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내과 최석구교수  서울백병원 12대 병원장역임

최석구

 

입력 2023.08.31. 13:55업데이트 2023.08.31. 14:45
 
 
 
 
 
 
서울백병원 진료 마지막 날인 31일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입구에서 의료진들이 폐원 전 마지막 기념촬영을 마친 뒤 슬픔을 나누고 있다. /뉴스1

31일 낮 12시 서울 중구 인제대 서울백병원 입구 앞.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등 의료진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었다. 이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동료들에게 떡을 돌리고, 눈물을 보이는 병원 관계자들도 보였다.

서울 중구의 유일한 대학 병원인 인제대 서울백병원이 이날 오후 5시부로 진료를 종료한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상주인구가 줄어들고 적자가 누적되며 더 이상 병원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1941년 문을 연 뒤 82년 만의 폐원이다.

서울백병원이 문을 닫으면 인구 12만 여명인 서울 중구에는 대학병원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중앙대학교 필동병원(2004년)을 시작으로 이대동대문병원(2008년), 중앙대 용산병원(2011년), 제일병원(2021년)에 이은 마지막 폐원이다.

서울백병원 진료 마지막 날인 31일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입구에서 의료진들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 /뉴스1

이날 서울백병원 창구는 진단서와 소견서, 진료의뢰서 등 각종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환자들 증 일부는 “담당 의사선생님은 어디로 가는 것이냐”며 의료진의 거취를 문의하기도 했다.

이날 ‘마지막 진료’를 위해 서울백병원을 찾은 박명숙(82)씨는 “지난 1984년 아들을 백병원에서 낳은 뒤 거의 40년째 서울백병원을 이용해왔다”고 했다. 서울 중구 중림동에 사는 박씨는 “집 근처에 큰 병원이 있어 정말 편했는데 이제 어느 병원을 찾아가야 할지 막막하다”며 폐원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울백병원 폐원 소식에 근처 약국가도 착잡한 분위기다. 약사 김모(54)씨는 “설마설마했는데 결국 병원 측에서 공문을 통해 폐원소식을 전해왔다”며 “인근 약사들 모두 안타깝고 착잡한 심정”이라고 했다.

지난 6월 20일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에서 이사회의 폐원 결정에 항의하는 직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서울백병원 재단인 인제학원 측에 따르면, 의사(교수)를 제외한 간호사·행정직 등 서울백병원 소속 직원인 300명 가량은 지난 29일자로 모두 상계·일산·부산·해운대백병원 등 형제병원과 다른 병원으로 발령이 났다. 의사들의 근무지는 아직 협의 중으로, 오는 9월 중 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백병원 폐원을 의결한 인제학원 측과 이에 반대하는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 등 교직원 간 갈등은 ‘현재진형형’이다. 폐원에 반발하는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폐원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결정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부정 관련자들은 모두 처벌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백병원 교수 등은 “이사회의 폐원 결정 과정에 법적 절차를 위반한 사항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며 교육부에 감사를 요구하는 등 재단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와 일반 직원 등은 지난 4일 서울행정법원에 폐원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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