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절차 개시, 정부 "구제 없다" .. 의료계 "국제사회 도와달라"

 

전공의 파업 2주째 피해 신고 속출

입력 2024.03.05. 03:36업데이트 2024.03.05. 07:20
 
정부의 업무 개시 명령에도 전공의 파업 사태가 계속되면서, 수술이 연기된 중환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서 배낭을 멘 한 내원객이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모습. /뉴스1

“아기가 죽었어요.” “암이 전이될까 봐 피가 마릅니다.”

전공의 파업이 4일로 2주째에 접어들면서 환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의사 집단행동 피해 신고센터’엔 지난 달 29일까지 총 343건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 내용 중엔 ‘의사 파업으로 가족이 숨졌다’는 사망 신고도 2건이 들어왔다. 지난달 20일 한 임신부(17주 차)가 산도(産道·출산 시 아기가 나오는 통로) 이상으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갔다가 수술을 거부당해 6일 뒤 태아가 숨졌다는 신고가 있었다. 또 지난달 22일 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가 혈관 이상으로 응급 수술을 받아야 했는데 늦어져 다음 날 새벽 사망했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정부는 현재 두 사고의 원인을 조사 중이다.

수술이 무기한 연기된 중환자들도 ‘피 말리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 지역의 한 맘카페에는 임신부가 쓴 글이 올라왔다. 이 여성은 “2차 병원(중형 병원)에 검진을 다니고 있는데, 최근 태아에게 부정맥(심장 박동 불규칙) 증세가 발견됐다”며 “큰 병원에 가야 한다고 해서 알아보니, 태아 심장 초음파로 유명한 서울아산병원도 전공의 파업이 끝나기 전까진 (진료·수술) 접수가 아예 안 된다고 한다. 너무 힘들다”고 했다.

노인 중환자들도 고통 받고 있다. 경북 경산에 사는 최모(67)씨는 난소암 4기로 투병 중인 아내의 항암 치료를 위해 4일 새벽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지난달 27일이 아내의 입원 날이었지만,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야 “전공의 파업 때문에 입원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최씨는 “오늘도 항암 주사만 맞고 다시 경산으로 내려가야 한다”며 “아내에게 혹시라도 고열과 설사 같은 게 생기면 정말 방법이 없다”고 했다.

부신암 환자 한모(53)씨도 2주 전 받기로 한 항암 치료를 위해 딸과 함께 이날 서울의 한 대형 병원을 찾았다. 그는 2018년 부신암 4기 판정을 받은 후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복막에 암이 전이돼 6차 항암 치료까지 받았다고 한다. 수술이 어려워 항암 치료가 유일한 치료법이다. 그는 지난달 19일 입원하러 서울에 왔지만 “병원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해서 다시 울산으로 내려갔다. 한씨는 “항암 치료가 미뤄진 2주 동안 바늘에 찔리는 것 같은 통증과 배에 이물감이 느껴지는 증세가 생겼다. 몸이 너무 안 좋아졌다”고 했다.

 
 

난소암 항암 치료를 받으러 이날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한 60대 여성은 “내 친구도 암 투병 중인데, 병원 수술 날짜가 잡혀 소변 줄까지 꽂고 병원에 갔는데 입원이 불가능하다며 돌아가라고 했다”며 “친구도 나도 매일 불안에 떨고 있다”고 했다. 중증 환자들은 수술이 무기한 미뤄지면서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인터넷 환자 커뮤니티에도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3일 골육종(뼈암의 일종) 환자 카페엔 직장인 A(35)씨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글에서 “지난 1월 말 암 선고를 받았다”며 “하루하루 통증은 심해지고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데, 의사 파업은 아직 안 끝나고, 정말 미치겠다”고 했다. 이어 “골반, 엉덩이, 척추까지 아파서 앉아있기도 힘들고 서있기도 힘들다”며 “누워있기조차 너무 아파서 잠을 못 잔다. 대체 수술은 언제 하나”라고 했다.

같은 날 유방암 환자 카페에서도 비슷한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한 여성은 “지난주에 수술 전 검사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갔는데, ‘수술은 순서가 되면 알려준다’고만 하고 시기는 말씀 안 하시더라”며 “매일 피가 마른다”고 했다. 또 다른 환자 딸은 “어머니가 원래는 지난달 22일 수술을 받는 일정이었는데 (전공의 파업으로) 결국 미뤄졌다”며 “암이 전이되면 어쩌나, 매일 걱정을 달고 산다”고 했다.

지난달 말 국회 인터넷 청원 게시판엔 본인을 ‘난소암 4기 어머니의 딸’이라고 소개한 사람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수술을 3일 앞두고 무기한 연기 소식을 통보 받았다”며 “힘없는 환자들과 가족들은 얼마나 더 불안에 떨며 살아가야 하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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