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쪽에서 남서쪽까지 길이가 3,000km가 넘는 일본 열도는 4개의 큰 섬과 6,000여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긴 해안선을 가진 일본은 해양안보가 중요하며, 냉전을 계기로 1954년 7월에 해상자위대(海上自衛隊)를 창설하였다. 그러나 2차대전 이후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던 일본 정부는 미국 정부의 군사 원조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었다. 미 해군도 냉전 시기에 소련 해군의 진출을 봉쇄하고자 노력하였고, 특히 당시 대규모를 자랑하던 잠수함을 특히 경계하였다. 1950년대 당시 소련 해군의 재래식 공격잠수함은 잠항 시간이 짧고 재충전을 위해서는 수면으로 부상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해상자위대는 창설 초기부터 대잠작전, 소해작전에 중점을 두고 전력을 편성하였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남북으로 긴 국토를 가진 일본은 동쪽과 서쪽 해역을 모두 감안할 때 6,000km가 넘는 해안선을 방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작전환경을 감안할 때 해상자위대는 수상전투함이 중심인 전력을 건설하기에는 처음부터 무리가 있었다. 미 해군도 2차대전을 거치면서 넓은 대양에서 작전할 때 항공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실전으로 경험하였다. 미 해군은 일본 해상자위대의 창설 당시 항공기를 사용하는 작전개념을 전수하였고, 미일상호방위지원협정에 따라 항공기를 공여하였다. 해상자위대 창설 직후인 1954년 12월에 미 해군은 대잠초계기(Hunter)인 TBM-3W 10대를 우선 공여하였다. 이어서 1955년 11월부터 대잠공격기(Killer)인 TBM-3S 10대를 공여하였다. 20대의 TBM-3W/S 대잠기는 2대가 1조를 이루어 모두 10개조가 대잠초계임무를 시작하였다. 당시에도 TBM-3W/S 대잠기는 상당한 구형 기종이었고, 항속 거리도 짧은 단점이 있었다.
노후 TBM-3W/S 대잠기는 1957년 4월부터 공여되기 시작한 S2F 대잠기로 점차 교체되었다. 미 해군은 S2F 대잠기와 병행하여 P2V-7 해상초계기, HSS-1 대잠헬기도 공여하였다. 1950년대에 미 해군은 육상 비행 기지에서 출격하는 P2V-7 해상초계기, 대잠항모에서 출격하는 S2F 대잠기와 HSS-1 대잠헬기를 입체적으로 운영하였다. 그러나 항공모함이 없는 해상자위대는 이렇게 다양한 기종의 운영을 불합리한 것으로 인식하였다.
해상자위대 지휘부는 TBM-3M/S 대잠기를 인수할 때부터 항공기를 탑재하는 8,000톤 급 소형 호위항모(CVE, Escort Carrier)의 공여를 요청하였다. 호위항모를 확보하면 원래 함재기로 제작된 TBM-3M/S 대잠기를 탑재하고 장기간 동안 효과적으로 대잠초계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2차 대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공격적인 인상이 강한 항공모함을 일본에 공여하는 것을 거절하였다.
이후에도 해상자위대는 S2F 대잠기와 HSS-1 대잠헬기를 인수하면서 다시 한 번 소형 항공모함의 확보를 검토하였다. 원래 S2F 대잠기와 HSS-1(SH-34) 대잠헬기는 대잠항모(CVS, Anti-Submarine Warfare Carrier)에 탑재하는 항공기이다. 이러한 점에서 해상자위대 지휘부는 규모가 작더라도 항공모함을 확보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미 해군은 고정익 함재기를 탑재하는 항공모함을 지원하는데 소극적이었다. 이에 따라 해상자위대는 1960년대 초에 S2F 대잠기 대신에 대잠헬기를 탑재하는 헬기항모(CVH, Helicopter Carrier)를 자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해상자위대의 숙원 사업을 추진하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하였고 무엇보다 공격적인 성격이 강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헬기항모는 일본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고 결국 중단되었다. 이처럼 해상자위대 지휘부가 항공모함 확보에 매달린 것은 작전 상 이점이 크기 때문이었다. 육상 비행 기지에서 출격하는 대잠항공기는 항속 거리가 제한된다. 따라서 초계 범위가 제한되고, 소련 해군도 이러한 항속 거리의 약점을 알기 때문에 초계 범위 밖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반면에 항공모함을 확보할 경우 탑재기의 항속 거리에 제약을 받지 않고 먼바다까지 진출하여 효과적인 대잠작전을 전개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해상자위대는 항공모함의 대안으로 1960년대 후반에 제3차 방위력정비계획(1967~1971년)을 추진하면서 신형 HSS-2 대잠헬기를 대형 호위함에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하였다. 원래 HSS-2(SH-3) 대잠헬기는 미 해군에서 항공모함 탑재용 대잠헬기로 개발한 기종으로 비행 성능과 탑재 장비 성능이 우수하다. 다만 대형 헬기이어서 구축함과 같은 수상전투함에는 탑재하기 어렵다. 미 해군의 경우 SH-3 시 킹(Sea King) 대잠헬기와 별도로 크기가 작은 SH-2 시 스프라이트(Sea Sprite) 대잠헬기를 개발하여 구축함, 호위함에 탑재하였다.
해상자위대의 주력 기동함대인 호위함대(護衛艦隊)를 구성하는 4개 호위대군(護衛隊群)의 기함으로 3대의 HSS-2 대잠헬기를 탑재하는 하루나(はるな)/시라네(しらね)급 헬기탑재 호위함(DDH, Destroyer, Helicopter) 4척이 건조되었다.
하루나/시라네급 이후에도 1980년대에 해리어(Harrier) 수직이착륙 전투기와 대잠헬기를 탑재하는 16,000톤 급 항공모함을 검토하였다. 포클랜드 전쟁에서 활약한 영국 해군의 인빈시블(Invincible)급 경항모와 비슷한 성격인 신형 항공모함 확보 계획도 결국 중단되었다. 대신 해상자위대는 1990년대에 9,000톤 급 오오스미급 수송함(LST, Landing Ship, Tank) 3척을 확보하였다. 일반적으로 10,000톤 급 이하 상륙함의 경우 선체가 크기 않기 때문에 비행갑판이 넓지 않다. 따라서 비행항공기 운영 능력보다는 상륙정을 사용하는 수송 능력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해상자위대는 단계적으로 해상에서의 항공기 운영 능력을 확보하고자 오오스미급 수송함에 평갑판 선체와 비행갑판을 적용하였다.
오오스미급 수송함으로 한걸음 나아간 해상자위대는 노후한 하루나급 호위함을 교체하면서 대잠헬기를 본격적으로 탑재하는 14,000톤 급 대형 호위함(DDH)을 계획하였다. 과거 1960년대 초에 대잠헬기 18대를 탑재하는 헬기항모 계획을 단념하였던 해상자위대가 이제는 13,500톤 급 헬기탑재 호위함을 건조하기에 이르렀다. 해상자위대는 다수의 대잠헬기가 동시에 이착함 하는데 편리한 넓은 비행갑판을 가진 항모형 선형을 채택하였다. 사실상 헬기항모에 해당하는 휴가(ひゅうが)급은 건조를 시작할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휴가급은 고정익 항공기를 탑재하지 않으며 함대지휘, 대공/대잠전투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해상자위대는 헬기탑재 호위함(DDH)으로 분류하고 있다. 휴가급은 노후한 하루나급 호위함을 대체하고자 2척이 건조되었다.
노후한 시라네급 호위함 2척을 교체하기 위한 신형 호위함은 휴가급보다 훨씬 큰 대형함이다. 기준배수량 19,500톤인 이즈모(いずも)급 헬기탑재 호위함(DDH)은 2010년도 예산으로 건조에 착수하였다. 휴가급을 건조하면서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항공기 탑재와 다목적 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선체를 대형화한 이즈모급은 기본적으로 휴가급의 선형을 이어받고 있다. 동시에 3대의 헬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휴가급에 비해 비행갑판이 넓어진 이즈모급은 5대가 동시에 이착함할 수 있게 되었다. 미 해군의 타라와(Tarawa)급 강습상륙함과 같은 250m 길이의 비행갑판을 가진 이즈모급은 상당한 크기의 대형 수상함으로 등장 초기부터 항공모함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해상자위대는 공식적으로 SH-60J/K 대잠헬기, MCH-101 소해헬기를 탑재하는 호위함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2018년 12월 18일에 장기적인 방위계획(30大綱)에서 제해권, 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단거리이륙/수직착륙(STOVL) 항공기를 함정에서 운영 가능하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해상자위대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이즈모급 헬기탑재 호위함을 다용도 호위함으로 개조를 추진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대잠작전에 머물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의미이지만, 사실상 F-35B STOVL 전투기를 탑재하는 항공모함으로 개조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비행갑판의 길이가 충분한 이즈모급은 스키점프(ski-jump)를 설치하면 영국 해군처럼 F-35B 전투기를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즈모급은 해상자위대 창설 이후 가장 큰 전투함으로 1139억 엔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특징
선체
이즈모급의 선체는 항공모함과 동일한 선형으로 건조되었다. 함수에서 함미까지 이어지는 넓은 비행갑판을 가진 이즈모급은 휴가급과 비교할 때 비행갑판의 길이는 51m, 폭은 5m, 배수량은 6,000톤이 증가하였다. 이즈모급의 상부 구조물은 연돌과 일체화되어 비행갑판의 우현에 위치하고 있다. 5층 구조인 상부 구조물에는 항해함교와 항공관제함교가 있다. 이즈모급의 비행갑판의 특징은 비행갑판(1번 갑판) 아래에 있는 격납고(2번 갑판)를 연결하는 항공기용 엘리베이터(elevator)의 배치가 휴가급과 다르다는 점이다.
휴가급은 비행갑판의 중간에 2대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있다. 따라서 엘리베이터의 크기에 항공기 탑재 능력이 제한된다. 그러나 이즈모급의 경우 2대의 엘리베이터 중 뒤쪽 엘리베이터를 비행갑판의 우현으로 이동하였다. 따라서 엘리베이터의 규격을 초과하는 항공기도 탑재할 수 있게 되었다. 2번 갑판에는 격납고 이외에 함대 사령부 시설, 의료 시설, 거주 구역이 있다.
기관
이즈모급은 휴가급 호위함과 같이 호위대군의 기함을 맡고 있다. 따라서 다른 호위함과 함께 항해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30 노트(knot) 급 속도를 낼 수 있다. 추진 기관은 4대의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LM2500 가스터빈 엔진(gas turbine engine)을 COGAG 방식으로 배치하고 있다. LM2500 가스터빈 엔진은 미 해군을 비롯하여 많은 군함에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이즈모급은 전자식 엔진제어를 채택하였으며, 최대 출력이 25,000 마력에서 28,000 마력으로 증가하였다. 4대의 발전기(3,400kW)는 좌우 기관실에 2대 씩 나누어 설치되어 있다. 발전기는 제너럴 일렉트릭 LM500 가스터빈 엔진으로 구동된다.
전투체계/센서
휴가급과 비교할 때 이즈모급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전투체계와 무장이라고 할 수 있다. 헬기를 탑재하지만 단일 함정으로 전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휴가급과 달리 이즈모급은 단독 전투 능력이 제한되어 있다. 대신 이즈모급은 증가한 헬기의 운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부족한 전투 능력은 함께 편성된 이지스(Aegis) 호위함의 방공 능력으로 보완한다.
자체 방어가 가능한 수준으로 건조된 이즈모급은 자국산 FCS-3 전자식 다기능 레이더에서 미사일 사격 통제 기능을 삭제한 OPS-50 대공/해상 탐색 레이더를 탑재한다. 이는 호위함대의 중심으로서 항공기의 탑재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기동함대의 중심을 맡고 있는 미 해군의 항공모함과도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전투체계는 휴가급에 탑재한 OYQ-10에서 OYQ-12로 변경되었다. 기본적인 구성은 동일하지만 무장통제능력이 삭제되었다. 전투지휘실(CIC), 함대작전실(FIC)은 모두 2번 갑판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별도의 통합사령부 시설(100명 규모)을 설치할 수 있다. 링크(link)-11/링크-16 전술데이터링크(tactical datalink)와 위성통신장비를 갖추고 있어 외부와 실시간 정보 교환이 가능하다.
무장
이즈모급은 휴가급과 비교할 때 무장 탑재가 축소되었다. 휴가급에 탑재한 RIM-162 ESSM(Evolved Sea Sparrow Missile) 중거리 함대공 미사일을 탑재하지 않으며, Mk.41 수직발사기(VLS)도 없다. 대신 RIM-116C RAM(Rolling Airframe Missile)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을 사격통제장치와 하나로 묶은 시램(Sea RAM)을 탑재한다. 더불어 20mm 기관포를 가진 Mk.15 팰랭크스(Phalanx) 블록(Block) 1 근접방어무기체계(CIWS)를 탑재한다.
이즈모급은 함수에 OQQ-22 음향탐지기(bow sonar)를 탑재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대잠작전이 아닌 자체적인 방어에 필요한 수준으로 제한되고 있다. 따라서 휴가급과 달리 적 잠수함을 공격하는데 사용하는 ASROC 대잠로켓, 대잠어뢰는 탑재하고 있지 않다.
항공기
이즈모급은 먼저 취역한 휴가급보다 항공기 운영 능력이 대폭 확장되었다. 넓은 비행갑판은 길이 245m, 폭 38m 크기이며 휴가급보다 면적이 1.5배 증가하였다. 넓어진 비행갑판에서는 5대의 헬기가 동시에 이착함할 수 있으며, 1대가 대기할 수 있다. 2번 갑판에 있는 격납고는 길이 125m, 폭 21m 크기이며 화재에 대비하여 방화문으로 분리할 수 있다. 헬기는 최대 SH-60J/K 대잠헬기 7대, MCH-101 소해헬기 7대까지 탑재할 수 있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SH-60J/K 대잠헬기 5대, MCH-101 소해헬기 2대를 탑재한다.
2018년 12월에 30대강(30大綱)을 발표하기 이전에 일본 정부는 이즈모급 호위함의 항모 개조를 공식적으로 부인하였다. 그러나 30대강 발표 이후 F-35B 전투기의 탑재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F-35B 전투기와 더불어 RQ-21 무인정찰기, MQ-8C 무인헬기의 탑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용도 지원 기능
이즈모급은 휴가급과 마찬가지로 수송함이나 병원선으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건조되었다. 2번 갑판에 있는 넓은 격납고와 거주 구역을 활용하여 육상자위대 병력 400명, 3.5톤 전술차량 50대를 탑재할 수 있다. 그러나 전차와 같은 중장비는 탑재할 수 없다. 병원선으로 사용할 경우 수술실, 중환자실을 갖춘 35 병상의 의료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그리고 특이한 점으로 미 해군의 항공모함처럼 다른 함정에 유류를 보급할 수 있는 장비를 가지고 있다.
동급함
이즈모급(총 2척)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건조
비고
DDH-183
이즈모
(いずも)
2012.1.27
2013.8.6
2015.3.25
재팬 마린유나이티드
(Japan Marine United)
현역
DDH-184
가가
(かが)
2013.10.7
2015.8.27
2017.3.22
재팬 마린유나이티드
(Japan Marine United)
현역
운용 현황
2척이 건조된 이즈모급 헬기탑재 호위함은 2015년과 2017년에 차례로 취역하였다. 선도함인 이즈모함(DDH-183)은 해상자위대 제1호위대군 제1호위대의 기함으로 요코스카 기지에 주둔한다. 2번 함인 가가(DDH-184)는 제4호위대군 제4호위대의 기함으로 구레 기지에 주둔한다. 이즈모급은 미 해군을 비롯하여 다른 국가와 연합훈련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즈모함은 2017년 5월 20일에 베트남 캄란만, 6월 4일에는 필리핀 수빅만에 기항하였다.
이재필 | 군사 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 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 From: Web, 출처/Daum Cafe: 한국 네티즌본부.kr 재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