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티베트 설산과 빙하
** 비행기에서 설산과 빙하를 찍는 일은 쉽지 않다.
대부분 설산지대는 구름에 잔뜩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티베트를 떠나올 때 운좋게도 구름 사이로 드러난
설산과 빙하를 만났고,
나는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여기에 실린 4컷 정도의 사진은
내가 낸 책에 실리거나 블로그에 실은 적도 있지만,
나머지 사진들은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베일에 가려져 있던 티베트 설산과 빙하의 모습을 여기에 공개한다 **
많은 네티즌과 독자에게 화제가 되었던 빙식곡의 풍경.
두 마리의 용이 계곡을 기어오르는 모양이다.
빙하는 흘러내리면서 자연스럽게 용무늬를 형성하게 된다.
티베트에는 가장 혹독하고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동시에 존재한다.
비행기를 타고 티베트에 첫발을 내딛을 때의 기분은
아마도 이럴 것이다.
지구가 아닌 낯선 행성의 표면에 떨어진 느낌!
빙하가 흘러내린 모습과 용무늬 빙하가 육안으로도 선명하게 보인다.
처음에 당신은 우주인처럼 어리둥절할지도 모른다.
도대체 이 풀 한포기 안보이는 적갈색 땅거죽은 뭐란 말인가!
고산증보다 현기증을 먼저 느낄지도 모른다.
당연하다, 당신은 지금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지구의 꼭대기에 와 있고,
신성한 신들의 언덕에 내려선 것이다.
거대한 빙식곡과 빙식곡이 서로 합쳐지고 있다.
티베트는 평균 고도가 해발 3500미터가 넘고,
히말라야와 쿤룬산맥 등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봉들이
티베트 고원을 둘러싸고 있다.
때문에 이곳을 누군가는 세계의 지붕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신의 거주지라 부른다.
설산에서 흘러내린 빙하가 우묵한 곳에 빙하호수를 만들었다.
나는 육로를 통해 티베트 깊숙한 곳까지 들어왔고,
티베트를 떠날 때만 하늘길로 넘어갔다.
티베트 공가공항을 날아오른 비행기는
처음부터 험준한 고봉과 협곡 위를 날아올라
구름 속으로 빠져들었다.
설봉에서 빙하호수로 이어진 빙식곡의 모습.
구름 속을 날아가는 비행기.
보이는 건 온통 구름의 바다였다.
이윽고 구름이 걷히며 나타난 풍경은
끝없이 이어진 설산 봉우리와 빙하계곡이었다.
티베트 남동부에 펼쳐진 설산의 바다.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봉우리.
말로만 듣던 빙식곡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U자곡이라고도 불리는 빙식곡의 모양은
마치 두 마리의 용이 산자락을 휘감은 모습이고,
거대한 용이 계곡에 또아리를 튼 모습이다.
구름과 안개에 가린 설산의 모습이 꿈풍경처럼 펼쳐진다.
얼마 전 하늘에서 본 빙하계곡 사진을
나는 블로그에 실은 적이 있는데,
꽤 많은 블로거들이 이 사진을 보고
정말 용이 아니냐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설봉 사이로 펼쳐진 설전과 설해.
당연히 용은 아니다.
다만 그 모양은 흡사 용과 같다.
빙하가 흘러내리면서 침식작용을 일으켜
길다란 U자형 계곡이 형성되었고,
이 모양이 그렇게 보일 뿐이다.
설봉 위에 드넓은 설전(눈밭)이 펼쳐져 있고, 뒤로 갈라진 빙식곡이 합쳐진다.
이곳 설산에서 보이는 눈은 대부분 만년설이다.
만년설이란 1년 내내 녹지 않는 눈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밑부분은 조금씩 녹아내리고,
그 위로 계속해서 눈이 쌓이는 것을 말한다.
눈이 쌓이고 쌓여 얼음에 가까워진 것이 바로 빙하이고,
이 빙하가 조금씩 녹아 흘러내리며 만든 지형이 빙하계곡이다.
왼편에는 사태가 날 정도의 눈을 뒤집어쓴 설산이,
오른편에는 U자형 빙식곡이 펼쳐져 있다.
만년설은 결코 만년이 가지 않는다.
더구나 전지구적인 온난화 현상으로
티베트의 만년설이 녹아 없어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긴 시간 동안 이어지던 설산과 빙하지대가 끝나가고 있다.
티베트의 설산에 만년설과 빙식곡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설전(雪田)이라 불리는
눈밭지대도 설봉 사이마다 펼쳐져 있다.
이 설전이 녹아 설봉의 편평한 지대에
빙하호수를 만들기도 한다.
설산의 바다는
티베트 남동부를 벗어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날씨가 맑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풍경을
나는 내 눈과 렌즈를 통해 오래오래 구경하였고,
이따금 셔터를 눌러 그것을 담았다.
티베트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풍경들.
평생 나는 그 풍경을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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