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지 않는 이별

 

사랑에는 양면이 있다. 나의 최근 연애도 그랬다.

오 년 가까이 만났다. 그 시간 동안 누구보다 깊이,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연애했다.

 

나는 한때 밤 열한 시에 마치는

주말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는 일 년 반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를 데리러 와 주었다.

차도 없는 때였다.

내가 일 년 정도 일을 쉴 때에는

그가 데이트 비용을 전부 부담했다.

 

그는 돈이 없어. 아껴야 해.”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었고,

나는 그의 눈치를 보곤 했다.

 

하루는 그의 집에서

중국 음식을 배달시키기로 했다.

그는 곧 짬뽕을 골랐지만,

 

나는 메뉴를 고르는 데 삼십 분이 걸렸다.

먹고 싶은 해물 짜장은 팔천 원,

일반 짜장은 오천 원.

삼천 원을 아끼느냐, 먹고 싶은 걸 택하느냐 고민하다

일반 짜장을 골랐다.

 

이런 마음을 모르는 그는

뭐 그리 오래 걸리느냐며 나를 다그쳤다.

밥을 먹다 사소한 말다툼을 했고, 큰 싸움으로 번졌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며 서러움에 펑펑 울었다.

행복과 아픔을 오가며 이어진

 

우리의 연애는 결국 끝이 났다.

내가 먼저 이별을 고하긴 했지만

슬프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함께한 많은 시간,

서로에게 준 사랑, 아쉬움과 후회……

여러 가지가 뒤섞였다.

눈물을 훔치며 잠든 날이 많았다.

 

어느 날,

그에게서 장문의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내 장점과 내게 고마운 일,

배운 점이 빼곡히 쓰였다.

 

누나는 멋있는 사람이야.

늘 누나를 존경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 생각하고

하루하루 즐겁게 살면 좋겠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우리가 함께한 오 년이

헛되지 않았다고 토닥여 주는 것 같았다.

 

서로를 미워하지 않으면서

이별한 것은 처음이었다.

아름다움까지는 아니더라도

성숙한 이별이었다.

 

우리는 이제

같은 길을 걸을 수 없지만,

내 자리에서 그가 가는 길을 응원할 것이다.

 

우리는 사랑하고 이별하며 성장한다.

그렇게 더 나은 내가 되어

또 다른 사랑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좋은생각

 

 Gabriel Light - Summer Love (Official Music Video) 2020.mp3.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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