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에스테 강습상륙함

로마 해군의 부활을 꿈꾸는 21세기 이탈리아 해군의 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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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중인 트리에스테 강습상륙함 (출처: imgur)

 

 

youtu.be/AILn1XK2qrw


개발의 역사

 

제2차 세계대전에 추축국으로 참전한 이탈리아는 1943년 3월 독일 진영에서 돌아서면서 연합군과 단독 휴전을 체결한 후 9월에 협력 협정을 체결했으나, 실질적으로는 패전국 진영에 참전한 국가였으므로 어느 정도 수준의 전쟁 범죄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는 1947년에 체결한 파리협정을 통해 주요 함정 일부를 전쟁 배상금 성격으로 압류당했고, 이후에도 핵무기나 전함, 항모, 잠수함, 강습양륙함의 보유를 금지 당하게 되었다.

전범국인 이탈리아의 해군도 무장해제를 당했지만 냉전으로 인하여 다시 부활의 기회를 맞았다. (출처: Public Domain)
하지만 이탈리아를 다시 살려 놓은 것은 양차 대전이 끝나자마자 연이어 시작된 냉전(冷戰)이었다. 독일과 일본이 쓰러진 후 전 세계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진영으로 갈라졌고,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드리운 ‘철(鐵)의 장막’과 ‘죽(竹)의 장막’은 새로운 세계대전의 가능성을 안은 채 긴장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 주요 국가는 1946년 부로 왕국에서 공화국으로 전환한 신생 이탈리아가 공산화되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빠른 재건을 지원하게 되었고, 이탈리아군의 전력을 빠르게 보강하기 위해 우선 전쟁 보상금으로 징발 예정이던 이탈리아 해군 주요 함정을 인수하지 않고 반환했다. 또한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이 점령했던 나폴리 등의 주요 군항을 영구 보유하는 대신 이탈리아를 상호방위지원 프로그램(MDAP: Mutual Defense Assistance Programme)에 포함시켜 주면서 앞서 파리 조약이 걸었던 군사적 제한 상당수를 해제해 주었다. 이제 다시 재건 준비가 끝난 이탈리아 해군은 1949년 4월 4일 자로 북대서양조약(North Atlantic Treaty)에 가맹하면서 NATO 회원국이 되었고, 이에 따라 1951년 모든 군사 제약을 풀었다.
도크에서 건조 중인 트리에스테 함. (출처: Fincantieri.com)
이탈리아 해군은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일원으로 활약하면서 서유럽의 주요 핵심 국가로 성장했으며, 1985년부터는 대잠전(對潛戰) 목적으로 경(輕)항모인 ‘주세페 가리발디(Giuseppe Garibaldi)’함을 도입했다. 주로 AV-8 해리어 II+를 도입하여 수직/단거리 이착함(VSTOL) 방식의 경항모로 가리발디함을 운용한 이탈리아 해군은 소말리아,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등에 항모를 전개하면서 해군의 위용을 톡톡히 과시했다. 하지만 가리발디함이 도입으로부터 30년이 지나가기 시작함에 따라 이를 대체할 차기 항모 도입 사업이 추진되었고, 이에 2015년 7월, 이탈리아 최대의 조선소인 핀칸티에리(Fincantieri)와 이탈리아 최대 방산 기업인 핀메카니카(Finmeccanica: 現 레오나르도) 합작의 RTI(Raggruppamento Temporaneo di Impresa: 임시 사업단) 컨소시엄이 차기 항모 사업의 사업자로 선정했다.
핀칸티에리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트리에스테 함의 모습. (출처: Fincantieri.com)
지금까지 이탈리아 해군은 AV-8 해리어 II+를 가리발디함의 함재기로 운용해왔으나, 이탈리아는 처음부터 합동공격기(JSF: Joint Strike Fighter) 사업에 참여한 국제 공동개발국 중 하나이므로 차기 항모에는 F-35B 라이트닝(Lightning) II 수직이착륙(VTOL) 형상을 탑재시키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 또한 이탈리아 해군은 요구도를 통해 차기 함정의 주요 목적은 주로 물자 및 장비 수송과 상륙부대, 차량, 장갑차의 지원임을 밝혔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의료 시설이나 의무 지원 장비를 탑재시켜 부상자 관리를 실시하고, 식수 공급이나 긴급 전력 공급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임을 명시했다. 이탈리아 국방부가 RTI와 체결한 차기 다목적 양륙함 건조 계약 금액은 총 12억 달러였으며, 이와 별도로 함정에 들어갈 가스 터빈엔진 공급 업체로 롤스-로이스(Rolls-Royce)사가 선정되어 두 대의 MT30 엔진을 2016년 3월까지 납품하기로 계약해 2017년 2월 첫 엔진에 대한 공장수락검사를 통과했다.
외장공사를 실시중인 트리에스테 함의 모습 (출처: @navalnewsnet / twitter)
RTI는 2017년 1월 12일 자로 카스텔람마레-디-스타비아(Castellammare-di-Stabia)주 나폴리(Napoli)에 위치한 핀칸티에리 조선소에서 차기 다목적 강습상륙함(LHD: Landing Helicopter Dock) 착공식을 실시했다. 이탈리아 해군은 항모 명칭으로 이탈리아 북부 프리울리-베네치아-줄리아(Friuli-Venezia-Giulia)주의 주도(主都)이자 트리에스테(Trieste)만에 연한 항구 도시인 트리에스테를 항모명으로 정했으며, 도입 시 트리에스테함의 향후 모항(母港)을 현재 가리발디함의 모항인 이탈리아 아풀리아(Apulia)주의 타란토(Taranto)로 지정할 예정이다. RTI는 2019년 5월 25일에 진수식을 실시했으며, 순조롭게 건조가 진행될 시 2022년 경까지 이탈리아 해군에 트리에스테 함을 인도할 예정이다.
트리에스테함의 핀칸티에리 조선소 진수 장면 (출처: Naval News 유튜브 채널)
 

 


특징

 

현재 건조 중인 트리에스테함은 길이 245m, 폭 36m에 만재 배수량은 22,000톤으로 설계되었다. 트리에스테는 국제 환경 기준을 준수하여 제작되었으므로 공해 방지 국제 기준을 충족한다. 트리에스테에는 승조원과 함재기 요원, 해병대 인원을 모두 포함하여 총 1,064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다.

트리에스테함의 3D구성도 (출처: Fincantieri)
기본적으로 트리에스테는 상륙 지원 및 수송 능력에 중점을 두고 있으므로 넉넉한 탑재 공간을 자랑한다. 함미 쪽에 위치한 화물용 갑판에는 장갑차와 차량을 실을 수 있는 1,200㎡ 공간이 확보되어 있으며, 갑판끼리 연결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화물용 갑판과 비행갑판을 연이을 경우 최대 4,500㎡ 공간이 확보된다. 트리에스테는 이 공간을 활용하여 장갑차를 비롯한 각종 중장비뿐 아니라 인도적 구호 작전이나 긴급 재난지원 작전을 실시하는데 필요한 보급물자 컨테이너나 헬리콥터를 수납할 수 있다. 또한 탑재된 물자를 손쉽게 싣거나 하역할 수 있도록 측면에도 램프(ramp)를 설치했다.
트리에스테 함의 선수 모습. (출처: Fincantieri.com)
트리에스테는 항만 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에도 대규모의 물자나 병력을 상륙시킬 수 있도록 공기부양식 RHIB(Rigid-hull inflatable boats)이나 공기부양 상륙정(LCAC: Landing Craft Air-cushions), L-CAT(Landing Catamarans) 등을 장비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효과적인 물자와 병력의 이동이 가능하다. 트리에스테 내부에는 약 1천 개의 침상이 설치되어 있어 전문 요원이나 민간인을 수용할 수 있으며, 수술실과 방사선실, 분석실, 치과진료실 등의 의무 지원 시설과 중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28개의 병상을 확보하고 있다.
트리에스테는 헬기 뿐만 아니라 F-35B 수직이착륙 함상전투기도 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출처: World War Defence)
트리에스테에는 오토 멜라라(Oto Melara)제 76/62 초 속사(Super Rapid: SR) 기관포 세 정이 주 무장으로 설치되며, 역시 오토 멜라라의 KBA 25/80mm 함포와 12.8mm 소구경 기관총이 장착된다. 또한 필요에 따라 수직발사관(VLS: Vertical Launch System)을 설치해 함대공 공격을 수행할 수도 있다. 탑재 항공기는 모두 비행갑판에 수납되며, 기본적으로는 어거스타 웨스트랜드(AugustaWestland, 2015년 레오나르도에 합병) 사의 AW-101을 탑재하고 있으나 임무 필요에 따라서는 SH90A나 W129D, NH90 다목적 헬리콥터를 혼용하여 수납할 수 있다. 갑판에는 회전익 항공기 9대가 동시 착륙할 수 있는 착륙 구역이 확보할 예정이었으나 현재 방침으로는 단거리 수직이착륙 용도로 설계된 F-35B 라이트닝(Lightning) II도 운용할 방침임에 따라 갑판 끝에 점프대 설치 문제로 구역을 7개로 줄일 계획이다.
트리에스테 함의 함미(艦尾). (출처: BMPD)
트리에스테는 디젤과 가스터빈 엔진을 병행 운용하며, 이를 위해 두 기의 디젤 엔진과 두 기의 롤스-로이스제 MT30 가스터빈 엔진, 그리고 두 개의 전기 모터를 장착하고 있다. 각 MT30 엔진은 약 36MW에서 40MW의 출력을 내며, 이와 별도로 4개의 디젤 발전기가 장착되어 각각 5.2MW의 출력을 발생시킨다. 발전기는 함내 장비와 전기모터에 전력을 공급한다. 트리에스테함의 최고 속도는 어떤 출력체계를 사용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터빈 엔진을 쓸 경우 최고 25노트, 디젤 엔진을 사용할 경우 18노트로 항해가 가능하며, 전기 모터로 항해할 경우에는 약 10노트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트리에스테 진수식 장면 (출처: 유튜브 채널)
 

 


운용 현황

 

트리에스테함은 2019년 5월 25일에 진수식을 실시했으며, 2022년까지 실전 배치하여 가리발디함과 교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트리에스테의 역할은 가리발디보다 훨씬 더 폭이 넓을 뿐 아니라 지상-공중-해상을 연결하는 거대한 교두보의 역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트리에스테에는 완전 무장한 대대급의 병력을 태울 수 있으며, 갑판에는 상륙지원 헬리콥터와 수직이착륙형 F-35B를 운용할 예정이다.

나폴리 만에 떠 있는 트리에스테 함 (출처: BMPD)
수송함, 양륙함, 경항모의 역할을 모두 아우른 것에서 볼 수 있듯 트리에스테의 기본 철학은 다목적으로 운용이 가능하도록 유연성을 극대화한 설계이며, 자연환경에도 최대한 악영향을 줄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기본적인 함정의 분류는 다목적 강습상륙함(LHD)이지만 헬기뿐 아니라 단거리 이착륙(S/VTOL) 항공기를 운용할 수 있고, 상륙작전용 자산이나 병력도 수송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를 위해 선체 상부에는 비행갑판이 설치된 반면, 선미 쪽에는 물을 채워 넣을 수 있는 15m x 50m 공간을 확보하여 소형 보트를 내보낼 수 있도록 했다. 트리에스테는 또한 대규모 작전 수행 시 지휘통제함으로도 운용할 수 있어 군뿐 아니라 민간 구호 작전 시에도 현장 전체를 지휘할 수 있는 본부 역할을 겸할 수 있다.
핀칸티에리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트리에스테함의 모습. (출처: Fincantieri.com)
트리에스테는 전시 외에 평시에도 향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예정이며, 주변 우호 국가의 친선 방문, 자연재해 발생 시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구호 활동, 인도적 지원 활동, 사고 지원을 위한 수색 구호 활동도 소화할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 등 국제 안보 지원 활동이나 해외 원정 활동 등에서도 우군의 원정 기지 역할을 소화할 것이며, 거대한 항모 자체가 주는 위압감을 활용하여 적대국에 대한 무력시위 용도로도 쓰일 것으로 보인다. 트리에스테가 취역하게 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가 건조한 최대 규모의 함정이 될 예정이며, 동시에 항공모함 카부르(Cavour)함과 함께 이탈리아 해군 최대 규모의 함정이 될 예정이다.
진수식 행사 중인 트리에스테 함. (출처: BMPD)
 

 


파생형

 

L9890 트리에스테: 다목적 헬기 도크 상륙함으로 제작한 경항모. 2019년 5월에 진수했으며, 2022년부터 실전 배치에 들어갈 예정이다. 스폰서는 현임 세르조 마타렐라(Sergio Mattarella, 1941~) 대통령의 영애(令愛)인 라우라 마타렐라(Laura Mattarella, 1968~) 여사가 맡았다.

트리에스테함의 진수장면 (출처: Public Domain)
 

 


제원

 

제조사: 핀칸티에리-핀메카니카(레오나르도) RTI 컨소시엄
용도: 다목적 헬기 도크 상륙함
승무원: 406명(항해 인원) + 해병 604명(최대 1043명+21명)
전장: 245m(LOA: Length Overall) / 213.4m(LPP: Length between Perpendicular)
전폭: 36m(비행갑판 폭 기준)
흘수: 7.2m
만재 배수량: 33,000톤
추진체계: 76,000kW급 롤스-로이스 MT-30 가스 터빈 엔진 x 2
               24,000kW급 M.A.N. 20V32/44CR 디젤 엔진 x 2
               2,250kW급 전기 엔진 x 2
최고 속도: 25노트(46km/h, TAG) / 18노트(33km/h, 디젤 엔진) / 10노트(19km/h, 전기 엔진)
항속 거리: 7,000 해리(13,000km, 16노트 정속 주행 시)
항해 가능 일수: 30일
센서/처리체계:
    ㄴ 레오나르도 전투관리체계(CMS) 아테나(Athena) Mk.4 (SADOC 4)
    ㄴ 레오나르도 크로노스(Kronos) 듀얼 밴드(Dual Band) AESA 3D DBR 4FF
        (크로노스 스타파이어 X-밴드 레이더 사용 시에만) x1
    ㄴ 레오나르도 크로노스 파워 실드(Kronos Power Shield) AESA LRR L-밴드 레이더 x 1
    ㄴ 레오나르도 컨포멀(conformal) 방식 피아식별장치(IFF) x 1
    ㄴ 레오나르도 블랙 스네이크(Black Snake) 반(反)어뢰 견인식 수동 소나 x 1
    ㄴ 전술항공항법체계(TACAN) x 1
    ㄴ 레오나르도 SPN-720 정밀접근레이더(PAR) x 1
전자전체계: 일레트로니카(Elettronica) 통합 전자전 세트
무장:  
    ㄴ 오토 멜라라(OPto Melara) 76/62mm 스탈레스(Stales) 대공기관포 x 3
    ㄴ 오토 멜라라 KBA 25/80mm 원격식 기관포 x 3
    ㄴ 오토 멜라라 ODLS-20(디코이 발사기) x 2
    ㄴ FFBNW 2x8 실버(Sylver) A50 수직발사관(VLS)
        -  아스테르(Aster) 15 / 30 미사일 x 16발
        -  CAMM ER 미사일 x 32발
탑재기: 통상 어거스타 웨스트랜드(Augusta Westland) AW101 x 12대 수납
            혹은 조합에 따라 SH90A, 어거스타웨스트랜드 AW129D, 록히드-마틴 F-35B 탑재
총 건조 비용: 11억 7,100만 유로 (한화 약 1조 5,600억 원)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 『이런 전쟁』(공역)이 있다.코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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