다. 시진핑 2기 출범 이후에는 거시경제, 금융 관련 권한이 시진핑의 최측근인 류허 부총리에게 넘어갔다.

리커창 전 총리가 지난 8월 간쑤성 둔황 모가오굴을 방문한 모습./X(옛 트위터)

경제통인 리커창은 ‘성장’을 중시했지만, ‘분배’를 우선시한 시진핑은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살기)’를 추진했다. 리커창은 국영기업 규모 감축과 시장규칙을 준수할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시진핑은 국영기업의 덩치를 불리고 당이 기업 경영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리커창이 진흙이 묻은 장화를 신고 수해 현장을 누비는 모습 등이 관영 매체에 나오지 않았고, 그가 덩샤오핑 동상 앞에서 개혁·개방을 칭송한 장면은 당국의 검열 대상이 됐다는 중화권 매체의 보도도 나왔다.

리커창 前 중국 총리가 지난 3월 퇴임하면서 국무원 판공청 직원800여 명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연설한 영상으로 리 前 총리는 영상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人在做, 天在看)”라고 말한다. 해당 영상은 중국 당국의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에 의해 차단됐다./ X(옛 트위터)

그럼에도 리커창은 합리적 개혁가로서 과도기의 중국 경제를 조용히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총생산(GDP) 등 지표는 조작이 가능해 믿지 않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가 주로 참고하는 ‘철도 물동량, 전력 소비량, 은행 신규 대출’ 3가지 지표가 ‘커창지수’로 불리며 외부에서 중국 경제를 예측하는 바로미터가 됐다. 2020년 외신 기자회견에선 “중국인 6억 명의 월 수입이 1000위안(약 19만 원)에 불과하다”고 말해 빈곤 해결을 성과로 내세운 시진핑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리커창은 코로나 봉쇄 시국에는 중국 경제 회생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맡았다. 작년 3월 말 상하이 봉쇄로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자 그해 5월 31개 성·시 간부를 비롯해 10만명이 참석한 ‘전국 경제 지표 안정 화상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6월까지 모든 조치를 취해 경제 회복을 쟁취하라. 경제는 경제만이 아닌 중대한 정치 문제”라고 강조했다. 국무원 장관급 인사들을 ‘감찰조’로 지방정부에 내려 보내 경제를 직접 챙기기도 했다.

2020년 1월 27일 리커창 당시 중국 총리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진 우한을 방문해 한 병원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그가 올해 3월 양회(兩會) 업무보고를 끝으로 정계에서 은퇴하자 중국에서는 ‘리커창 지우기’가 시작됐다. 리커창이 퇴임하면서 정부 부처를 돌며 따뜻한 환대와 작별 인사를 받는 영상은 인터넷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가 마지막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8월 간쑤성 둔황 모가오(莫高·막고)굴에서다. X(옛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에서 리커창은 웃는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고, 그를 본 수백 명의 관광객은 “총리님, 안녕하세요”라고 외치며 반갑게 인사했다. 중국 매체들은 리커창의 둔황 방문을 보도하지 않았고,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도 관련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27일 중국 인민일보의 인터넷판 인민망에 올라온 리커창 전 총리 사망 부음기사. 리커창의 사진은 게재하지 않았다./인민망

리커창은 한국에도 몇 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는 지한파다. 한·중 수교 2년 후인 1994년 리커창은 공청단 제1서기로 한국을 방문했다. 첫 방한 이후 12년 만인 2006년, 리커창은 중국 랴오닝성 당서기 재임 시 다시 방한했다. 2011년에는 중국 국무원 부총리로서 남·북한을 잇달아 방문했다.

 

'미스터 쓴소리' 中 리커창 전 총리 사망 

 

 

강완진, 남자 태권도 품새 금메달…여자부 차예은도 금메달

 

입력 2023.09.24. 17:44업데이트 2023.09.24. 18: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강완진. / 뉴시스

태권도 품새 간판 강완진(25·홍천군청)이 한국 선수단에 항저우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안겼다.

강완진은 24일 중국 저장성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남자 태권도 품새 개인전 결승에서 1·2경기 평균 7.730점(1경기 고려 8.000, 2경기 자유 7.460)을 받아 대만 마윤종(7.480점)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아시안게임 개인전 첫 우승을 일궈내며 이번 대회 한국 1호 금메달의 영광도 안았다.

강완진은 이번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개인전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품새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라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석권하면 그랜드슬램이라 칭하는데 강완진은 지난해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에서 연이어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도 거머쥐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선 강완진. / 김동환 기자

품새는 가로·세로 각각 12m 경기장에서 경연을 펼쳐 심판 7명 중 최고점과 최저점을 뺀 5명의 평균 점수로 승부를 가리는 종목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8강까지는 공인 품새(태극 6~8장, 고려, 금강, 태백, 평원, 십진)로 경쟁하고, 준결승과 결승은 공인 품새와 자유 품새로 진행했다. 자유 품새는 피겨스케이팅처럼 음악에 맞춰 연기를 펼치는 종목으로, 공중연속발차기와 아크로바틱발차기 등의 고난도 동작이 필수 요소로 들어가야 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1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강완진. / 인스타그램

어린 시절 체격이 왜소했던 강완진은 부모님 권유로 태권도에 입문해 중학교 진학과 함께 본격적으로 품새 선수의 길을 걸었다. 키에 비해 팔다리가 짧은 것이 스스로 생각하는 약점. 그는 “불리한 신체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짧은 만큼 빠르게 동작을 가져가다보니 파워까지 실렸다”며 “단점을 장점으로 잘 승화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2019년 나폴리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두곤 학교를 다녀와서 오후 6~9시에 훈련을 하고 다시 체육관을 옮겨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운동을 했을 정도로 ‘독종’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선 강완진. / 연합뉴스

강완진은 끊임없이 자신의 품새 영상을 보는 것을 기량 향상의 비결로 든다. 중학 시절부터 모든 경기 영상을 컴퓨터에 폴더 별로 정리해 놓았다는 그는 “특정 기술이 잘 안된다 싶으면 한창 잘했을 때 영상을 보면서 실마리를 찾는다”고 말했다.

위기도 있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긴 재활 기간을 잘 이겨내며 다시 정상급 선수로 올라선 그는 항저우에서 1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며 활짝 웃었다.

 

[Why Times 정세분석 2306] ‘국뽕’ 거부하는 中 MZ세대, 시진핑은 그들이 두렵다! 

[최유식의 온차이나]

리상푸 국방부장 등 고위 측근
임명 1년도 못돼 줄줄이 낙마
대만 침공에 소극적, 기밀유출 등 원인인 듯

입력 2023.09.24. 00:00업데이트 2023.09.24. 06:46
 
 
올해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에 참석한 리상푸 중국 국방장관이 연설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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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상푸 중국 국방부장 실종 사건이 요즘 국제 사회의 최대 화제입니다. 8월29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 국제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3주 이상 공개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죠. 로이터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리 부장이 부패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올 들어 중국 고위층 실종 소식은 한두 번이 아니죠. 6월 말 친강 전 외교부장, 리위차오 전 로켓군 사령관 등이 사라졌고 이번엔 리 부장도 모습을 감췄습니다. 이외에도 리 부장 전임인 웨이펑허 전 국방부장 등 실종됐다는 고위급 인사의 숫자가 10명을 훌쩍 넘어가요.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X(옛 트위터)에서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닮은꼴”이라고 조롱했을 정도입니다.

워낙 실종 소식이 잦다 보니 국제사회에서는 실종 자체보다 그 이유와 배경이 더 큰 관심사에요. 리상푸나 친강은 모두 시 주석이 발탁해 고속 승진을 시킨 측근들입니다. 현직에 앉은 지 6개월도 채 안 됐어요. 홍콩 주둔군 대변인을 지낸 청둥팡 군사법원장도 9월1일 임명 10개월 만에 면직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과거 스탈린처럼 가까운 측근조차 믿지 못하는 독재자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와요.

◇‘군 현대화’ 책임진 태자당 출신

리상푸 국방부장은 아버지가 인민해방군 철도병 부사령관을 지낸 태자당 출신입니다. 국공내전에서 큰 공을 세웠고 6·25 전쟁에도 참전했다고 하죠.

리 부장은 국방과학기술대를 나온 시창위성발사센터 주임 등 우주 항공 분야에서 일해온 인물인데, 시 주석 집권 이후 고속 승진을 시작했습니다. 2014년 총장비부 부부장이 됐고, 2016년에는 우주전과 사이버전, 첩보위성 관리 등을 담당하는 전략지원부대 초대 부사령관을 맡았죠. 2017년 중앙군사위 장비발전부장으로 승진했고, 올 3월에는 국방부장에 발탁됐습니다. 최고 군사 기구인 중앙군사위의 위원이기도 하죠.

맡아온 이력으로 보면 시 주석의 역점 사업인 ‘중국군 현대화’를 책임져온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8년에는 러시아에서 수호이-35 전투기와 S-400 방공미사일을 구매했다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되기도 했죠.

리 부장은 친강 전 외교부장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내각 장관이 아니라 국무위원입니다. 장관보다 한 등급이 높은 부총리급으로 리창 총리가 주재하는 국무원 상무회의에 참석하는 고위급 인사죠. 중국 당국은 리 부장의 현재 상황에 대해 함구하고 있습니다. 외교부 대변인조차 “모른다”고 했더군요.

지난 3월13일 시진핑 주석이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참석을 위해 들어서자 리상푸 국방장관(앞줄 맨 오른쪽)과 친강 당시 외교부장(앞줄 오른쪽에서 네번째)이 박수를 치고 있다. 두 사람은 전인대에서 부총리급인 국무위원에 선출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취임 6개월도 안돼 숙청

중화권 소식통들이 전하는 소식을 들어보면 리 부장은 장비발전부장으로 일할 당시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리 부부장이 발탁한 6명의 부부장(차관급)과 2명의 국장도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해요. 친강 전 외교부장은 주미대사 시절 홍콩 한 위성TV 앵커와 혼외관계를 맺고 그 사이에 아이를 낳은 게 문제가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중국 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을 그대로 믿는 중국 전문가들은 거의 없어요. 중국군의 부패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닌데, 이런 단순한 이유로 측근을 치겠느냐는 겁니다. 혼외관계 문제도 마찬가지죠.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 주석에 대한 충성심 같은 정치적인 문제나 대외 기밀 유출 같은 사안이 걸려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싱크탱크 제임스타운재단 선임연구위원이면서 홍콩 중문대 교수인 린허리는 “부패 문제와 함께 충성도와 관련된 이슈가 있다”고 했어요.

리 부장과 친강 전 외교부장은 시 주석이 발탁해 고속 승진을 시켰고, 올 3월 세 번째 임기 출범에 맞춰 부총리급 장관에 임명한 측근들입니다. 이들의 낙마는 시 주석에게도 큰 타격이라고 할 수 있겠죠. 도대체 최고 지도자로서 사람을 보는 눈이 있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겁니다. 이런 체면 손상을 각오하고 측근들을 가차없이 처단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올 들어 숙청 대상이 된 중국 외교·군사 분야의 주요 고위급 인사들.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리상푸 국방부장, 친강 외교부장, 우궈화 로켓군 부사령관, 장전중 연합참모부 부참모장, 리위차오 로켓군 사령관, 왕샤오쥔 전 중앙경위국 국장(중장). /호주 ABC방송

◇“대만 침공, 시 주석과 의견 달라”

대만 침공 문제에 대한 시 주석과 중국 군부 간 의견 차이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시 주석은 대만 침공을 적극적으로 주문하지만, 중국 군부는 승전 가능성이 작고 막대한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쟁을 꺼린다는 거죠.

인민해방군 해군사령부 중샤오(중령) 출신인 재미평론가 야오청은 호주 ABC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군 전반의 분위기는 전쟁은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린허리 교수도 “중국 군부가 입으로는 시 주석에 대한 충성을 외치지만, 대만 침공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했어요.

군부의 이런 소극적인 태도에 실망한 시 주석이 자신이 발탁한 측근을 대거 숙청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최근 숙청된 인물들은 모두 군부·외교 라인의 고위 인사들이죠.

작년 10월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한 린허리 제임스타운재단 선임연구위원 겸 홍콩 중문대 교수. /CNBC 캡처

◇“2차대전 전 스탈린 연상시켜”

독재자의 함정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3개월 사이에 두 명의 국무위원을 속전속결로 숙청한 건 그만큼 믿고 발탁한 측근들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는 거죠.

천안문사태 주역 중 한 명으로 반체제 운동가인 왕단은 “시진핑은 의심이 많아지고 해코지를 당할 것이라는 망상에 빠져 외톨이가 되는 전형적인 독재자의 함정에 빠졌다”며 “고위층 숙청을 보면 2차대전 전 스탈린의 모습이 연상된다”고 했습니다.

중국 반체제 인사 왕단은 9월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 게재 칼럼에서 "시진핑 주석이 독재자의 함정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rfa

 

심장내과 최석구교수  서울백병원 12대 병원장역임

최석구

 

입력 2023.08.31. 13:55업데이트 2023.08.31. 14:45
 
 
 
 
 
 
서울백병원 진료 마지막 날인 31일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입구에서 의료진들이 폐원 전 마지막 기념촬영을 마친 뒤 슬픔을 나누고 있다. /뉴스1

31일 낮 12시 서울 중구 인제대 서울백병원 입구 앞.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등 의료진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었다. 이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동료들에게 떡을 돌리고, 눈물을 보이는 병원 관계자들도 보였다.

서울 중구의 유일한 대학 병원인 인제대 서울백병원이 이날 오후 5시부로 진료를 종료한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상주인구가 줄어들고 적자가 누적되며 더 이상 병원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1941년 문을 연 뒤 82년 만의 폐원이다.

서울백병원이 문을 닫으면 인구 12만 여명인 서울 중구에는 대학병원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중앙대학교 필동병원(2004년)을 시작으로 이대동대문병원(2008년), 중앙대 용산병원(2011년), 제일병원(2021년)에 이은 마지막 폐원이다.

서울백병원 진료 마지막 날인 31일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입구에서 의료진들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 /뉴스1

이날 서울백병원 창구는 진단서와 소견서, 진료의뢰서 등 각종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환자들 증 일부는 “담당 의사선생님은 어디로 가는 것이냐”며 의료진의 거취를 문의하기도 했다.

이날 ‘마지막 진료’를 위해 서울백병원을 찾은 박명숙(82)씨는 “지난 1984년 아들을 백병원에서 낳은 뒤 거의 40년째 서울백병원을 이용해왔다”고 했다. 서울 중구 중림동에 사는 박씨는 “집 근처에 큰 병원이 있어 정말 편했는데 이제 어느 병원을 찾아가야 할지 막막하다”며 폐원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울백병원 폐원 소식에 근처 약국가도 착잡한 분위기다. 약사 김모(54)씨는 “설마설마했는데 결국 병원 측에서 공문을 통해 폐원소식을 전해왔다”며 “인근 약사들 모두 안타깝고 착잡한 심정”이라고 했다.

지난 6월 20일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에서 이사회의 폐원 결정에 항의하는 직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서울백병원 재단인 인제학원 측에 따르면, 의사(교수)를 제외한 간호사·행정직 등 서울백병원 소속 직원인 300명 가량은 지난 29일자로 모두 상계·일산·부산·해운대백병원 등 형제병원과 다른 병원으로 발령이 났다. 의사들의 근무지는 아직 협의 중으로, 오는 9월 중 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백병원 폐원을 의결한 인제학원 측과 이에 반대하는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 등 교직원 간 갈등은 ‘현재진형형’이다. 폐원에 반발하는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폐원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결정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부정 관련자들은 모두 처벌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백병원 교수 등은 “이사회의 폐원 결정 과정에 법적 절차를 위반한 사항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며 교육부에 감사를 요구하는 등 재단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와 일반 직원 등은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에 폐원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한 상태다.

 

올해 상반기 금융권 횡령사고 32건
NH농협서 13건 발생해 전체 중 40% 차지
사문서 위조·금품수수 등도 발생
내부통제 구멍 뚫려…시스템 보완 필요

입력 2023.07.24 06:00
 
 
 
 
 
서울 중구에 있는 NH농협중앙회 및 농협은행 전경. /NH농협금융 제공

경기 남양주에 있는 NH농협에서 한 직원이 수천만원이 든 자동화기기 시재금(고객 예금을 대출 등으로 내주고 난 뒤 금고 안에 남은 돈)에 손을 대는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 들어 NH농협에서 발생한 13건의 횡령사고 중 하나다. NH농협은 올해 들어 2주에 한 번꼴로 횡령사고가 터지며 내부통제의 부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24일 조선비즈가 올해 상반기 NH농협의 공시를 전수조사한 결과 남양주시 소재 화도농협에서는 직원이 자동화기기 시재금을 횡령한 사고가 발생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말 특별감사를 통해 해당 사고를 적발하고 관련 임직원 3명에 대해 제재 처분을 내렸다. 횡령 사고를 일으킨 직원은 직위해지 처분을 받았다.

농협중앙회와 해당 지역농협은 횡령 규모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지만, 통상 자동화기기에 1500만~4000만원 규모의 시재금이 들어있다는 점에 미루어 횡령 규모 역시 최소 수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은행 자동화기기(ATM)에서 시민들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뉴스1

NH농협에서는 올해 상반기에 총 13건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 금융권에서 32건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중 농협이 차지하는 비중이 40%가 넘는 것이다. 해당 횡령사고로 인한 관련자 징계 역시 47명에 달했다.

공시된 횡령사고의 내용은 고객 정기예탁금 횡령부터 하나로마트 판매대금에 손을 댄 사고까지 다양했다. 순정축협에서는 구제역백신 판매보조금 및 조합원 자부담금을 횡령했다. 진주서부농협에서는 고객 예탁금 횡령이 발생해 1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부경양돈농협에서는 예산 허위 집행을 통한 횡령사고가 발생, 조합에 3억7500만원의 손실을 끼쳤다. 세종공주축산농협에서는 축산물 판매대금 횡령이 이뤄졌으며, 합천새남부농협과 광천농협에서는 각각 하나로마트 판매대금을 횡령하는 유사한 사고가 일어났다.

횡령사고에서 다른 금융사고나 갑질·성희롱 등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따른 사고까지 확대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올해 상반기 NH농협의 85개 조합이 수시공시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금품수수 등의 사고 발생 현황을 밝혔다. NH농협의 조합 총 1113개 가운데 7.64%의 조합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다만, 농협중앙회에서 2년에 한 번 정기 감사를 하고, 일부 조합을 대상으로 부문 및 불시감사를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드러나지 않은 금융사고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천안시에 있는 지역농협에서는 직원들이 금품을 수수하며 복무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적발됐다. 강화, 아산 등 지역 농협 11군데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사고가 발생하며 직원 다수가 징계를 받았다. 동일인 당 대출한도 초과, 사문서위조, 기업시설자금대출 취급 소홀로 인한 손실 발생 등 기초적인 금융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다수 적발됐다.

일러스트=손민균

금융사고가 빈번하다는 것은 농협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호금융권은 지배구조법 적용 대상이 아니고, 개별법에도 조합에 대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조항은 없어 횡령 등의 금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상호금융중앙회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수많은 단위조합의 내부통제 장치 작동 여부를 촘촘히 보기엔 물리적인 여력이 부족하다. 중앙회가 단위농협을 관리·감독하고는 있으나, 금융감독원에 비해 전문성 등이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 회장 선출 방식 자체가 조합장의 투표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중앙회가 단위농협에 대한 견제 역할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의 상호금융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 당국은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통해 농협 등 상호금융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인프라 개선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상호금융권의 내부통제는 여전히 구멍이 뚫려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 당국이 단위조합의 내부통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금융에서 빈번한 금융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은 금융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라며 “농협 등 상호금융도 금융 소비자에게는 은행과 비슷한 금융기관으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내부통제를 잘 정비해 금융사고를 줄이고 금융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라고 했다.

 

강규형 전 KBS이사가 말하는 김의철 사장의 정체

 

文정부 7개월만에 불법 해임
강규형 前KBS 이사 인터뷰

입력 2023.06.10. 03:54업데이트 2023.06.10. 07:17 
 
2017년 KBS 언론노조 출입 저지 시위에… 전치 2주 상해 - 2017년 9월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KBS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강규형 당시 KBS 이사에게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달려들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 이사는 이날 좁은 공간에서 수십 명에게 둘러싸여 안경이 벗겨지고 신체가 압박을 받는 등 피해를 입어 전치 2주의 상해 진단을 받았다. /고운호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7개월 만에 KBS 이사에서 강제 해임됐다가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 무효 소송을 벌여 승소한 강규형 전 KBS 이사(59·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9일 “현 KBS 경영진은 수신료 분리 징수를 방송 장악인 것처럼 말해선 안 된다. 김의철 KBS 사장은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전날 김 사장이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전임 정권에서 사장이 된 저 때문이라면 제가 사장직을 내려놓겠다’고 한 것에 대해 “전 정부에서의 방송 장악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라고 했다.

강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김 사장이나 현재 KBS 주요 경영진은 문 정부 5년 동안 공영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민노총의 기간 방송으로 만드는 주역을 했던 인물들 아니냐”면서 “김 사장 역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각종 선동적인 내용의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고, 저를 포함한 KBS 이사들을 몰아내는 집회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2017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당시 야당(현 국민의힘) 추천 KBS 이사였던 강 교수에 대한 해임을 건의한다. 강 이사만 찍어 올린 ‘표적 해임’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바로 승인했다. 이후 강 교수는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 무효 소송을 제기해 3년 8개월 만인 지난 2021년 9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지난 정부에서 문 대통령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리한 유일한 사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KBS에선 언론노조KBS본부 소속 노조원들이 앞장서 강 교수를 포함해 전 정부에서 임명된 KBS 이사들을 몰아내는 퇴진 운동을 거세게 벌였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KBS 사장을 바꾸고 싶은데 KBS이사회에서 당시 여당 추천 이사 숫자가 적었어요. 저를 포함해 전 정부 시절 임명된 이사 2명만 쫓아내면 수적(數的) 우위를 점할 수 있으니, 노조가 나섰던 것이죠.”

2017년 이사 퇴임 앞장선 김의철 - 2017년 당시 이사 퇴진 시위에 참석했던 김의철 KBS 사장. /KBS노동조합

당시 KBS언론노조 조합원들은 강 교수를 포함해 일부 이사들의 직장인 학교나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강 교수의 학교에 비방 벽보를 붙이고 학교 정문에 확성기를 틀고 집회를 벌이는 등 집단 린치에 가까운 압박을 가했다. 강 교수 집 근처에 노조원들이 숨어 있다가 가족들 사진을 찍어가기도 했다. 강 교수는 “그때 언론노조 위원장이었던 사람이 지금은 보도국장석에 앉아서 현재 KBS의 편향 왜곡에 항의하는 사람을 불러 겁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KBS 이사 교체의 본질은 결국 ‘방송 장악’이었으며, 결국 김 사장 등을 포함해 언론노조KBS본부가 선봉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강 이사와 함께 퇴진 요구에 시달렸던 나머지 이사들은 모두 언론노조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자진 사퇴하는 길을 택했다. 그 탓에 해임 무효 소송을 벌이지도 못했다. 강 교수만 혼자 해임되는 길을 택한 뒤 소송을 벌여 해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강 교수는 “지금도 끝나지 않은 크고 작은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문 정부는 강 이사 등을 몰아 내고 KBS 이사회에서 수적 우위를 점한 뒤 고대영 당시 사장 등을 해임하고 경영진을 교체했다. KBS판 적폐 청산 기구인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도 만들어졌다. 2018년 6월 ‘전 정권과 경영진 시절 벌어진 언론의 공정성과 독립성 훼손 사례를 밝히겠다’는 명분으로 설립되어 10개월간 활동한 진미위는 2019년 4월까지 총 22건의 KBS 내 보도 공정성·독립성 사례를 조사, 이 중 5건을 근거로 총 19명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강 교수는 “진미위는 직원들의 과거 정권 시절 행적을 파악해 인적(人的) 청산을 하는 역할을 했다”면서 “김 사장도 당시 4명이었던 진미위 위원 중 한 명으로 활동한 만큼 정부가 마음먹고 방송을 장악할 때 어떤 식으로 하는지 잘 알 것”이라고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된 정필모 위원장을 비롯해 김 사장과 김덕재 부사장 등 ‘진미위’ 위원들은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KBS나 MBC 모두 문재인 정부 이후 지금까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고 있다”면서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전(全) 국민한테 수신료를 달라고 할 수 있나. 수신료는 공정 방송을 할 때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강 교수 역시 KBS 이사 시절 수신료 문제를 깊이 고민했었다. 강 교수는 “수신료를 받는 것은 이제 옛날 방식이다. 일본과 영국도 수신료를 없애거나 낮추고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미국 공영방송 PBS와 NPR은 마침 제가 미국 유학 시절 박사과정 장학금을 받아 공부했던 맥아더 재단(John D.& Catherine T. MacArthur Foundation)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었다”면서 “이들은 수신료 없이도 국민들에게 필요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외국과 달리 수신료를 준조세처럼 받고 있는데, 이는 KBS가 공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하다”면서 “지금처럼 편파적으로 진영을 앞세운 방송을 하는 KBS가 국민들한테 수신료를 강제 징수할 수 있느냐, KBS는 결코 공정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KBS는 억대 연봉자가 전체 직원의 51%에 이르는 등 불필요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그 사람들의 지나치게 높은 급여를 부담해주기 위해 국민들이 세금을 내는 것도 이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했다. 또 “국민들 중 상당수는 이제 OTT(동영상 스트리밍)를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보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KBS를 시청하지 않는 국민들의 선택권도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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