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장수 ‘살던 자리에서 늙어가기’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2021.06.16 23:22 | 수정 2021.06.16 23:23

 

인생을 살면서 가장 행복한 마침이 자기가 살던 정든 집에서 끝까지 살다가 삶을 마감하는 경우다. 장수사회학에서는 이를 ‘살던 자리에서 늙어가기’(aging in place)라 부른다. 고령사회 선진국은 행복한 장수 사회를 위한 3대 목표로 늙고 병들어 눕게 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자. 나이 들어도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자. 그리고 살던 자리에서 늙어가기를 꼽는다.

그만큼 끝까지 집에서 살기는 행복한 건강 장수의 중대한 요건이다. 말년에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 속에서 삶을 마치기에는 겪은 인생이 너무 아쉽기 때문이다.

◇지금 집에서 끝까지 지낼 수 있나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말년까지 살다가 삶을 마치려면 단순히 신체 조건만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나이 들면 생길 수 있는 거동 장애, 돌봄, 거주 환경 등을 감안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 은퇴자협회와 노화 연구 동맹, 노년생활 돌봄 협회 등은 말년까지 자기가 살던 집에서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하며 살 수 있을지를 60세 이전에 체크하여 집을 바꾸든가 삶의 방식을 개선하라고 권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박상훈

우선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힘든 심한 관절염이나 거동 장애, 치매 등의 위험이 있는 지 봐야 한다. 현재 사는 집에 계단이 있고, 복도가 좁고, 단차 등이 있으면, 훗날 거동 장애가 생겼을 때 살 수가 없다. 급한 일 있을 때 달려와 줄 자식이나 다른 가족이 자동차로 1시간 거리 정도에 있어도 집에서 혼자 살기에는 불안하다.

인생 말년에는 옆집 사람과 동네 이웃이 먼 자식보다 낫다. 돌봄과 어울림을 공유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건강 장수하려면 자신이 튼튼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동네나 집 주변에서 자주 어울리는 이웃을 두어야 한다. 이를 장수학자들은 “마을이 건강해야 개인이 건강하다”고 말한다. 집 주변에 편의점이나 수퍼, 공원, 운동장, 산책로 등이 잘 갖춰져 있다면 막판까지 집에서 살 수 있는 좋은 조건이다. 60세쯤 살 집을 고를 때 이런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요양병원 안 가게, 피해야 할 질병

독립 생활을 방해하는 질병이 생긴다면 간병이 필요하기에 어쩔 수 없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 경우 정든 곳을 떠나게 되어 우울증이 생기거나 심해진다.

그렇게 만드는 대표적인 질병이 뇌졸중과 치매다. 뇌 손상으로 말하고 듣는 기능이 소실돼 일상의 소통을 할 수 없다. 대개 팔·다리 편측 마비 후유증으로 거동 장애도 집에서 생활이 힘들게 된다. 최근 뇌졸중은 동맥경화로 인한 뇌경색이 4분의 3을 차지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혈압·콜레스테롤·혈당 등을 적정 범위로 관리해야 한다. 심장에서 뇌로 들어가는 큰 동맥인 경동맥을 초음파로 검사하면 뇌경색 발생을 추측할 수 있다. 뇌혈관 MRI도 뇌경색 위험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치매는 인지기능검사와 뇌속에 치매 유발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얼마나 축적됐는지를 PET-CT 스캔 검사로 조기 발견할 수 있다.

심근경색증 후유증도 가정 독립 생활을 막는다. 심장 박동에 힘이 없는 심부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심근경색증 위험은 달리면서 하는 심전도나 관상동맥 CT로 알아 볼 수 있다. 65세 이상에서는 넷 중 하나에서 당뇨병이 있다. 이를 방치하면 실명, 만성 신부전, 말초 신경염 등의 합병증으로 요양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골다공증 상태에서의 낙상 골절도 거동 장애를 만들어 살던 집을 나오게 한다. 골밀도 검사를 해서 낮으면 약물 치료와 함께 칼슘 섭취, 근육 키우기, 균형감 키우는 운동을 해야 한다.

65세 이상 50%에서 관절염이 온다. 심한 통증으로 거동이 불편하면 간병이 필요하다. 척추관협착증도 마찬가지다. 시력이 상실되는 노인성 망막 질환도 내 집 생활을 못하게 만든다. 대개 황반변성이나 관리되지 않는 녹내장과 당뇨병으로 시력을 잃는다.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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