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일개미는 개미귀신의 홀림에 빠지지 않는다.
찾은 먹이를 물고 곧장 제 집을 향해
왔던 길로만 되돌아간다면 탈이 나지 않는다.
이리저리 설치다가 개미귀신의 함정에 빠져 버린
개미는 개미귀신의 밥이 된다.
번거로운 것은 개미귀신의 함정과 같다.
번거로움 속에서 발버둥을 칠 수록 번거로움 속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함정 속으로 말려 들어갈 뿐이다.
정신없이 산다고 하는 것은
번거로움의 노예가 되었다는 증거이다.
일이 태산처럼 쌓여 있을지라도 먼저할 것과 뒤에 할 것을 따져
가르마를 타면 정신을 팔고 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신을 차리고 살려면 정신없이 사는 버릇에서
빠져 나올 것이 아니라 뚝 잘라 버려라.
목마름 뒤에 마신 냉수가 천하 일미인 것처럼 번거로움을 버리고
한가로움을 맛보면 달콤하지 않은 인생이란 없다.
주변에 모든 것들이 새삼스럽게 반갑고 애틋해지면서
메말랐던 가슴에 단비가 촉촉히 내리는 감미로운 순간과 마주하리라.
이러한 재미를 맛보면 인생의 물결은 잠잠해지고
한숨은 순풍이 되어 삶의 항로가 미로에서 벗어난다.
<윤재근의 "먼길을 가려는 사람은 신발을 고쳐 신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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