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펜던스급 항공모함

 
대통령의 통찰력 덕분에 탄생한 경항공모함
  • 남도현
입력 : 2022.01.21 08:44
취역 직후 항해 중인 미국의 경항공모함 CV-22 인디펜던스.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하기 직전인 1940년 6월 18일, 미국 의회는 전격적으로 양대양 해군법(Two-Ocean Navy Act)을 통과시켰다. 그 정도로 심각한 위기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대립 중인 일본과 대서양 건너에서 새롭게 위험한 존재로 떠오른 독일을 동시에 상대하기 위해서 기존 전력의 70 퍼센트 정도에 해당되는 257척의 각종 함정을 새롭게 도입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였다.

이렇게 향후 6년 이내에 항공모함(이하 항모) 18척, 전함 7척, 중순양함 6척, 순양함 27척, 구축함 115척, 잠수함 43척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비슷한 규모의 각종 지원함을 도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그런데 후속해서 정해진 세칙을 검토하던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은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을 발견했다. 18척이나 획득할 계획을 잡아 놓은 항모의 건조가 대부분 1944년 이후로 밀린 것이었다.

한때 해군성 차관보를 지냈던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혜안 덕분에 인디펜던스급 항모가 탄생할 수 있었다. < (cc) FDR Presidential Library & Museum >

당시 해군의 정책을 담당하는 최고위 관계자 대부분이 거함거포주의를 신봉하던 이들이어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그들은 워싱턴 군축 조약 때문에 감축된 전함, 순양함의 확보가 우선이라고 생각한 데다 항모를 단순히 보조 전력으로 취급했다. 반면 제1차 대전 당시에 해군성 차관보를 역임해서 나름대로 해당 분야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던 루스벨트는 새로운 전쟁이 벌어지면 항모의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그는 1941년 8월, 당시 한창 건조 중인 클리블랜드급 순양함 중 일부를 항모로 교체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해군은 순양함 선체가 항모로 적합하지 않다는 핑계를 대고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했다. 실제로 순양함과 거의 비슷한 배수량 14,000톤 규모의 CV-4 레인저의 작전 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요크타운급과 이를 후속할 에식스급의 배수량은 20,000톤이 넘게 설계되었다.

클리블랜드급 순양함은 총 52척 획득을 계획했는데 39척이 발주되어 최종적으로 36척이 건조에 들어갔고 그중 9척이 인디펜던스급 함모로 바뀌어 완공되었다. < Public Domain >

그러나 4개월 후 일본이 진주만을 급습해서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이 대낮에 어이없이 당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항모의 중요성이 급격히 부각된 것이었다. 1942년 1월, 루스벨트는 건조에 들어갈 예정인 에식스급 항모와 별개로 당장 전력화를 위해 클리블랜드급 1척을 항모로 개장하라고 지시했다. 이전과 달리 이는 대통령으로서의 단호한 명령이었고 해군은 군말 없이 따라야 했다.

이후 산호해 해전, 미드웨이 해전을 거치며 항모가 급속히 소모되자 크기에 상관없이 일단 확보가 절박한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해서 1941년 중에 건조를 진행하고 있거나 착수할 예정이던 17척의 클리블랜드급 중 9척이 항모로 재설계 되어 제작에 들어갔다. 이렇게 미국이 어려웠던 시절에 대통령의 직접적인 관여로 탄생해서 종횡무진 활약한 마당쇠가 인디펜던스급(Independence class) 항모다.

인디펜던스급은 미국의 항모 전력이 바닥난 직후에 취역하면서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 < Public Domain >

1941년까지 미 해군은 운용 중인 항모가 8척뿐이어서 별다른 구분 없이 사용해 왔다.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고 대량 획득이 이루어지자 1943년 7월부터 항모를 크기와 용도에 따라 구분하기 시작했다. 크게 함대 간 전투를 이끄는 정규항모(CV), 이보다 크기가 작아서 작전 능력이 떨어지지만 전투 일선에 투입할 수 있는 경항모(CVL) 그리고 선단 호위, 상륙전 지원 용도인 호위항모(CVE)로 나누었다.

인디펜던스급은 미국이 최초로 운용한 경항모다. 종종 크기가 비슷해서 호위항모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으나 앞에 언급처럼 사용 목적이 다르고 당연히 성능 차이도 크다. 경항모는 신속히 전선에 투입하기 위해 정규항모를 축소한 개념이다. 하지만 1950년대에 전량 퇴역시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에서 경항모는 제2차 대전이라는 상황 때문에 탄생하고 사용된 한시적 목적의 군함이었다.

갑판 위의 승조원으로 비교할 수 있듯이 인디펜던스급은 상당히 작은 경항모다. 그만큼 작전을 벌이는 데 제약이 많았다. < Public Domain >

클리블랜드급은 5개 조선소에 총 39척이 발주되어 최종적으로 3척이 취소되고 36척이 건조에 들어갔다. 이중 뉴욕 조선소(New York Shipbuilding)에 할당된 17척 중에서 9척이 인디펜던스급 항모로 변경되어 건조되었다. 태평양에 배치된 미국의 항모 전력이 산타쿠르즈 해전을 겪으며 완전히 소멸된 직후인 1943년 1월 14일 초도함 CVL-22 인디펜던스를 시작으로 1943년 말까지 총 9척이 순차적으로 배치되었다.


특징

인디펜던스급은 기본적으로 클리블랜드급 선체에 비행갑판을 설치한 구조다. 통상적으로 항모는 선체보다 갑판이 길고 넓은데 인디펜던스급은 선체가 더 길다. 순양함의 선수가 고속 항해를 위해 날카롭다 보니 같은 방식으로 탄생한 초창기 항모들처럼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덕분에 최대 31.5노트의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어 1944년부터는 미 해군의 핵심인 고속항모기동부대(Fast Carrier Task Force)에 속해 활동했다.

인디펜던스급은 선체보다 갑판이 짧은 데다 폭도 좁아 함재기 운용이 쉽지 않았다. < Public Domain >

하지만 함재기 운용 능력은 정규항모인 에식스급의 30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배수량을 고려하면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방어력이 취약한 데다 내부 공간이 작아서 탄약을 위험하게 격납고에 적재하기도 했다. 고속을 낼 수 있지만 내파성이 좋지 않아 황천에서 균형을 잡기가 어려운 편이었다. 어려운 시기에 구세주처럼 등장했지만 경항모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고속항모기동부대 소속으로 1944년 12월 12일 정규항모 CV-14 타이콘데로가와 함께 순항 중인 CVL-27 랭글리. < Public Domain >

 


운용 현황
 

USS Belleau Wood (CVL-24) Kamikaze Attack; Salerno, Normandy; USS Independence (CVL-22) full

인디펜더스급은 9척 모두가 취역과 동시에 태평양에 배치되어 종횡무진 활약했다. 항모 전력만 놓고 보았을 때 미국이 가장 어려웠던 시절에 훌륭히 전력 공백을 메웠다. 한마디로 에식스급과 더불어 가장 미국이 필요로 할 때 등장한 항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현재까지 마지막 항모 함대 간 대결로 평가되는 1944년 6월의 필리핀해 해전에서 일본 항모 전력을 몰살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공격을 받고 불타는 CVL-23 프린스턴. 인디펜던스급 중 유일하게 격침되어 생을 마감했다. < Public Domain >

총 8척이 전투에 투입되었는데, 전투기의 40퍼센트, 뇌격기의 36퍼센트가 이들로부터 출격했다. 1944년 10월 24일, 레이테만 해전에서 CVL-23 프린스턴이 일본군의 공격을 받고 침몰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8척은 종전 때까지 활약했다. 전후 제트시대가 도래하자 작은 크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순차적으로 퇴역했고 CVL-27 랭글리가 프랑스로, CVL-28 캐보트가 스페인으로 건너가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CVL-28 캐보트는 스페인으로 건너가 데달로(Dedalo)라는 이름으로 1989년까지 활약했다. < Public Domain >

 


변형 및 파생형

CVL-22 Independence

건조 1941년 5월 1일
진수 1942년 8월 22일
취역 1943년 1월 14일
퇴역 1946년 8월 28일

CVL-22 인디펜던스 < Public Domain >

CVL-23 Princeton

건조 1941년 6월 2일
진수 1942년 10월 18일
취역 1943년 2월 25일
격침 1944년 10월 24일

CVL-23 프린스턴 < Public Domain >

CVL-24 Belleau Wood

건조 1941년 8월 11일
진수 1942년 12월 6일
취역 1943년 3월 31일
퇴역 1947년 1월 13일

CVL-24 벨로우드 < Public Domain >

CVL-25 Cowpens

건조 1941년 11월 17일
진수 1943년 1월 17일
취역 1943년 5월 28일
퇴역 1947년 1월 13일

CVL-25 카우펜스 Public Domain >

CVL-26 Monterey

건조 1941년 12월 29일
진수 1943년 2월 28일
취역 1943년 6월 17일
퇴역 1947년 2월 11일
재취역 1950년 9월 15일
재퇴역 1956년 1월 16일

CVL-26 몬터레이 < Public Domain >

CVL-27 Langley

건조 1942년 4월 11일
진수 1943년 5월 22일
취역 1943년 8월 31일
퇴역 1947년 2월 11일

CVL-27 랭리 < Public Domain >

CVL-28 Cabot

건조 1942년 3월 16일
진수 1943년 4월 4일
취역 1943년 7월 24일
퇴역 1947년 2월 11일
재취역 1948년 10월 27일
재퇴역 1955년 1월 21일

CVL-28 캐봇 < Public Domain >

CVL-29 Bataan

건조 1942년 8월 31일
진수 1943년 8월 1일
취역 1943년 11월 17일
퇴역 1947년 2월 11일
재취역 1950년 5월 13일
재퇴역 1954년 4월 9일

CVL-29 바탄 < Public Domain >

CVL-30 San Jacinto

건조 1942년 10월 26일
진수 1943년 9월 26일
취역 1943년 11월 15일
퇴역 1947년 3월 1일

CVL-30 샌 야신토 < Public Domain >

 


제원

경하 배수량: 11,000톤
만재 배수량: 15,100톤
전장: 190m
선폭: 33.3m
흘수: 7.9m
추진기관: 스팀 터빈
              4×밥콕 윌콕스 보일러(75MW)
              4×프로펠러
속력: 31.5노트
무장: 26×40mm 보포스 대공포
함재기: 평균 34기 탑재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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