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이 필요한 이유>

학창시절,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보다 나은 삶을 찾아 여행에 나선 주인공 애벌레는 많은 애벌레들이 줄을 지어 올라가는 높은 탑을 발견하고 그 대열에 합류한다. 수많은 애벌레들이 서로 짓밟으며 기를 쓰고 올라가는 그 탑은 사실, 애벌레들로 이루어진 탑이었다. 실망한 애벌레는 결국 내려온다. 그러고는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고는 나비가 되리라 다짐한다. 나비가 되려면 번데기의 과정을 거쳐야 함을 깨닫고, 길을 떠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것은 모든 사람의 소망이다. 사람들은 출세와 성공을 위해 이 순간도 열심히 뛰고 있다. 그러나 삶에 대한 자각 없이 그저 눈앞의 표피적인 욕망에 이끌리는 삶은 애벌레의 단계에 불과하다. 애벌레 차원에서는 아무리 높이 올라가도 땅의 연장선일 뿐이다. 하늘을 나는 자유와 행복은 찾아오지 않는다.

나비는 삶의 의미를 깨닫고, 이 세상에서 자신이 이뤄야 할 꿈이 무엇인지 알면서 살아가는 존재다. 삶의 무게에 짓눌리지도, 헛된 욕망에 치이지도 않는다. 하늘을 나는 자유로움과 멀리 바라보는 통찰력이 있기 때문에 많은 것을 성취한다. 스스로 기쁨을 누릴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살아간다.

나비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번데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속으로 침잠하여 자신을 깊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내면의 침잠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현실의 세계와 괴리되기 쉽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명상책들을 보라. 대부분 은둔하는 삶 속에서 느껴지는 평화, 영혼의 감성을 노래하고 있다. 그것들은 맑고 깨끗해서 잠시 청량제의 역할은 할 지 모르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는 나비가 될 수 없다.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면서도 세상 속에서 아름답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라보기 명상’이다.

하루 5분만이라도 번데기의 시간을 가져보자. 5분만이라도 하던 일을 멈추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느끼고 바라보자. 하루 5분의 멈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담배 한 대, 커피 한 잔과 가벼운 잡담으로 보낼 수 있는 시간이다. 짧은 시간이라도 바라보기 명상에 투자하라. 얼마 지나지 않아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명상이 편안하고 소중한 시간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고는 문득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유와 행복은 원래 당신의 몫이었음을.

<도움되는 명상방법>

1. 걷기명상

1) 준비자세

걷기 명상은 한마디로 걸어가면서 하는 명상입니다. 몸의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다른 명상에 비해 따분하지 않고 집중하기가 쉬워 초보자들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걷기 명상을 하기 전에는 팔과 어깨, 그리고 몸통을 가볍게 움직이고 풀어줍니다. 몸에 힘을 빼고 편안하고 자연스런 상태를 만드십시오.

2) 기본걷기

기본 걷기 명상에서는 호흡과 발의 움직임을 일치시킵니다. 숨을 들이마시면서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립니다. 천천히 발뒤꿈치부터 들어 올리다가 발전체를 지면에서 약간 들어 올린 상태에서 앞쪽으로 옮깁니다. 그런 다음에 숨을 천천히 내쉬면서 다리를 지면으로 내려놓습니다. 다리를 내려놓을 때도 발뒤꿈치가 먼저 지면에 닿고 서서히 발바닥 전체가 지면에 닿게 합니다. 오른쪽 발바닥이 지면에 완전히 닿았을 때 다시 왼쪽 발뒤꿈치를 서서히 들어올린다.

같은 요령으로 번갈아 진행합니다. 사실 이것은 보통 때 걸음걸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다만 아주 느린 동작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다리의 동작과 호흡을 결합해서 숨을 들이마실 때 다리가 지면에서 떨어지고 숨을 내쉴 때 다리가 다시 지면에 닿습니다. 숨을 내쉴 때 다리를 지긋이 바닥에 내려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걷기 명상의 기본 수련에서는 다리의 느낌이 주된 관찰대상입니다. 천천히 한 발자국 씩 옮길 때마다 몸의 무게 중심은 좌우로 바뀌고 다리의 느낌도 긴장에서 이완, 이완에서 긴장으로 계속 변화합니다. 가만히 그 느낌의 변화를 알아차려봅니다. 기본 수련은 동작이 아주 느리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 없는 자기만의 공간에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을 그리면서 걸어 갈 경우 그리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방이나 거실 같은 좁은 곳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걷기 명상을 해보면 금방 차분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3) 거리에서

기본 수련을 충분히 하면 일상생활 속의 걷기도 명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배운 기본 걷기 명상을 약간 응용하면 됩니다. 딱히 호흡에 일치시킬 필요 없이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깁니다. 호흡과 다리의 느낌을 중심으로 삼되 주변의 풍경들이나 상황에 대해서도 깨어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멀리 보이는 하늘, 불어오는 바람, 오고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거리의 풍경, 다가오는 사람, 달리는 자동차, 주변의 소리에 대해서 순간순간 알아차려 보도록 합니다. 바쁜 생활 중에서 틈틈이 걷기 명상을 해보십시오.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에 불과하였던 걷는 행위가 하나의 소중한 목적이 됩니다. 그리고 목적지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놓쳐버렸던 걸어가는 순간순간의 아름다움과 소중함도 되찾게 될 것입니다.

4) 숲속에서

걷기 명상을 하기에 제일 좋은 장소는 역시 숲입니다. 사람들은 숲에 가서도 목적지를 정해놓고 그저 휙 둘러보고 돌아옵니다. 숲에서 걸어갈 때는 걷는 순간 자체를 즐겨보십시오. 요령은 생활 중의 걷기 명상과 비슷합니다. 다만 거리의 걷기보다 훨씬 더 느리게 걷는 것이 좋습니다. 호흡과 발걸음을 맞출 필요도 없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주변의 풍경과 상황에 대해서 깨어서 알아차려 보십시오. 중요한 것은 최대한 자신의 몸에 힘을 빼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마음도 편안하게 내려놓으면 더욱 좋습니다. 내 몸에 힘을 뺄 때 자연이 훨씬 더 쉽게 나에게 다가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내려놓고 걷는 것 자체를 즐겨보십시오. 파란 하늘과 흰 구름,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 숲 사이의 따스한 햇살, 새 소리, 풀 향기들이 말을 걸어올 것입니다. 자연과의 황홀한 대화 속에서 마음 속 깊은 곳의 평화와 환희를 느껴보십시오.


2. 식사명상

식사 명상 핵심 요령은 음식의 맛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먹는 것입니다. 우선 밥상을 앞에 놓고 잠시 눈을 감고 들숨 날숨을 가만히 느껴봅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식사 기도를 올립니다. 이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수고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이 소중한 음식을 집중하면서 천천히 먹겠노라고 다짐합니다. 그런 다음에 천천히 숟가락으로 밥을 한 술 떠서 입에 넣습니다. 밥은 물론 잡곡밥이면 더욱 좋습니다. 천천히 꼭꼭 씹어가면서 가만히 혀에 마음을 모으고 미각을 잘 알아차려 보십시오. 처음에는 잘 못 느끼지만 점차 여러 가지 곡식에서 우러나오는 오묘한 맛을 느낄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 계절에 알맞은 신선하고 담백한 야채와 나물 무침을 먹어보십시오. 그 속에서 자연의 맛을 가만히 알아차려 보십시오. 그리고 잘 발효된 된장으로 만든 담백한 된장국의 깊은 맛을 느껴 보십시오. 이렇게 바라보기 명상을 하면서 식사를 하면 밥과 반찬 두어 가지로도 얼마든지 깊고 오묘한 맛을 느끼면서 먹는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몸과 마음의 건강에 아주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3. 설거지명상

설거지는 하루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면서도 귀찮은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빨리 끝내려는 마음으로 서둘러 설거지를 합니다. 그러나 설거지는 단순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귀찮은 설거지를 훌륭한 명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우선 편안한 마음으로 싱크대에 서서 어깨에 쓸데없는 힘을 뺍니다. 손과 팔의 느낌을 잘 알아차리기 위해서 입니다. 그런 다음에 느긋한 마음으로 내가 씻어야 할 많은 그릇들을 바라봅니다. 기름때가 많은 그릇과 기름때가 없는 그릇을 잘 분류하여 우선 세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그릇들을 먼저 씻습니다. 천천히 한 손으로 수세미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릇을 잡고 씻기 시작합니다. 그릇을 씻을 때 내 손에 느껴지는 감각을 알아차리고 손과 팔의 움직임을 알아차려봅니다. 그리고 내 손에 닿는 물의 촉감과 온도도 알아차려봅니다. 기름때가 있는 그릇들은 분해가 잘 되는 생태적인 세제로 정성스럽게 닦습니다. 세제가 묻었을 때의 미끈한 느낌과 세제가 씻겨나갔을 때 뽀독뽀독한 느낌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물을 아껴가면서 그릇들을 헹굽니다. 그릇들을 다 씻은 다음에는 주변 싱크대를 깨끗이 닦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행주를 빨아서 깨끗이 짜고 옆에 두면 됩니다.

설거지 명상을 하면서 감각과 느낌만 알아차리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대해서도 깨어 있으려고 하십시오. 설거지는 하천오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그릇을 씻을 때 세제를 펑펑 쓰면 나의 그릇은 깔끔해질지 몰라도 강물은 더러워집니다. 그리고 그 더러워진 물이 언젠가는 나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자그마한 일상의 물줄기들이 모여서 큰 삶의 강물을 이루고 한 사람의 자그마한 행동이 모여서 우리의 사회, 우리의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작은 행동 하나에도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출처 : 시냇물의 블로그
글쓴이 : 시냇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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