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 일주문

 

화순 운주사,

 

운주사,
돌 속의 머슴부처 하나 장승처럼 서서
바람으로 눈이 덮인 산길을 쓸고 있다
전생에 무슨 업보로 염병할 천연두라도 앓았던 것일까
왕 곰보의 보기 흉하게 얽은 얼굴에는
눈물이 살을 파고들어 진 고름이 질질 흘러내린다
열반에 드는 일도 저와 같은 고역일 것인데
이중 삼중 고행을 하고 있는 머슴 부처,
사람의 손때 묻은 가사자락에
몹쓸 담뱃불에 덴 흔적이 흉터처럼 남아 있다
부처들도 일하는 부처,
노는 부처, 공부하는 부처
따로 따로 어울리는지
외따로이 떨어진 외로운 산비탈에서 서서
눈길만 쓸고 있는 머슴 부처,
팔이 달아난 줄도 모르고
싹싹 빗질하는 아릿한 소리
눈이 덮인 산길 어느새
피가 배여 나와 황톳물이 질척거린다

<운주사 머슴부처>-'송유미'

 

https://youtu.be/VN-9DyhMj_g

 

운주사에 대한 역사는 정확한 기록은 없고, 신라 52대 효공왕 때 영암구림(靈岩鳩林) 출신인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창건한 절이라고 전해 온다. 도선국사는 높은 도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대선사인데, 당(唐) 나라에 가서 풍수지리설을 들여와 처음으로 신라에 전파한 스님이며 후세의 한국 풍수지리설에 큰 영향을 준 인물. 운주사의 설화는 대부분이 이 도선국사와 연관되고, 전남 화순군청 홈페이지에 소개된 설화를 간결하게 옮겨보면 이렇다.

 

"우리의 산세(山勢) 를 관찰한 도선국사가, 높은 탑을 많이 세워 돛대를 삼고 짐(불상)을 많이 실어 놓으면 배가 균형을 잃지 않을 것이며, 이렇게 천불은 사공이 되어, 바다(고해) 향해 항해하면 풍파가 없으리라고 여긴다.

 

이렇게 도선국사는 동자승 하나를 데리고 와서 운주사의 절터를 다듬어 놓고, 도력으로 천상의 석공들을 불러 그 날 닭이 울기 전까지 흙과 돌을 뭉쳐 천불천탑을 만든 다음 닭이 울면 즉각 천상으로 돌아가도록 부탁한다.

 

그리고 혹시나 시간이 모잘라 일을 다 마치지 못할까 걱정이 되어 절의 서편에 있는 일괘봉(日掛峯) 에다 해를 잡아 매놓는다. 이때 석공들이 열심히 탑과 부처를 만드는 곳으로 심부름을 하던 동자승이 지겨운 일에 짜증이 나서 그만 아무도 몰래 해를 풀어 주고 만다."

 

결말이 조금 다른 설화의 내용은 이렇다. 도선국사가 동자승을 데리고 와서 절터를 닦고 도력으로 부른 석공들의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되어가는데(어서 날이 새기 전에 와불의 마지막 손질을 위해서 바삐 일한다.) 그만 동자승이 닭 우는 소리를 '꼬끼오' 하고 지르고 만다.

 

그리하여 닭소리에 놀라 석공들이 일제히 일손을 멈추고 하늘로 올라가 버린다. 그렇게 석공들이 천상으로 올라가버린 뒤에 살펴보니 탑과 부처가 각각 천개에서 하나씩 모자랐다고 한다. 그 모자라는 부처가 '와불'이라고도 전한다.

 

 

youtu.be/mOsN3J1SEAY

 

운주사의 돌불상은 미륵불(미래불)이다. 56억 7천만 년 후에 이 세상에 당도한다는 미륵불이 도처에 서 있는 운주사. 그리고 무거운 지구를 등에 지고 있는 것 같은 식물인간처럼 일어서지 못하는 와불님 앞에 절로 고개를 숙이고 합장을 하게 된다.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는 전설은 이 운주사의 와불님이 일어서는 날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극락정토와 같이 가난한 민중들이 아무런 근심없이 살아가는 세상이 도래한다고 한다. 정말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시인들은 운주사의 천탑천불을 시의 소재로 많이 선택하는지 모르겠다.

 

운주사에 오면 삭막한 도시생활에서 자신 모르게 차가웠던 피가 불을 지피는 듯 뜨거워진다. 마음이 울적할 때나 괴로울 때 찾아오게 되는 전라도 화순땅의 운주사. 그 운주사는 우리 민중의 꿈과 희망이 기다리고 있는 땅이 아닐 수 없다.

 

천탑천불이 있는 운주사는 정호승 시인의 말처럼, 여느 절과 달리 외갓집 나들이처럼 찾게 되는 편안한 절이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넉넉해져서 돌아오는 절이기도 하다.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서.'말이다.

 

 

 

 

 

youtu.be/ZL5cGqY0tBc

 

 

운주사 와불 / 권정우

 

 

 

천 개의 부처가

뿔뿔이 흩어져버린 뒤에도

나 당신 곁을 떠나지 않을 테지만…

당신 곁에

또 다시 천년을 누워있어도

손 한 번 잡아주지 않을 걸 알면서도…

천 개의 석탑이

다시 바위로 들어가 버린 뒤에도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 변치 않겠지만…

내가 당신 곁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도 모르는 당신은

다시 천년이 지나도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테지만…

 

운주사 와불 / 권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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