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최후 통첩! "살고 싶으면 가자지구 떠나라!"

 

이스라엘 텔아비브 현장 정철환 특파원 르포

조선일보  텔아비브(이스라엘)=정철환 특파원

입력 2023.10.11. 03:00업데이트 2023.10.11. 07:27
 
 
“이젠 낙하산을 탄 테러리스트가 집 위로 날아오는, 예전엔 상상조차 못 한 일을 걱정하게 됐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나흘째인 10일(현지 시각) 하마스는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와 주변 도시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날 아침 텔아비브에서 만난 금융회사 직장인 베냐민(39)씨는 “하마스가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민간인 마을로 침투하는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며 “나는 물론, 이스라엘인 모두가 ‘로켓과 미사일만 막으면 일단 안전하다’는 생각을 버리게 됐다”고 했다.

9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접경 지역에서 한 이스라엘 병사가 장갑차 포신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7일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고 이스라엘도 보복 공격에 나섰다. 10일 오후 기준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한 양측 사망자가 1800명에 육박했고, 부상자도 7400여 명에 달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AFP 연합뉴스

지난 7일 새벽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기습적인 공격으로 이스라엘 전역이 전쟁에 휩싸이면서, 20·30대 젊은 세대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다. 이들 상당수는 군 복무를 통해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과 대치해 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정교하게 준비된 ‘침공’을 받아, 민간인 대량 살상과 납치까지 겪은 것은 처음이다. 수십 년 만에 팔레스타인과 전면전을 치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마주했다.

아이와 함께 장을 보러 나온 아비샥(30)씨는 “가자지구 장벽 근처에서 2년간 군 생활을 했지만, 하마스의 침투 공격과 민간인 학살·납치극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는 새로운 종류의 두려움”이라고 했다. 또 “경제력·국방력 등에서 팔레스타인에 압도적으로 앞서 있다고 여겼던 안이한 믿음도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레바논 무장 세력)의 로켓·미사일 공격을 막아준 첨단 방공망 체계 ‘아이언돔’ 무적 신화는 지난 7일 로켓포 5000발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붓는 하마스의 물량 공세로 상처를 입었다. 아비샥씨는 “수차례 중동 전쟁을 겪은 부모님은 항상 ‘우린 당장 내일이라도 나라가 쑥대밭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산다’고 했다”며 “우리 부모 세대의 공포와 걱정, 각오를 새삼 느꼈다”고 했다.

 

대학살로 분열된 중동…전세계 '경악' 

 
 

텔아비브 일대 등 수도권을 우선적으로 방어하느라 아슈켈론 등 남부 중소 도시에서 사상자가 속출한 점도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이스라엘의 70대들은 소회가 남다르다. 이들은 1948~1949년 1차 중동 전쟁 전후에 태어나, 유년 시절인 1956년 2차 중동 전쟁을 겪었다. 1973년 10월 4차 중동 전쟁(욤키푸르 전쟁)에는 직접 참전한 세대다. 당시 이집트·시리아가 주축이 된 아랍 연합군에 이스라엘 17개 여단이 괴멸당하기까지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유엔의 중재로 19일 만에 휴전했지만, 사상자가 1만명을 넘어서는 등 이스라엘이 망국(亡國) 직전까지 갔던 전쟁이다. 욤키푸르 전쟁에 참전했다는 야헬리(72)씨는 “그날도 명절 휴일 다음 날, 많은 병사가 휴가를 가고 쉬고 있을 때 이집트군이 쳐들어왔다”며 “7일 아침 다시 한번 그날의 악몽을 떠올렸다”고 했다.

‘피의 토요일’에 대한 기나긴 응징을 천명한 이스라엘은 폭격을 이어가는 등 보복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가자지구를 탱크와 보병으로 포위하고 전기·수도·연료 공급을 모두 차단하는 등 전면 봉쇄에 나서고 있다. 가자지구를 요새 삼아 장기 농성을 준비하는 하마스에 대한 ‘힘 빼기’에 나선 것이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가자지구를 떠나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세가 이어지자 하마스는 이스라엘에서 납치한 인질들을 ‘인간 방패’로 세웠다. 하마스는 9일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사전 경고 없이 공격할 때마다 민간인 포로를 한 명씩 처형하겠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위협에 굴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유럽연합(EU)·독일·오스트리아 등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원조를 줄줄이 중단·재검토하기로 하는 등 하마스 압박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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