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
당신 마음속에 들어앉은
생각의 집이다.
대문도 울타리도 문패도 없는
한 점 허공 같은
강물 같은 그런 집이다.
불안도 조바심도 짜증도
억새 밭 가을 햇살처럼
저들끼리 사이좋게 뒹굴 줄 안다.
아무리 달세 단칸방에서
거실 달린 독채 집으로 이사를 가도
마음은 늘 하얀 서리 베고 누운
겨울 들판처럼 허전하다.
마침내 32평 아파트
열쇠 꾸러미를 움켜쥐어도
마음은 아파트 뒤켠
두어 평 남새밭만큼도
넉넉지 못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분양 받기 힘든 집은
마음 편안한 무욕의 집이다.
그런 집에서
당신과 함께 살고 싶다.
때묻고 구김살 많은 잡념들은
손빨래로 헹구어내고
누군가가 수시로 찌르고 간
아픈 상처들도 너와 나의 업으로
보듬고 살자 어쩌랴
나의 안에 하루하루
평수를 늘려 가는 고독의 무게
지워도 지워도 우리 삶의
인터넷 속에 무시로 뜨는
저 허망의 푸른 그늘을
이젠 고독밖에 더 남지 않은
쓸쓸한 비밀구좌 모두모두 열고
좋은 생각으로 버무린
희디흰 채 나물에
고집스런 된장찌개가 끓는
밥상 앞에 당신과 마주앉아
따스한 얘기를 젓가락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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