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금융권 횡령사고 32건
NH농협서 13건 발생해 전체 중 40% 차지
사문서 위조·금품수수 등도 발생
내부통제 구멍 뚫려…시스템 보완 필요

입력 2023.07.24 06:00
 
 
 
 
 
서울 중구에 있는 NH농협중앙회 및 농협은행 전경. /NH농협금융 제공

경기 남양주에 있는 NH농협에서 한 직원이 수천만원이 든 자동화기기 시재금(고객 예금을 대출 등으로 내주고 난 뒤 금고 안에 남은 돈)에 손을 대는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 들어 NH농협에서 발생한 13건의 횡령사고 중 하나다. NH농협은 올해 들어 2주에 한 번꼴로 횡령사고가 터지며 내부통제의 부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24일 조선비즈가 올해 상반기 NH농협의 공시를 전수조사한 결과 남양주시 소재 화도농협에서는 직원이 자동화기기 시재금을 횡령한 사고가 발생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말 특별감사를 통해 해당 사고를 적발하고 관련 임직원 3명에 대해 제재 처분을 내렸다. 횡령 사고를 일으킨 직원은 직위해지 처분을 받았다.

농협중앙회와 해당 지역농협은 횡령 규모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지만, 통상 자동화기기에 1500만~4000만원 규모의 시재금이 들어있다는 점에 미루어 횡령 규모 역시 최소 수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은행 자동화기기(ATM)에서 시민들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뉴스1

NH농협에서는 올해 상반기에 총 13건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 금융권에서 32건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중 농협이 차지하는 비중이 40%가 넘는 것이다. 해당 횡령사고로 인한 관련자 징계 역시 47명에 달했다.

공시된 횡령사고의 내용은 고객 정기예탁금 횡령부터 하나로마트 판매대금에 손을 댄 사고까지 다양했다. 순정축협에서는 구제역백신 판매보조금 및 조합원 자부담금을 횡령했다. 진주서부농협에서는 고객 예탁금 횡령이 발생해 1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부경양돈농협에서는 예산 허위 집행을 통한 횡령사고가 발생, 조합에 3억7500만원의 손실을 끼쳤다. 세종공주축산농협에서는 축산물 판매대금 횡령이 이뤄졌으며, 합천새남부농협과 광천농협에서는 각각 하나로마트 판매대금을 횡령하는 유사한 사고가 일어났다.

횡령사고에서 다른 금융사고나 갑질·성희롱 등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따른 사고까지 확대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올해 상반기 NH농협의 85개 조합이 수시공시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금품수수 등의 사고 발생 현황을 밝혔다. NH농협의 조합 총 1113개 가운데 7.64%의 조합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다만, 농협중앙회에서 2년에 한 번 정기 감사를 하고, 일부 조합을 대상으로 부문 및 불시감사를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드러나지 않은 금융사고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천안시에 있는 지역농협에서는 직원들이 금품을 수수하며 복무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적발됐다. 강화, 아산 등 지역 농협 11군데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사고가 발생하며 직원 다수가 징계를 받았다. 동일인 당 대출한도 초과, 사문서위조, 기업시설자금대출 취급 소홀로 인한 손실 발생 등 기초적인 금융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다수 적발됐다.

일러스트=손민균

금융사고가 빈번하다는 것은 농협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호금융권은 지배구조법 적용 대상이 아니고, 개별법에도 조합에 대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조항은 없어 횡령 등의 금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상호금융중앙회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수많은 단위조합의 내부통제 장치 작동 여부를 촘촘히 보기엔 물리적인 여력이 부족하다. 중앙회가 단위농협을 관리·감독하고는 있으나, 금융감독원에 비해 전문성 등이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 회장 선출 방식 자체가 조합장의 투표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중앙회가 단위농협에 대한 견제 역할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의 상호금융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 당국은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통해 농협 등 상호금융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인프라 개선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상호금융권의 내부통제는 여전히 구멍이 뚫려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 당국이 단위조합의 내부통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금융에서 빈번한 금융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은 금융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라며 “농협 등 상호금융도 금융 소비자에게는 은행과 비슷한 금융기관으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내부통제를 잘 정비해 금융사고를 줄이고 금융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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