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6(토) - 퇴직하자 피의자 방패로 나선 국수본부장과 검사장의 염치

 

조선일보
입력 2024.04.06. 03:26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이 2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뉴스1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남구준 경찰청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이 대형 입시 업체 메가스터디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고 한다. 지금 메가스터디는 ‘사교육 카르텔’ 비리 혐의로 국수본 수사를 받고 있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지문이 메가스터디 소속 ‘일타 강사’의 모의고사 지문과 일치해 교육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사교육 수사는 남 전 본부장 퇴임 이후 시작됐지만 수사 대상인 교육 업체가 교육과 무관한 직전 수사본부장을 영입한 이유는 불 보듯 뻔하다. 1년 전까지 국수본부장을 하며 맺은 후배 경찰들과 연분을 이용해 전관예우 특혜를 받고 수사에 영향을 주려는 계산일 것이다. 그런데도 4급 이상 퇴직 공무원의 재취업을 심사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취업 후 경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작다”고 했다. ‘전관예우 허가장’을 내준 것이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박은정 후보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는 부장검사를 하던 2016년 코인 업체 회장과 부회장을 다단계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대법원 유죄 확정까지 이끌어냈다. 그런데 사기범들이 지난해 다른 ‘코인 다단계 사기’로 구속되자 이번엔 변호사로 나섰다. 그는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했다. 검사로 수사했던 ‘동일 사건’을 수임하면 불법이지만 ‘동일 피의자’를 변호하면 합법이라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대검 형사부장 때 보고받고 지휘한 금융 사기 사건의 일당 중 한 명 변호도 맡아 거액을 챙긴 적도 있다.

 
 

전직 고관들의 전관예우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래도 종전엔 갈 곳과 못 갈 곳을 분별하고 사건을 가려 수임하는 등 선을 지키려는 노력은 보였다. 요즘은 최소한의 양식마저 사라지고 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퇴임 직후 대장동 사건 핵심인 김만배씨의 부동산 회사에서 고문으로 일했다. 김씨와의 특별한 인연이 아니라면 대법관 출신이 갈 만한 자리가 아니다. 권 전 대법관은 김씨와 관련한 뇌물,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변호사 등록을 했다.

국수본부장은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의 수사를 총괄하는 자리다. 계급도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인 치안정감이다. 수사 경찰 3만명을 지휘했던 ‘초대 본부장’이라면 후배 경찰들이 부담을 느낄 자리는 피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남 전 본부장은 국수본이 수사하는 교육 업체로 옮겼다. 검사장까지 지낸 이 변호사는 검사와 범죄자로 만난 연줄까지 돈벌이에 이용하려 한다.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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