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 TV문학관] 소나기 | KBS

 

 

 

한줄기소나기를기다리며

 

난향 천리 인덕 맨리(蘭香千里人德萬里)라고 하더니 더덕 향기가 다르지 않다.
매년 향기 가득한 더덕 꽃을 기대했는데 불볕더위에 심상치 않다.
매실나무를 향해 경쟁하듯 기어오르더니 초록 넝쿨이 갈색으로 변해버렸다.
이글거리는 태양에 화상을 입고 줄기 부분이 말라버린 것이다.

왕성한 성장세를 보이던 밭작물들이 하나같이 시들어가고 있다.
풀밭을 향해 내달리던 호박 줄기가 발길을 머추더니 잎들이 황갈색으로 변했다.
사람의 키를 훌쩍 넘기며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던 키다리 옥수수가 한풀 꺽였다
가마솥더위에 기세등등한 기상은 간곳없고 생기 없는 모습이다.

한줄기 시원한 소나기라도 내려 주었으면 좋으련만 야박하기 그지없는 하늘이다.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는 잡초들도 마지막 안간힘을 쓴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인간 세상이나 잡초들의 세상도 다르지 않다.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가뭄이 각박한 세상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사냥터에서 화살이 부러졌다고 불평하거나 낙담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삶이 잠시 나를 속여 힘들게 할지라도 실망해서는 안 된다.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가운데 더욱 강건해져야 한다.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축복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위기가 곧 기회가 된다는 것을 삶의 부침을 통해서 터득했다.
나이와 무관하게 언제든지 새로운 출발 선상에 서있는 자세로 임하게 되니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지고 자신감이 붙는다.
내 삶의 주인공은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공들였던 습작이 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면 황당하고 화가 난다.
그러나 기억을 더듬어 새롭게 정리하노라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오게 마련이다.

​인생 살이 자체가 곧 바로 습작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나 자신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임영웅 - 소나기 (ENG/JP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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