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룡 조선뉴스프레스 취재기획위원·군사전문기자

◎현재 이즈모급 호위함 경항모 개조 중…차기항모 건조에 관심 쏠려
◎F-35B 수직이착륙기 60대 탑재 가능한 영국 퀸엘리자베스 유력
◎제2차 세계대전 때 항모용 전투기 운용국은 미국, 일본, 영국뿐

영국의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함. 사진=뉴시스

 

국방부가 경항공모함 건조계획을 담은 ‘2021~2025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자 항모건조를 둘러싼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에선 3만t급 경항모 건조를 둘러싸고 ‘7만t급 정규항모로 왜 가지 않느냐’, ‘경항모 건조가 현실적이다’는 등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이웃나라 일본은 항모 건조와 관련해 어떻게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까.

 

일본은 지난해 5월 아베 신조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해상자위대 호위함 가가(加賀)에 승선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항모보유를 선언했다. 일본의 경우, 냉전기엔 북해도에서 러시아와 영토분쟁을 할 때 필요한 항공전력으로 러시아에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양지역으로 분쟁지역이 확대되면서, 난세이제도(南西諸島) 주변에서 중국과 공방이 벌어질 경우, 항공기지가 없는 일본으로선 대응이 매우 어려웠다.

 

F-35B의 운용주체는 항공자위대

 

일본 정부는 ‘2018년 방위계획대강’에서 헬기탑재 이즈모 호위함에 전투기 F-35B를 탑재하는, 항모보유를 공식 명기했고. 이어 지난해 12월 2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발표한 ‘2019년도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서 수직이착륙기(STOVL) 도입을 결정했다. 그날 NSC는 F-35A 도입 숫자를 당초 42대에서 147대로 변경했다. 147대 가운데 42대를 사실상 F-35B로 결정한 것이다.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 사진=뉴시스

 

미국과 일본의 전력강화 계획을 보면, 미일 양국이 F-35B 스텔스 전투기를 일본 열도에 ‘도배’하다시피 배치해 중국에 맞서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2020년 10월부터 일본 이와쿠니(岩國) 해병대 항공기지에 있는 기존 1개 대대의 F/A-18C 호넷 전투기를 F-35B 해병대용 수직이착륙 전투기로 교체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해군과 공군이 센카쿠열도에 접근하는 해상자위대 함대를 공격하기 위해 정찰기나 조기경보통제기를 투입할 때, 이즈모함에서 F-35B가 출격하면 중국 정찰기는 퇴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즈모급 2번함인 가가함은 길이 248m, 너비 38m, 만재배수량 2만7000t으로, 일본이 보유한 헬기탑재 호위함(헬기항모) 4척 중 하나다. 헬기 14대를 실을 수 있다.


아베 내각은 2019년 가가함 등 이즈모급함에 F-35B를 운영할 수 있는 경항모로 개조하면서 스키점프대를 설치하고, 전투기를 따로 넣을 수 있는 강도 높은 이중구조 갑판을 채택하기로 했다. 이즈모급 경항모에 탑재하는 F-35B의 운용주체는 항공자위대로 결정됐다. 2023년이면 경항모로 변신한 이즈모함이 F-35B를 탑재하고 센카쿠 열도를 감시할 것이다.

 

일본 국민, 경항모보다 정규항모 원해

 

미치시타 나루시게(道下德成) 정책연구대학원대학 교수는 “이즈모 호위함의 항모 개조는 분쟁지역에 함대방공이나 항공우세를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태평양상에서 해상자위대가 대잠수함전을 실시할 때, 이지스함만으로 함대방공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방공범위가 넓은 항모를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즈모와 가가함 개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일본 국민들이 정규항모 건조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저널리스트인 몬타니 스쵸(文谷數重)씨는 《군지겐큐(軍事硏究)》 2020년 7월호 기고에서, “일본 국민은 경항모가 아니라 정규항모 원한다”며 “항모는 일본 군사력의 상징이기 때문에 항모를 취득하면 제국주의 시절처럼 군사대국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심리가 일본 국민들에게 깔려있다”고 했다.

 

이즈모함 취역 전까지 일본 국내의 여론은 정규항모 보유에 대해 “허황된 것”, “분수에 맞지 않는다”며 비판적이었다. 이른바 ‘보통국가’를 추구한다며 ‘핵무장론’이나 ‘원잠보유론’을 내세우는 것처럼 무책임한 공리공론으로 치부됐다. 게다가 군사적으로도 남서방위는 항공자위대의 남서항공방면군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 의회 내 ‘방위족 의원’들이 국회 질의를 통해 정규항모 보유가 필요하다는 여론을 확산시키기 시작했다. 게다가 2015년 헬기탑재 경항모 이즈모라는 ‘실물’이 취역하고, 전통식(全通式) 갑판(함수부터 함미까지 뚫려있는 항모 형식)에 캐터펄트도 필요 없는 F-35B 수직이착륙기까지 등장하면서 국내 여론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새 항모는 계획화 이전 단계다. 인터넷상에 새 항모에 대한 개인적 스케치는 등장한 적이 있지만,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항모 모형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일본 군사

 

전문가들은 “일본이 건조하려는 새로운 항모의 추측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일본 정부는 전장 300m, 비행갑판의 폭 70m, 배수량 6만t급 정규항모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 판단 근거는 중국 항모세력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일본은 대중국 항모전력 경쟁에서 완전히 열세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의 항모전력을 살펴보면, 첫 항모인 랴오닝함이 2011년 등장했다. 러시아에서 도입한 랴오닝함은 길이 304m에 만재배수량은 5만9439t이다. J-15전투기 등 30여대의 각종 함재기를 탑재한다. 중국은 첫 국산 항모인 001A형 산둥함을 2019년 12월 실전에 배치했다. 2017년 4월 진수된 산둥함은 길이 312m, 폭 75m에 만재배수량은 7만t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항공모함 랴오닝함. 사진=뉴시스

질적 우위 확보하려는 일본

 

중국은 오는 2028년까지 핵추진 항모를 포함해 6척 이상의 항모를 보유할 계획이다. 중국 해군은 두 번째 국산항모 003호의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올 초 우한폐렴 영향으로 건조를 일시 중단하고 있지만, 003함은 배수량이 8만5000t 이상으로 랴오닝함, 001A함과는 달리 전자사출기식 방식을 채택했다. 함재기도 젠-15T 전투기, 조기경보헬기, 대잠헬기와 수송헬기 등 60대 정도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두 번째 국산항모 003함과 세 번째 국산항모 004함을 조기에 건조해 최소한 4척으로 3개 항모전단을 꾸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나아가 2030년까지 미국과 대등한 항모세력 경쟁을 위해 6척 체제를 갖추려 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4번째 항공모함 004함을 다롄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다.

 

중국의 물량공세에 맞서 일본은 질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최첨단 전투함 건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상자위대는 작전요구성능(ROC)에 의거, 이즈모급 외에도 휴우가급(휴우가, 이세)의 비행갑판 이용효율 개선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18년 7월 30일 차세대 이지스함 마야함(DDG-179)을 건조했다. 건조비만 1648억 엔(약 1조6500억 원)이 들어간 대형 이지스 구축함이다. 일본이 2021년까지 마야급 2척을 취역시키면 일본의 이지스 구축함은 8척이 된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위상배열레이더를 탑재해 12개 이상의 동시교전 능력을 갖는 7000톤급 아키즈키급 구축함 4척, 그 개량형인 아사히급 구축함 2척을 포함하면 일본의 이지스급 전투함의 숫자는 14척까지 불어난다. 일본은 또 2019년부터 4년간 30FFM으로 명명된 5500t급 호위함 14척의 건조를 진행 중이다. 총 22척이 건조되는 이 호위함은 아키즈키급에 준하는 수준의 다목표 동시 교전능력과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보유하게 된다.

 

영국항모 퀸엘리자베스 선택 가능성

 

해상자위대는 비행갑판의 이용효율성 측면에서 대형항모로 갈 것이다. 엄격히 말하면, 이즈모는 경항모로 개조해 F-35B를 운용할 수는 있지만, 고정익기 운용에 최적화한 항모는 아니다. 군사저널리스트 몬타니 스쵸씨는 《군지겐큐》에서 “영국의 퀸엘리자베스 항모는 F-35B를 탑재하기 위한 항모로, 비행갑판의 이‧착함 부분, 주기(駐機), 회전부분을 각각 확보하고 있다”며 “새 항모는 최소 6만t톤 규모의 퀸엘리자베스급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일본이 대형 항모 건조를 위한 노력은 하루 이틀 걸린 것이 아니다. 이미 일본은 1998년 1만3000t급 헬기탑재 수송함 ‘오스미’를 건조한 바 있다. 이어 2008년 SH-60J/K 대잠헬기를 실을 수 있는 휴가급(16DDH) 헬기탑재 호위함 휴가와 이세 등 2척을 건조했고, 2013년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는 이즈모급(22DDH) 경항모 이즈모를, 2017년 이즈모급 가가를 취역시켰다.

 

2007년 7월 기자는 한국 기자 최초로 육‧해‧공 자위대 부대를 현장취재할 기회를 가졌다. 그때 사이토 다카시(齊藤隆) 통합막료장(海將·방위대 14기)을 방위성에서 만나 “최근 자위대가 건조 중인 오스미형 수송함 2척이 공기부양정(LCAC)과 헬기 2~6대를 탑재할 수 있어 주변국은 사실상 항공모함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물은 적이 있다. 사이토 통합막료장은 “한국도 독도함을 건조해 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스미도 인도네시아 쓰나미 재해 등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대형화한 헬기 탑재 수송함일 뿐”이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30년간의 끈질긴 노력

 

저널리스트 몬타니 스쵸씨는 “해상자위대는 중소형 항모 건조를 배제하고 대형항모 건조를 강력하게 원한다”며 “대형항모 보유가 비원(悲願)인 해상자위대는 헬기탑재 경항모 이즈모 건조도 30년 가까운 집요한 노력의 결과였다”고 했다. 먼저 오스미 호위함으로 항모 선형(船型)의 전례를 만들었고, 국민들의 경계심을 풀게 하는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오스미는 항모라는 작품을 그리기 위해 도화지에 ‘습작’을 그려본 셈이다.

 

정규항모는 공격형 무기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 평화헌법과는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그 때문에 해상자위대는 휴우가도 헬기항모가 아니라 호위함이라고 강변하기 위해 중무장을 했을 정도다. 일본 정가에서는 항모가 공격형 무기라는 인식 때문인지 명칭도 조심스럽게 사용한다. 자민당은 새 항모의 명칭을 ‘방어형 항모’, ‘다용도 운용모함’, ‘다용도 운용 호위함’, ‘다목적 방위형 항모’ 등으로 부르고 있다.

 

해상자위대는 고대하던 이즈모 가가의 개조로 경항모 보유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모든 노력을 총결산하는 본격 항모 건조에서, 해상자위대는 타협하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는 양상이다.

 

주목할 것은 항모건조 예산도 방위비 내에서 경사배분(傾斜配分)으로 해결할 전망이다. 해상자위대는 겉으로는 소형항모 건조도 고려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즈모급을 추가로 건조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기피하고 있다. 일찍이 일본 자위대에서 무기체계의 도입은 조직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돼 온 게 사실이다.

 

몬타니 스쵸씨는 “배수량은 실제 6만t보다는 줄어들 수 있다”며 “비행갑판이나 기관구성의 합리화로 실제로는 4~5만t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중국 항모와 같은 사이즈로 항모를 제작하더라도 해상자위대의 신형 항모는 톤수가 훨씬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새 항모의 동력은 증기터빈 대신 가스터빈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증기터빈에 비해 가스터빈은 엔진하중이 줄어든다. 연료나 담수(淡水) 소비량도 감소할 것이다. 기관 관리인력도 감소하고, 거주구 면적이나 보급 부담도 줄어든다.

 

 

몇 척이나 건조할까

 

그렇다면 해상자위대는 정규항모를 몇 척이나 건조할까. 1척 또는 2척을 동시에 건조할 가능성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까지 DDH, DDG라는 고가의 함정은 모두 2척이나 4척 단위로 건조했다. 물론 정규항모 2척을 건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일이기에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게다가 F-35B 보유수와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형 항모를 2척 건조하면 탑재하는 F-35B는 부족한 상태가 돼버린다. 일본이 F-35B를 구입하기로 한 대수는 42대. 경항모로 개수 중인 이즈모급 2척의 탑재수는 30~40기가 될 것이다. 여기에 대형항모 2척이 추가되면 함재기를 추가로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이것으로 미뤄 건조 수는 1척일 가능성이 높다.

 

샤를 드골함도 검토했으나…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과 일본은 세계 전사(戰史)상 유일하게 ‘항모 결전’을 벌인 나라들이다. 철천지원수처럼 싸우던 미국과 일본은 중국위협 공동대응이란 목표 아래 하나로 뭉쳤다. 미국은 일본이 항모를 만들어 중국을 잡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처음 일본은 정규항모의 모델로 프랑스 최초의 핵추진 항모 샤를 드골함(4만2000t급)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함은 미국 항모의 디자인을 모방한 축소판이었기에 프랑스가 선호하는 모델이었다. 그러나 전장 260m, 폭 60m의 샤를 드골은 최대 40대(라팔 전투기)밖에 함재기를 실을 수 없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함재기 대수에서 성에 차지 않았다.

 

프랑스의 핵 항모 샤를드골함. 사진=뉴시스

이에 비해 영국 항모 퀸엘리자베스는 최대 60대까지 함재기를 실을 수 있다. 결국 일본은 충분한 내부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7만t급 퀸 엘리자베스함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는 상황이다. 퀸 엘리자베스는 설계에 캐터펄트 방식을 추가해 해군용 F-35C도 운용가능한 항공모함이다. 참고로 일본이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를 선택한다면, 향후 함재기를 F-35B에서 F-35C로 바꿀 공산도 커질 것이다.

 

일본, 항모 운용 노하우 쌓아

 

항모에서 함재기를 유지·운영한다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친 운용 노하우를 습득해야 한다는 뜻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항모에서 수없이 함재기를 띄워가며 전쟁을 치렀던 일본은 배수량 1만t급의 경항모 호쇼(鳳翔)를 1922년 세계 최초로 설계한 나라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2만t급 이상의 정규항모에서 사출기로 함재기를 출격시킨 노하우를 가진 나라는 지구상에 미국과 일본, 그리고 영국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항모 건조 기술력과 운용 능력은 미지수다. 우리는 마린온이나 오스프리 등 회전익 항공기(헬기)의 운용 노하우부터 착실하게 쌓아갈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번 국방중기계획 발표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 중 3번째 헬기탑재 호위함을 3만t급 경항모로 우선 건조하고, 그것을 징검다리 삼아 정규항모 건조로 넘어가자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일본은 2023년 이후 이즈모급 경항모에 F-35B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차기 항공모함 건조 소식도 그 이후 흘러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 해군도 F-35B를 추가 발주해 2030년 이후 F-35B를 실은 경항모를 보유하리라 예상된다.

 

‘정규항모든 경항모이든 서둘러 항모를 건조해 주변국 위협에 대응하자’, ‘한두 푼 가는 항모도 아닌데 일단 만들려면 제대로 만들자’는 두 가지 논리 가운데, 대한민국 해군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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