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구인·구직 홈페이지에 줄줄이...'의료대란' 중대 분수령

 

신승건 부산 연제구 보건소장
“난 환자이자, 의사이자, 공무원”

입력 2024.04.17. 03:34업데이트 2024.04.17. 05:56
 
 
신승건 부산 연제구 보건소장은 지난 9일 본지 인터뷰에서 “누구나 언젠가는 원하든 원치 않든 환자가 된다”며 “현장을 떠난 의사들은 여지없이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외과 전문의 출신 공무원이지만 동시에 환자이기도 한 그는 “의사 면허는 독점적 권한이고, 모든 권한에는 의무가 따른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기자

지난 9일 오후 부산 연제구 보건소장실. 테이블엔 마른 체구의 40대 남성이 앉아 있었다. 신승건(43) 보건소장은 말을 할 때 양 볼이 더 홀쭉해 보였다. 신 소장은 “현장을 떠난 의사들은 여지없이 다시 돌아와야 한다”며 “누구나 언젠가는 원하든 원치 않든 환자가 된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외과 전문의 출신 공무원이지만 동시에 환자다. 선천성 심장병인 승모판 협착증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 병 환자들은 왼쪽 심방과 심실 사이 판막인 승모판의 구멍이 좁아 몸으로 혈액을 잘 보내지 못하고 호흡곤란을 겪기도 한다. 그는 두 살·열 살 때 좁은 승모판 구멍을 넓히는 수술을 받았고, 열여섯 살 때는 인공 판막을 달았다.

그의 투병 생활은 의사라는 직업으로 이어졌다. 그는 “1997년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인공 판막 이식 수술을 하루 앞둔 날 밤, 불이 꺼지지 않는 의학 도서관을 바라보면서 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저는 병상에 누워 의대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봤다”며 “지금은 환자이지만, 나중에는 나도 의학 공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그는 2000년 고려대 의대에 입학했다.

세 차례 수술로 군 면제를 받은 신 소장은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외과 전문의 수련을 마친 뒤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부채 의식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부잣집도 아니지만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 심장 수술을 세 번이나 받을 수 있었다”며 “덕분에 대학까지 나와 우리 사회에서 한 사람 몫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군대에 꼭 가고 싶었는데 수술 때문에 군 면제 판정을 받았다. 신 소장은 “수술 이후 삶은 제 인생에 주어진 커다란 선물 같았다”며 “돈보다는 보람 있는 걸 좇자 생각했다”고 했다.

 
 
신승건 부산 연제구 보건소장이 2016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받던 당시 수술하는 모습. /독자제공

2018년부터 부산 해운대구 보건소 건강증진과장, 2022년 부산시청 감염병관리과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연제구 보건소장으로 일하게 됐다. 신 소장은 “저는 의사이자 공무원이라 누구 편을 들기도 애매한 위치에 있지만, 결국은 환자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며 “의정 갈등의 가장 큰 문제는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해 집단 사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본인들의 사직을 ‘직업 선택의 자유’라고 하고 있다. 신 소장은 “일하기 싫다고 하는데 강제로 일하게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맞지 않다”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자유의 전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 면허는 독점적 권한이고, 모든 권한에는 의무가 따른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바이털(생명) 의사들은 하는 일의 중요성에 비해 현실에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부족한 보상 체계로 인해 미용 의료 등 돈이 되는 분야를 선택하는 의사들을 비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정부는 잘못된 의료 시스템을 고치려 하고 있고, 저는 이런 정부의 의지를 높이 살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 소장도 2000년 의약 분업 사태 당시 집단 휴학에 동참했던 의대생이었다. 당시에는 의약정 합의로 집단 유급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현재는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으로 인한 유급 마지노선이 다가오고 있다. 그는 “나도 집단 휴학에 동참해봤기에 수업을 듣고 싶어도 듣지 못하는 의대생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내가 하지 못한 걸 남한테 하라고 권할 수는 없지만, 주변에 휩쓸릴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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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4/6(토) - 퇴직하자 피의자 방패로 나선 국수본부장과 검사장의 염치

 

조선일보
입력 2024.04.06. 03:26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이 2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뉴스1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남구준 경찰청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이 대형 입시 업체 메가스터디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고 한다. 지금 메가스터디는 ‘사교육 카르텔’ 비리 혐의로 국수본 수사를 받고 있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지문이 메가스터디 소속 ‘일타 강사’의 모의고사 지문과 일치해 교육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사교육 수사는 남 전 본부장 퇴임 이후 시작됐지만 수사 대상인 교육 업체가 교육과 무관한 직전 수사본부장을 영입한 이유는 불 보듯 뻔하다. 1년 전까지 국수본부장을 하며 맺은 후배 경찰들과 연분을 이용해 전관예우 특혜를 받고 수사에 영향을 주려는 계산일 것이다. 그런데도 4급 이상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을 심사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취업 후 경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작다”고 했다. ‘전관예우 허가장’을 내준 것이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박은정 후보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는 부장검사를 하던 2016년 코인 업체 회장과 부회장을 다단계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대법원 유죄 확정까지 이끌어냈다. 그런데 사기범들이 지난해 다른 ‘코인 다단계 사기’로 구속되자 이번엔 변호사로 나섰다. 그는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했다. 검사로 수사했던 ‘동일 사건’을 수임하면 불법이지만 ‘동일 피의자’를 변호하면 합법이라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대검 형사부장 때 보고받고 지휘한 금융 사기 사건의 일당 중 한 명 변호도 맡아 거액을 챙긴 적도 있다.

 
 

전직 고관들의 전관예우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래도 종전엔 갈 곳과 못 갈 곳을 분별하고 사건을 가려 수임하는 등 선을 지키려는 노력은 보였다. 요즘은 최소한의 양식마저 사라지고 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퇴임 직후 대장동 사건 핵심인 김만배씨의 부동산 회사에서 고문으로 일했다. 김씨와의 특별한 인연이 아니라면 대법관 출신이 갈 만한 자리가 아니다. 권 전 대법관은 김씨와 관련한 뇌물,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변호사 등록을 했다.

국수본부장은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의 수사를 총괄하는 자리다. 계급도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인 치안정감이다. 수사 경찰 3만명을 지휘했던 ‘초대 본부장’이라면 후배 경찰들이 부담을 느낄 자리는 피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남 전 본부장은 국수본이 수사하는 교육 업체로 옮겼다. 검사장까지 지낸 이 변호사는 검사와 범죄자로 만난 연줄까지 돈벌이에 이용하려 한다.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50억 클럽' 권순일 전 대법관 사무실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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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총학생회 “김 후보, 이화의 구성원에 모욕과 상처를 준 명백한 명예훼손”

입력 2024.04.04. 10:36업데이트 2024.04.04. 11:03
 
김준혁 후보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인 김활란 총장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이화여대 졸업생·재학생들이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수원정 국회의원 후보의 ‘이대생 미군 성상납’ 등 막말을 규탄하는 집회를 연다.

4일 이화여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김 후보의 막말에 대한 규탄 대회가 열린다. 이는 이대 동창들이 주도하는 자발적 항의 집회로 알려졌다. 이대 관계자는 “김 후보의 발언에 문제를 느낀 졸업생들이 주축이 되어 직접 동창들을 모은 것”이라며 “다수의 재학생도 집회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후보의 발언에 대한 이대생들의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학교에서 고소해도 괜찮은 것 아니냐”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인데, 이대생들을 싸잡아서 얘기하는 듯한 전달 방식이 불쾌하다” “성상납을 했다고 확정적으로 말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등 김 후보를 비판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대 총학생회는 지난 3일 입장문을 내고 “김 후보의 과거 발언은 이화의 동문들이 만들어왔던 역사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이화의 구성원에 모욕과 상처를 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이화여대에 대한 부적절한 내용으로 정쟁을 확산시키는 일을 만들지 않기를 요구한다”고 했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 2022년 8월 14일, 나꼼수 출신 김용민씨의 유튜브에 출연해 “전쟁에 임해서 나라에 보답한다며 종군 위안부를 보내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이화여대 초대 총장) 김활란”이라며 “미 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상납시키고 그랬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이에 이화여대는 지난 2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김 후보가 검증되지 않은 자료와 억측으로 본교와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금이라도 자신의 발언과 태도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후보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역사학자로서 증언과 기록에 바탕을 둔 내용”이라며 반박했다. 하지만 이날 밤 김 후보는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이대 재학생, 교직원, 동문의 자긍심에 상처를 입힌 점에 깊은 사과를 드린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조상호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은 김 후보가 사과한 지 하루 만인 지난 3일 MBN의 한 방송에 출연해 미국의 CIC(방첩 부대) 보고서에 “김활란 총장이 총재로 있던 낙랑클럽이 호스티스 클럽이며 실제 매춘에 이용됐다는 묘사가 나온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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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남편’ 이종근, ‘다단계 사기’ 22억 수임료

 

입력 2024.03.30. 03:00업데이트 2024.03.30. 07:34
 
이종근 변호사./유튜브 갈무리

‘휴스템코리아’ 다단계 사기 사건은 피해자가 10만여 명, 피해액이 1조1900억원대에 이른다. “평생 모은 23억원을 한 푼도 못 건졌다.” “퇴직 연금을 전부 날렸다.” “부모님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기자는 29일 피해자들의 기막힌 사연을 듣다가 가슴이 먹먹해졌다.

피해자들이 더 참담해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검사장 출신 이종근 변호사가 주범(主犯) 변호를 맡아 22억원을 수임료로 받아 갔다는 사실이다. 한 피해자는 “22억원은 누구 돈인가. 우리의 피 같은 돈이 변호사에게 흘러들어 간 것”이라고 했다.

검사 시절, 이종근 변호사는 다단계 사기 수사에서 1급 공인 전문 검사로 뽑혔다. 작년 3월 변호사로 개업한 뒤 유튜브 방송에 나와서는 “(검사 시절) 가정주부나 노인 등 (다단계) 피해를 당한 분의 사연이 너무 안타까워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고 자랑했다.

이를 알게 된 피해자들은 “이 변호사만큼은 다단계 사기꾼을 변호해선 안 될 사람”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변호사는 28일 장문의 입장문을 내고 “논란이 된 사건들을 모두 사임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이 변호사의 아내는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후보인 박은정 전 광주지검 부장검사다. 박 후보 부부의 재산은 이 변호사가 변호사 개업을 하고 1년 만에 41억원이 늘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전관예우라면 160억원을 벌었어야 했다”고 했다. 조국 대표도 전관예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박 후보 부부를 감쌌다. 이런 태도는 피해자들을 더 힘들게 했다. 많은 법조인도 어이없어했다.

조국혁신당은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검사 시절에 단죄하겠다고 했던 다단계 사기범에게 거액 수임료를 받고 그를 편들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만드는 게 진정한 검찰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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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후보인 박은정(사법연수원 29기) 전 부장검사의 남편 이종근(28기) 변호사가 2조8000억원대 코인 사기 사건도 수임...

 

 

[LIVE] 서울 시내버스, 새벽 4시 첫차부터 운행 중단 .. 오늘 서울시내버스 노조 총파업

 

“버스 1시간 기다려서야 파업 알아”
“비까지 와 택시 잡기도 어려워 큰일”

입력 2024.03.28. 08:30업데이트 2024.03.28. 08:49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28일 오전 중구 서울역 인근 버스 정류장 안내판에 버스들이 출발 대기 중이라는 문구가 떠 있다./연합뉴스

28일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2012년 이후 12년만에 총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출근길 시민들의 혼잡이 빚어지고 있다. 이날 파업에 돌입한 버스는 서울 시내버스 7382대 중 97.6%에 해당하는 721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근 시간이 가까워진 오전 8시 20분쯤, 지하철 구로디지털단지역 대림 방면 플랫폼에는 입구마다 10명 정도의 승객이 대기하고 있었다. 대기줄이 길어 승객들이 서로 길을 터줘야만 지나갈 정도였다. 정백훈(55)씨는 “거주지인 시흥동에서 구로까지 경기도 버스를 타고 왔는데, 서울 버스가 없으니까 경기 버스에 사람들이 몰려 평소보다 2배 많은 승객이 버스에 타고 있었다”며 “버스를 못 탄 승객들도 정류장에 많았다”고 했다. 플랫폼 벤치에 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던 이모(65)씨는 “원래 버스를 타고 나갔어야 했던 건데 정류장에 가서야 파업 중인 걸 알았다”라며 “지하철을 타고 삼성역으로 가려고 냉큼 역까지 뛰어왔다”고 했다.

금천구에 거주하는 김모(39)씨는 “원래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파업 때문에 지하철역을 찾았다”며 “버스로 가면 한번에 갈 수 있는데 지하철을 타면 두어번을 갈아타야 해서 불편하다”고 했다. 관악구에 사는 정모(25)씨는 “출근길부터 비도 오고 파업도 겹쳐서 2호선에 평소보다 사람이 많아 보인다”며 “지하철에 인파가 몰리면 종종 쓰러지곤 하는데, 오늘도 그럴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28일 오전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김도연 기자

동작 방면으로 가는 5621번 버스는 ‘서울 시내버스 파업 기간 중 요금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을 차량 앞에 붙이고 정상 운행 중이었다. 7분 간격으로 오는 이 버스는 타고 내리는 승객들로 붐볐고, 한 버스에서 30~40명가량의 승객이 하차해 지하철역 방면으로 이동했다. 정류장에 앉아 기다리다 이미 닫힌 버스의 문을 노크해 뒤늦게 탑승하는 승객도 있었다.

지하철역에는 평소보다 사람이 붐볐다. 구로디지털단지역에는 서울시가 버스 파업에 대비해 열차 투입량을 늘린 덕분에 적어도 5분에 한 대의 열차가 들어왔다. 오전 7시를 넘어서자 열차 플랫폼은 더 붐비기 시작해 입구 하나마다 8명 이상의 승객이 기다리고, 들어오는 열차에 이미 타고 있던 승객도 많아져 들어온 열차를 타지 못하고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도 생기기 시작했다.

 
 

오전 7시쯤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 버스 정류장. 전광판에는 버스 도착시간 안내 화면과 함께 “28일 시내버스 파업 / 타 교통수단 이용 바람”이라는 문구가 표시되고 있었다. 정류장에 있던 천유진(41)씨는 “경기 수원시에서 서울 중구로 출근 중인데, 평소 중구 백병원 정류장에서 내린 후 100번 버스를 이용한다”며 “늦지 않으려 방금 택시를 불렀다”고 했다. 또 천씨는 “퇴근 때도 시내버스를 이용하지 못하니 택시를 타고 광역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귀가할 것 같다”고 했다.

28일 오전 출근길 서울 지하철 구로디지털단지역. 서울 버스 파업으로 시민들이 버스 대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김도연 기자

파업 소식을 모르고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크게 당황했다. 오전 6시 50분쯤 을지로3가역 12번 출구 앞 버스 정류장 앞에서 만난 박해균(63)씨는 버스 파업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박씨는 “안전재난문자는 받은 것 같은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다”며 “대체 언제 파업이 결정 된 것이냐”고 되물었다. 문성일(42)씨는 정류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버스가 오는지 살피고 있었다. 문씨는 “경기 성남시에서 서울 중구로 출근 중인데, 시내버스 파업사실은 알고 있지만 전자알림판에 시내버스 도착시간이 안내되고 있어 일단 기다려 보려고 한다”고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이희승(42)씨도 서울시내버스 파업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이씨는 “파업 사실을 이제야 알았고, 택시를 타야할 것 같다”고 했다. 경기 용인시에서 서울 서대문구로 통학 중인 전상기(24)씨는 15분가량 이 정류장에서 7021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씨는 “귀가할 때도 시간이 더 걸리는 지하철을 이용하게 생겼다며 뭐 이렇게 갑자기 파업을 하냐”고 했다.

서울 강남역 9번 출구 앞 버스정보 안내 단말기(BIT)에도 ‘28일 시내버스 파업 지하철 이용 바람’이라고 적혀있었다. 이호성(43)씨는 “‘버스가 오겠지’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계속 안 와서 보니까 배차간격이 20분이 넘더라”고 했다. 또 다른 시민 이모(33)씨는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해왔는데, 파업으로 지하철을 탔다”며 “혹시 몰라 평상시보다 20분 더 일찍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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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협 "다음 달부터 외래진료 최소화"

 

입력 2024.03.21. 16:28업데이트 2024.03.21. 18:28
 
27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경남도 마산의료원 1층에 설치된 '외래 진료과 연장 진료' 알림판. /연합뉴스

39개 의과대학이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21일 오후 브리핑을 열고 “4월 1일부터 응급·중증 환자의 안정적인 진료를 위해 외래 진료를 최소화한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오는 25일부터 의과대학별로 시작되는 의과대학 교수들의 자발적인 사직은 현 사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임을 이해하고, 각 대학 교수님들의 선택을 지지한다”고 했다.

조윤정 전의교협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교수님들이 너무 힘드니까 소진되고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며 “결국 환자가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에 처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바이탈 교수님들은 주 2~3회 당직해서 쓰러질 수밖에 없다”며 “정상적인 진료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조 홍보위원장은 “교수님들이 사직서를 내기 전에 너무 힘들어서 순직할 판”이라며 “일주일에 3번 당직을 서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 5주 동안 대학 병원 교수님들과 전임의 선생님들은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 때문에 심리적 압박과 함께 무력감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떠날 수가 없다. 입원 환자와 중환자의 안전한 진료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오는 25일부터 주 52시간 이내 외래 진료와 수술, 입원 진료는 유지하겠다고 했다.

앞서 전의교협은 20일 오후 8시부터 2시간가량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와 온라인 회의를 진행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에 참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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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충주병원 파업 잠정 중단…

 

전공의 13명 중 12명 사직 의사
공백 메우려고 전문의 더 뽑고
7명이 응급실 24시간 교대 근무

입력 2024.03.16. 03:25업데이트 2024.03.16. 09:35
 
지난 14일 전국 대형 병원 중 처음으로 환자들을 위한 ‘정상 진료’를 선언한 건국대 충주병원. 15일 오전 외래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강우석 기자

건국대 충주병원이 전국 대형 병원 중 처음으로 환자들을 위한 ‘정상 진료’를 선언했다. 이 병원은 전공의 13명 중 12명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이번 달부터 응급 의학 전문의 2명을 영입했고, 전문의 7명이 24시간 교대로 응급실을 지키고 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는 한 달째로 접어들고 있고, 의대 교수들도 줄줄이 사의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건국대 충주병원에서는 사직서를 낸 교수·전문의가 없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전공의가 적은 지역 대형 병원이 지역 의료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건국대 충주병원은 “진료 공백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시기에 우리 병원은 전문의를 충원하는 등 충북·충주 시민 의료를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지역 대학병원으로서 정상 진료와 수술은 물론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 등 진료 공백을 메울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했다. 이 병원은 인턴 11명이 모두 지난달 임용을 거부했고, 레지던트 2명 중 1명만 근무 중이다. 이 병원 의사 62명 중 전문의 49명은 모두 현장을 지키고 있다.

15일 오전 찾은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의료센터 입구 앞에는 ‘365일 24시간 전문의 상주, 대기 시간 없는 응급 환자 신속치료’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병원 입구엔 응급의료센터에서 새로 근무하게 된 두 전문의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신장 투석을 위해 내과를 찾은 80대 A씨는 “일주일에 3번씩 병원에 다니고 있지만 치료가 취소되거나 지연된 적은 없었다”며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전공의 파업 전후 달라진 점을 못 느끼고 있다”고 했다. 췌장에 이상이 있어 CT 촬영을 한 뒤 병원에 검사 결과를 확인하러 왔다는 이모(72)씨는 “서울에서 진료를 받을까 고민하다가 집 근처인 이 병원에 왔는데, 진료나 검사가 한 번도 지연된 적 없이 예정된 날에 받고 있다”며 “의료 대란이 일어났다고는 하지만 이곳 병원은 큰 문제가 없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고 했다. 이모(25)씨는 “오늘 새벽부터 배가 찢어질 것처럼 심한 고통이 느껴져 응급실에 방문했는데, 대기나 진료 거부 없이 곧바로 들어왔다”며 “다행히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고 병변이나 이상이 없다고 해서 퇴원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날 병원에서 만난 신경외과 교수는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나머지 의료진이 추가 근무를 하며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며 “의료 대란이라고 하지만 현장에서 버티고 있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병원 영상의학과 직원은 “애초에 전공의 수가 상대적으로 서울 병원보다 적기도 하고, 나머지 의료진들이 빈자리를 메우고 있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건국대 충주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충북 중북부 지역의 유일한 대학병원”이라며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진료·병상 현황을 수시로 체크하며 환자를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건국대 충주병원 측은 전공의 사직 사태 장기화에 불안해하는 지역 주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병원의 의지가 담긴 입장문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전공의는 물론 전문의·교수까지 사의를 밝히는 병원이 많지만, 이 병원에선 사직서 제출을 거론하는 전문의·교수가 없다고 한다. 아내의 갑상선 초음파 촬영을 위해 병원을 찾은 이모(81)씨는 “전공의 파업 때문에 병원을 찾을 때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며 “하지만 병원이 의료 정상화를 선언하고 환자에 대한 의지를 보인다고 해서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문석우 원장은 “지역사회 의료 공백을 해소하고 응급 환자 진료를 활성화해 충주 시민뿐만 아니라 충북 중북부 지역 주민에게 진료받고 싶은 병원, 신뢰받을 수 있는 병원, 환자 중심 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 의료진이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건국대 충주병원은 이번 의사 집단 행동과 관계없이 전체 의료진이 정상 진료를 유지하겠다고 했다”며 “지역 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고,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는 건국대 충주병원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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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10명 이내 중복 인력신고...겸직 근무 징계 대상"

 

입력 2024.03.15. 11:00업데이트 2024.03.15. 12:56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하면서 무더기 면허정지 처분이 우려되는 가운데 6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 기숙사에 보건복지부가 발송한 업무개시와 진료유지 명령서 우편물 도착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5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 수련 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이므로 계약 관계에 따르더라도 전공의의 사직은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 실장은 “현재 10명 이내의 전공의가 다른 의료기관에 중복으로 인력 신고 된 사례가 파악됐다”며 “전공의는 전문의 수련 규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고 수련병원 외의 다른 의료기관에 근무하거나 겸직 근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수련 중인 전공의가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다른 병원에 겸직 근무하는 경우, 수련 병원장으로부터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타인 명의로 처방전이나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는 경우에도 의료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이때 전공의를 고용한 개원의도 형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정부는 20개 상급 종합병원에 파견된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의 법적 보호를 강화하기로 했다. 전 실장은 “공보의는 파견된 의료기관의 정규 근무 인력과 동일한 법적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책임보험에 가입한 의료기관에 공보의도 가입 대상에 포함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보험료 추가분은 정부가 지원한다고도 했다.

전 실장은 이날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에게 “환자의 호소에 귀 기울여 주시고,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주기를 바란다”며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전공의들을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거점 국립대 총장 협의회(협의회)는 14일 집단 사직 움직임을 보이는 의대 교수들에게 “국민 곁을 지켜 달라”는 호소문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부터 5년간 소아 환자 진료에 약 1조3000억원 상당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올 1월부터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료를 최대 52만원에서 78만원으로 인상하고, 1세 미만 입원료 가산율은 30%에서 50%로 늘린다. 입원 전담 전문의가 소아 환자를 진료할 경우 50%를 가산하고, 24시간 근무할 경우 30%를 추가로 가산한다.

전 실장은 “소아 병·의원의 심야 진찰료 가산율을 기존 100%에서 200%로, 심야시간 약국 조제료도 기존 100%에서 200%로 2배 인상했다”며 “가루약 수가는 기존 650원 가산에서 최대 4620원으로 올렸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아 응급환자를 야간·휴일에도 진료할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도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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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의료 중추 인천세종병원 심장·뇌혈관 등 21개 전문센터

 

심장 수술만 하루에 2~4건… 빅5 못지않아

입력 2024.03.13. 03:00업데이트 2024.03.13. 08:40
 
12일 오전 인천 계양구에 있는 '2차 병원' 인천세종병원에서 의료진이 수술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2차 병원 중 전문성을 갖춘 병원들에 대해 상급 종합병원(3차 병원) 만큼 의료 수가를 높여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련성 기자

12일 오전 10시 인천 계양구 인천세종병원 6층 수술실에선 61세 중증 심장 질환 환자가 승모판(심장 판막) 치환·부정맥 수술을 받고 있었다. 집도를 맡은 심장혈관 흉부외과 박표원·김영환 과장이 환자 심장을 열고 인공판막을 고정하는 동안 의료진 4명이 수술을 도왔다. 다른 의료진 5명은 환자의 심장·폐 기능을 대신하는 ‘인공 심폐기’를 확인하면서 수술 도구 등을 수시로 전달했다. 온도를 16도로 맞춘 수술실에서 의료진 11명이 한 팀으로 움직이며 4시간 동안 수술을 진행했다. 같은 시각 옆 수술실에선 선천성 근이영양증으로 중증 심부전을 앓는 20세 환자의 좌심실 보조장치(인공 심장) 삽입술이 이뤄졌다.

그래픽=김현국

인천세종병원은 이런 심장 수술을 하루 2~4건씩 한다. 2017년 3월 326병상 규모로 문을 연 ‘2차 병원(중형 병원)’이지만, 심장 분야만큼은 서울 ‘빅5′로 불리는 대형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학병원이 넘기는 중증 환자도 있고, 심근경색 등 응급 환자도 많이 들어온다. 올해 2월까지 7년간 1340건의 심장 수술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은 “심장이식·인공심장 등 수술 건수 기준으론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며 “수술 후 생존율은 100%”라고 말했다.

인천세종병원 같은 2차 병원은 전공의(인턴·레지던트)는 거의 없고, 전문의 위주로 운영한다. 인천세종병원은 전문의 90여 명이 간호사 등과 함께 하루 1600명 넘는 환자를 보고 있다. 중환자실 당직도 전문의 세 명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심장이식센터·뇌혈관센터·내과센터·외과센터·소아청소년센터 등 21개 전문센터를 두고 지역·필수 의료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 운영은 쉽지 않다. 현재 수가(건강보험이 병원에 주는 돈) 체계가 병원 규모가 클수록 많이 주는 구조여서 같은 진료를 해도 상급 종합병원보다 적은 돈을 받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서울 대형 병원들은 이번 (전공의) 사태로 적자를 보게 됐다고 하지만 지역의 ‘작지만 강한’ 2차 병원 상당수는 만성적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3월 12일 오전 인천 계양구 인천세종병원 뇌혈관센터 접수실이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 장련성 기자

서울 대형 병원으로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도 고민이다. 전문의를 많이 채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업무 강도가 높다 보니 전공의가 ‘손발’ 역할을 해주는 서울 대형 병원으로 이직이 잦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우리 병원의 숙련된 의사와 간호사들이 수시로 빠져나가면서 ‘심장 사관학교’라는 말까지 듣는다”며 “필수 의료는 원 팀으로 호흡을 계속 맞추는 게 중요한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경기·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대학병원 분원이 문을 열고 있는데, 2차 병원의 인력 이탈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그간 정부 지원이 대형 병원에 집중되는 동안 2차 병원들은 소외된 면이 있다”면서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지역·필수 의료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이 마음 놓고 환자를 볼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열심히 일하는 지역·필수 의료 전문의들을 제대로 대우해 사명감을 갖고 일하도록 해줘야 그 분위기가 전공의로도 이어지고, 지역·필수 의료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취지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전공의를 중심으로 한 의사 집단행동의 중단을 촉구와 현업 복귀 호소 발언을 하고 있다. 2024.3.12 /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2차 병원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소·전문 병원을 키워 ‘빅5′에 의존하는 기존 의료 체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지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지역 의료에 투자를 확대하고, 필수 의료를 유지하기 위한 정당하고 합당한 보상 체계도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현재도 상급 종합병원 수준으로 전문성을 갖고 중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강소 전문 병원들이 있다”며 “정부는 병원 규모가 아니라 실력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전문성 갖춘 강소 전문 병원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현재 상급 종합병원들이 전공의 이탈로 수술·입원을 절반으로 줄였지만, 그 공백을 2차 병원들이 메워주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경증 환자도 상급 병원에 몰리는 기형적 의료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중형·전문 병원을 키워야 한다”며 “빅5 병원은 전공의 비중이 전체 의사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데, 중형·전문 병원을 키우면 전공의 이탈로 의료 현장이 마비되는 사태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병원 규모에 따른 현재 수가 체계를 실제 각 병원의 실적 등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시스템으로 바꿔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전날엔 뇌혈관 질환 전문 병원인 서울 명지성모병원을 찾아 “규모가 작은 전문 병원도 실력이 있으면 상급 종합병원만큼 수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전문 병원이 수준 높은 진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검토하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대국민 홍보를, 소방청은 일선 구급요원과 119 구급상황실 등에 뛰어난 진료 실적을 보인 전문·강소 병원에 대한 정보 공유와 교육을 확실히 하라”고 했다. 한 총리는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가 붕괴해 전 국민이 이른바 ‘빅5′ 병원에 가는 모순을 해소하고, 국민 누구나 ‘우리 동네 빅5′를 믿고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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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4.03.09. 03:00업데이트 2024.03.09. 09:36
 
 

양구현(46) 강릉아산병원 신경외과장이 7일 오전 8시 이 병원 6층 신경외과 병동에 들어섰다. 짧은 반백발 머리는 헝클어졌고, 두 눈은 충혈돼 있었다. 양 교수는 “최근 2주간 집에 딱 한 번 들어가서 잤다”고 했다. 평소에도 바빴지만 ‘의료 파행’ 이후엔 병원 옆 집에도 들어갈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간호사에게 밤사이 환자 상황을 보고받았다. 환자 피부와 대변 사진을 살핀 뒤 병실을 돌며 회진(병실 진료)을 시작했다.

7일 강릉아산병원 6층 신경외과 병동에서 양구현 신경외과장이 회진을 돌고 있는 모습. 그는 응급 상황에 대응하느라 최근 2주간 집에 딱 한 번 들어가 잤다고 했다. 신발도 운동화를 신었다. 응급 상황 발생시 미끄러지지 않고 더 빨리 환자에게 가기 위해서다. /김지호 기자

환자들 대부분은 고령이었다. “아버님 ‘아’ ‘에’ 해보세요. 정말 좋아졌네요.” “어머님 오늘 퇴원하신다고 깨끗이 씻으셨네. 외래에서 봬요.” 그는 일반병동 환자를 살핀 뒤 바로 4층 응급중환자실로 내려갔다. 그가 환자 상태를 살피고 지시를 내리자, 젊은 전공의들이 받아적었다. 양 교수는 “얼마 전에 제가 코피를 쏟았는데, 그 얘길 듣고 (사표 냈던) 제자 두 명 돌아와 중환자실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현재 이 병원 전공의 36명 중 15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양 교수는 검정 등산복 바지에 러닝화를 착용하고 있었다. 응급 환자가 발생했을 때 미끄러지지 않고 더 빨리 환자에게 가려면 등산복과 운동화가 제격이라고 했다. 등산화를 신을 때도 있다. 오전 9시쯤 14명 환자 회진을 마쳤다.

이어 혈관조영실로 내려갔다. 걸음이 경보(競步) 선수처럼 빨랐다. 3.5kg 무게의 납복(鉛服·방사능 보호복)을 급히 입고 조영실에 들어갔다. 병상엔 왼쪽 뇌혈관 일부가 막혀 수술을 앞둔 할머니가 누워 있었다. 양 교수는 환자 몸에 직경 2mm 이하의 카메라 달린 관을 넣어 막힌 뇌혈관 주변을 촬영했다. 모니터를 응시하는 양 교수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생각보다 상태가 나쁘진 않네. 다행이다.” 조영실을 나온 그는 무릎을 만졌다. 납복을 입고 서서 시술하고 나면 무릎이 아프다고 했다.

그래픽=이철원

그는 곧장 연구실로 올라가 진료 기록 등을 보며 30분 남은 수술 준비를 했다. 지주막하뇌출혈(뇌 속 지주막 밑 출혈)을 앓는 44세 여성 중환자였다. 그는 “뇌동맥에 출혈이 있고 주변 혈관도 미세하게 찢어져 출혈이 의심되는 중환자”라며 “이런 큰 수술을 하는 날엔 10년 정도 늙는 느낌”이라고 했다.

오전 10시 수술실로 들어갔다. “자 합시다. 집중하고.” 그는 메스로 환자의 두피를 절개하고, 두개골 일부를 동그랗게 잘라냈다. 하얀 뇌경막을 잘라서 벌린 뒤 고정시켰다. 수술 현미경에 눈을 대고 바늘 구멍만한 절개를 해가며 출혈이 있는 혈관을 찾아들어갔다. 모래를 하나씩 헤집으며 사금(砂金)을 찾는 작업 같았다. 맨눈으로 보기 힘든 직경 1.5~6mm의 혈관을 다루는 양 교수는 숨도 크게 쉬지 않았다. 눈을 현미경에 고정한 채 영화 속 슬로모션처럼 오른손을 천천히 움직여 옆에 선 간호사에게서 수술용 칼, 가위를 받아 수술 부위로 가져갔다. 문제의 혈관 주변에서 갑자기 피가 솟았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석션(피 흡입) 해주시고. 문제 없어요”라고 했다. 기지개 한 번 켜지 못한 수술은 7시간 만인 이날 오후 5시에 끝났다.

양 교수는 수술 후 환자와 함께 1층 혈관조영실로 내려갔다. 수술이 잘됐는지 혈관 상태를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모니터를 응시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환자 부모들에게 갔다. “경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아마 따님은 걸어서 퇴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노부부 눈가에 눈물이 번졌다.

 "얼마나 위험한 일 벌어지냐면"...의료현장서 나온 경고 

 

그는 이날 아침·점심을 먹지 않았다. 큰 수술을 앞두고는 신경이 곤두서 식욕이 없어진다고 했다. 양 교수는 전날에도 새벽 3시부터 6시까지 응급 환자 수술을 했다. 이후 낮 12시 30분까지 외래 진료를 한 뒤 점심을 먹으려 했지만 뇌경색 응급환자가 들어왔다. 응급 수술을 끝내고 곧바로 뇌출혈 환자 수술을 했다. 오후 6시쯤 수술을 마치고 병원 옆 집에 가서 시래기 된장국으로 요기를 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전공의 이탈로 밤에 환자 관련 지시를 내리는 일도 양 교수가 직접 하고 있다. 그는 4평 연구실에서 다음 날 수술 계획을 점검하고 2인용 회색 소파에 누워 쪽잠을 잤다.

그는 “요즘은 병원 연구실에 있는 게 집에 가는 것보다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그는 “밤에 응급환자가 들어올 수 있고, 몇 번씩 병동에서 ‘환자가 열이 난다’ ‘두통이 심하다’는 전화도 온다”며 “이젠 전공의도 없어 제가 직접 밤새 환자를 살펴야 한다”고 했다. 요즘은 내과 의사인 아내와 초등학생 딸과 아들이 병원 1층 카페로 양 교수를 종종 만나러 온다고 한다. 그는 “뇌혈관 응급환자는 빨리 치료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도 다른 병원으로 보낸 적이 없다”며 “제가 마지막 의사라고 생각하고 사생결단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양 교수는 영동 지역에서 뇌혈관 수술과 시술(스텐트 등)을 모두 할 수 있는 유일한 의사로 통한다. 그는 “강원도에 (환자가) 사는 게 죄가 돼선 안 된다는 게 제 신념”이라고 했다.

의대 증원과 전공의 반발에 대한 생각도 말했다. 양 교수는 “신경외과 전공의들은 바쁜데, 2000명 증원이 본인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깊이 생각할 시간이나 있었을까 싶다”며 “다소 성급하게 (환자 곁을 떠나는) 결정을 한 게 아닌가 한다”고 했다. 또 “정부가 최근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 패키지는 구체적이지 않다”며 “지금은 성적 1등 인턴이 피부과를 간다. 정밀한 대책이 없으면 늘어난 의사들도 다 이렇게 인기과로 빠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교육의 질이 걱정”이라며 “저 역시 매일 외래진료와 수술 등으로 시간을 다 쓴다. 지금도 전공의 가르칠 시간이 없는데, 증원이 되면 더 힘들어지고 피해는 환자들이 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만약 의대 증원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은 필수 진료 의사들이 더 많이 나온다면 2000명이 아니라 2만명 증원이 돼도 상관 없다”고도 했다.

정부가 발표한 의료사고특례법에 대해선 “최선을 다한 의사는 보호해 줘야 한다”면서도 “일부 성형외과에서 마취 환자가 호흡을 하지 않는데도 늦게 대처한 사례처럼 기본기 없는 의사들이 낸 의료사고는 더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양 교수는 “벼랑 끝 환자를 살리는 게 의사라고 생각해서 신경외과를 전공했다”며 “나중엔 동해나 삼척처럼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진료를 하고 싶다. 1시간만 더 빨리 치료했다면 예후가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이털(생명) 의사

내과·외과·산부인과뿐 아니라 응급의학과·신경외과·흉부외과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진료과 분야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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