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박찬진(오른쪽) 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의 감사 방해 혐의를 보강 수사해 달라며 검찰에 관련 자료를 보냈다. 두 사람은 ‘자녀 채용’ 의혹으로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한 박 전 총장과 송 전 차장./연합뉴스
감사원의 선거관리위원회 특혜 채용 비리 감사 결과, 선관위가 관련 자료를 은폐하는 등 조직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감사를 방해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
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2022년 정기 감사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인사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선관위가 인력 운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감사원이 요구한 자료엔 선관위의 직원 승진 심사 자료도 포함됐다. 승진 심사가 규정과 절차에 맞게 진행되는지 확인하려는 것으로, 감사원이 다른 기관을 감사할 때도 통상적으로 들여다보는 항목이다.
자료 제출 요구를 받은 선관위는 사전 점검 과정에서 5급 승진 심사 업무에 잘못이 있었음을 발견했다. 승진 대상이 되려면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 ‘교육 점수’를 쌓아야 하는데, 점수 산정이 잘못돼 애초 승진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이 승진한 사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선관위는 감사원에 5급 승진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다른 직급 승진 심사 자료만 제출했다. 감사원이 여러 차례 자료 제출을 독촉했지만 선관위는 응하지 않았고, 결국 당시 감사에선 문제가 적발되지 않았다.
그래픽=김성규
선관위의 이런 자료 은폐 사실은 감사원이 지난해 7월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감사에 착수하면서 꼬투리가 잡혔다. 감사원이 선관위 직원들의 업무용 PC를 포렌식해 봤더니, 2022년 감사에 대비해 5급 승진 심사 자료를 숨기는 방안을 담은 내부 보고서가 발견된 것이다. A4 용지 1쪽짜리 보고서에는 ‘교육 점수를 채우지 못한 사람을 승진시키는 것이 법령에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선관위에는 그래도 되는 재량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과 함께, ‘감사원에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이 보고서가 당시 박찬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박·송 두 사람이 감사를 방해한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수사 참고 자료를 지난달 29일 검찰에 보냈다. 감사원 관계자는 “선관위가 자료 제출 요구 대부분을 거부해, 비위가 더 있을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선관위가 자료를 은폐한 2022년 감사에서도 선관위 직원 128명이 청탁금지법을 어기고 금품을 받고, 선거관리위원들이 법령에 근거도 없이 매달 수당 200만원을 받아온 사실이 적발됐다.
선관위는 이번 감사에서도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한다. 감사원이 선관위 직원 친·인척이 특혜 채용됐는지를 확인하려고 각 지역 선관위에 경력직으로 채용한 직원들의 인사 기록 카드를 요구하자, 지역 선관위들은 이들의 가족 관계와 얼굴 사진 등을 펜으로 까맣게 칠해 가린 자료를 내놨다.
박찬진 전 총장의 전임자인 김세환 전 사무총장이 선관위 내에서 ‘세자(世子)’로 불린 아들의 인사 비리 관련 증거를 없앤 정황도 포착됐다. 김 전 총장은 재직 중 선관위에서 휴대폰과 노트북 컴퓨터를 지급받아 사용했으나 2022년 3월 퇴임하면서 이를 반납하지 않았다. 감사원이 최근 김 전 총장이 무단 반출한 휴대폰과 노트북을 확보해 확인해 봤더니 모든 데이터가 지워져 있었다고 한다. 감사원은 김 전 총장에 대해 일단 선관위 물품을 횡령한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수사 참고 자료를 보냈다.
박 전 총장 딸을 특혜 채용해 준 혐의를 받는 전남선관위 직원들은 감사가 임박하자 관련 문서 파일을 변조했다가 적발됐다. ‘외부 면접 위원들에게 점수란은 비워둔 평가표를 받으라’는 등 특혜 채용을 위한 요령이 담겨 있는 문서 파일이었다. 전남선관위 직원은 이 파일을 열어 다른 내용을 입력하고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은폐를 시도했으나, 감사원이 다른 업무용 PC를 포렌식해 원본 파일을 찾아내면서 혐의가 드러났다.
신우용 전 서울선관위 상임위원 자녀 특혜 채용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서울선관위 직원도 감사를 앞두고 관련 문서를 파쇄했다가 적발됐다. 이 직원은 선관위 자체 감찰에선 ‘면접 위원들에게 신 전 위원 자녀의 가족 관계를 삭제한 인사 기록 카드를 제공했다’고 거짓으로 진술했다고 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선관위 직원들이 자녀 특혜 채용 등 중대한 인사 비리에 대해 ‘관행’이라며 별것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거나 관련 증거를 인멸하는 등 감사에 강하게 저항했다”고 전했다.
10일 오후 6시 4·10 총선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지도부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박수를 치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는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남강호 기자·뉴시스
10일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174~175석을 얻으며 압승을 거뒀다. 국민의힘은 집권당으로는 민주화 이후 최소 의석을 얻는 데 그쳤다. 사상 최대 격차의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나타난 총선 결과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민심의 엄중한 심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전반 2년뿐 아니라 남은 3년도 거야(巨野)와 함께해야 하는 만큼 국정 운영 스타일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은 전국 지역구 254곳 중 161곳(63.4%)에서 승리했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예상 의석 13~14석을 합치면 174~175석을 차지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했지만 2년 만에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대승을 거뒀다.
국민의힘은 영남과 강원 등 지역구 90곳에서 당선자를 냈다.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예상 의석을 합치면 109석 안팎이다. 서울 일부에서 선전했지만 경기 ‘반도체 벨트’를 비롯한 수도권 탈환에는 실패했다.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경기 수원병에 출마한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경기 용인갑에 출마한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등도 낙선했다. 반면 서울에서 나경원(동작을), 김재섭(도봉갑) 후보 등이 당선됐다.
46석이 걸린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11일 새벽 4시 40분 현재 국민의미래가 37.62%, 더불어민주연합이 26.33%, 조국혁신당이 23.69%, 개혁신당이 3.50%를 득표 중이다. 12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예상돼 3당이 유력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 직후 “국민이 승리했다”며 5월 국회가 개원하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딸 논문 대필 의혹을 조사할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을 더하면 범야권 의석은 190석에 근접할 전망이다. 개혁신당은 경기 화성시 을에서 이준석 후보가 당선됐고 비례대표로 1~2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례 의석 배분은 현행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라, 비례 투표에서 3% 이상을 득표한 정당들 간 득표율 비중이 소수점 아래에서 조금만 변하더라도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당의 최종 의석 수는 비례 개표가 완전히 끝난 뒤에나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기현(오른쪽)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한 모습. /뉴스1
국민의힘 지도부 일부 인사들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임명직 당직자 전원의 일괄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당 지도부 일부 최고위원들이 김기현 대표에게 임명직 당직자 일괄 사퇴를 건의했다”며 “김 대표가 고민해서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 지도부는 보선 패배 이후 쇄신책으로 ‘미래비전특별위원회’를 출범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일종의 혁신위원회를 띄우자는 것인데, 특위 이름과 성격이 모호해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며 “누구를 위원장으로 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또한 지도부는 총선기획단을 조기에 출범하고, 인재영입 발표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부 최고위원들이 “이것만으로는 혁신 의지를 보이기에 부족하다”며 “좀 더 숙고한 다음 쇄신책을 발표하자”는 뜻을 김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이날 김 대표에게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뜻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선 패배 직후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