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에 빗소리를 듣는 건 행복하다.

 

그것도 평화로운 주말이기에 느낄 수 있는 여유인지 모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산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전날 저녁 9시부터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 탓인지, 내 의지가 이제 강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5시에 눈을 떴다.

 

비가 내린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이불이 주는 따뜻함의 여운을 더 느끼고 싶었다.

 

내게 아직 일출을 보는 것은 무리인가 보다.

 

그렇게 두어시간 잠을 청하고 예약으로 맞춘 밥솥이 ?? 거리기 시작한다.

 

엊그제 먹던 반찬을 꺼내서 신랑이랑 나란히 앉아서 밥을 먹고 있는데

 

지방 엠비씨에서 문경 오미자 축제한다고 광고멘트가 뜬다.

 

오호라!!

 

오늘은 저기다.

 

비가 좀 잠잠해진다.

 

 

 

 

 

 

 

축제장에 갔더니 구경꾼은 별로 없고 운동장 가득 고인 물이 손님을 대신하고 있었다.

 

오미자 시음을 몇가지 하고 뒤로 돌아나왔다.

 

비 때문에 축제가 2년 연속이나 피해를 봤다.

 

산신제라도 지내고 축제를 하시던가.. 주최측도 속상하겠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사정없이 땅으로 내리 꽂았다.

 

어디를 가든 절을 들러야 하는 이 몸 때문에

 

대승사를 들렀다.

 

입구에는 큰 은행나무가 있고

 

세월에 낡고  깍인 삼층 석탑이 돌맹이들을 지탱삼아 겨우겨우 서 있었다.

 

그렇게라도 남아주어서 고맙다.

 

 

 

 

 

 

 

다듬지 않은 돌 모양 그대로의 모양..

 

이런 모습이 더 애착이 간다.

 

 

 

 

 

 

 

극락전에 있는 물고기.

 

화재로 새로 지어진 건물이 많으나 극락전만은 그대로다.

 

그래서 좋다.

 

 

 

 

 

 

 

발은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나

 

눈은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비를 맞고 바람을 맞고 태양에 쪼여 곰삭은 향기로운 장들이 소담스럽다.

 

 

 

 

 

 

 

대웅전에서 좌우로 지키고 있는 용이다.

 

하지만 오른쪽 용만이 물고기를 입에 물고 있다.

 

 

 

 

 

 

 

스님들의 수도도량 뒤의 사불산에 운무가 아까부터 내려져 있었다.

 

사람이 나쁜 맘을 가질래야 가질 수가 없는 곳이다.

 

아무리 치장하고 꾸민들 자연 앞에서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래서 절이 좋다.

 

특히 비오는 절이 더 좋다.

 

말없이 내리는 운무처럼 그냥 지켜보기만 하는 아름다움이 좋다.

 

 

 

 

 

 

 

내가 대웅전으로 갈 때부터 따라다니던 녀석이

 

스님께서 불경을 읽으니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다.

 

부처님을 접하는 경건한 마음이 인간인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무슨 죄를 지어서 개로 환생하였느냐?

 

아니면 어떤 분을 지켜드리려고 그 모습으로 있느냐?

 

 

 

 

 

 

 

무슨 말을 할까?

 

이 풍경을 두고 어떻게 표현을 할까?

 

아무래도 나는 못한다.

 

나는 못한다.

 

 

 

 

 

출처 :smile up!  원문보기 글쓴이 : 일체유심조

 

 

출처 : 달마가 영어를 만났을 때
글쓴이 : 앤풀빛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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