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준의_차밀

<윤석준의 차밀> 최근 남중국해 변화

윤석준의_차밀 작성자: 윤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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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3-30 13:15:03


<윤석준 차밀, 2020년 3월 30일>



최근 남중국해 변화







  최근 남중국해에서의 미국과 중국 간 군사적 대결 국면이 과거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90%에 해당하는 해역에 대해 구단선(九段線, Nine Dash Line)을 주장하여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대만과 첨예한 해양영유권 분쟁하고 있으며, 이를 군사력을 통해 기정사실화(fait accompli)시키려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우세한 해군력을 동원하여 중국의 구단선 주장을 무효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러한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간 군사적 대결은 주로 남중국해에 대한 국제법 적용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상호 비접촉적 힘의 대결이었으며,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상대방을 가상적(敵)으로 간주하는 전술적 작전행위로는 보지는 않았다. 주된 이유는 국제법적 적용에 대한 잘•잘못을 서로 나타내는 일종의 “비접촉전(non-confrontation warfare)”이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중국은 무인 산호초 등을 인공(人工) 유인 섬(有人島)으로 만든 7개 도서에 해군 부두와 공군비행장을 구축하고 해군 함정, 공군 군용기와 해양경찰을 배치하면서 12마일 영해만이 아닌, 200마일 배타적 경제수역(EEZ)까지 해양관할권을 선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하였으며, 미국은 이들 도서의 12마일 이내로 미 해군 함정들을 통과(transit)시키면서 이는 국제법에 따라 보장된 항행의 자유 권리를 행사하는 ‘항행의 자유작전(FONOP)’라고 주장하면서, 중국 정부에게는 남중국해 인공섬에서의 12마일 영해 선포가 국제법적으로 무효임을 상기시키는 일종의 국제법 ‘검증행위’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이 점차 국제법 잘•잘못을 가리는 행위가 아닌, 상대방을 단정적 적(敵)으로 간주하는 전술적 행위를 남중국해와 인접 해역에서 실시하고 있어 동아시아 해양안보 전문가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지금까지의 해양안보 전문가들의 평가와 지난해 10월 15일의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주관의 해양안보 워크숍 보고서와 최근 1월 28일 미 의회 연구소(CRS) 연구보고서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지난 3월 25일 미 해군 제7함대 사령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제15 구축함 전대 소속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배리(USS Barry, DDG-52)함이 지난 3월 19일 필리핀 동쪽 남중국해 해상(통상 이를 필리핀해라고 함)에서 중거리 함대공 미사일 SM-2 발사훈련을 하였으며, 같은 날 같은 전대 소속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 순양함 샤일로함(USS Shiloh, CG-67)에서 SM-2 미사일을 발사훈련을 동시에 하였다며, 이번 SM-2 미사일 발사훈련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미 해군과 동맹국 해군 간 작전 준비태세와 상호작전 운용 능력을 보여 준 것이다”라고 발표하였다.






  또한, 미 해군 제7함대 사령부는 지난 3월 25일 미 해군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매캠벨함(USS McCampbell, DDG-85)이 대만해협을 지나는 항행의 자유작전(FONOP)를 실시하였으며, 중국이 반대하자, 이를 국제법에 따른 정례적 해군작전 임무 수행이라며 향후 주기적으로 실시할 것을 밝혔다.


  아울러 3월 15∼17일간 미 해군 핵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제9 항모타격단(CSG)과 강습상륙함 아메리카의 제7원정 타격 단(ESG)이 B-52, 해상초계기 및 공중급유기와 함께 대규모 남중국해에서 해상 기동훈련을 하였으며, 미 해군 EP-3 전자전 수집기는 남중국해에 전개된 중국군을 대상으로 전자정보 수집을 위한 공중작전을 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들 모두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의 훈련이었으며, 단순한 항행의 자유작전(FONOP) 수준을 넘는 전술적 작전이었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이를 최근 중국 해군 기동부대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남부전구사령부 소속 Y-8/9의 대잠 초계기와 대잠전(ASW)과 대수상전(ASuW) 훈련하고 남중국해의 인공섬을 군사기지화하는 등의 공세적 행위에 대한 우려를 보여 주는 것이라면서, 특히 이번 SM-2 미사일 발사훈련은 중국 해군이 2번째 항모 산둥함을 남부전구사령부에 배치하며 남중국해에서의 해양통제력을 증가시켜도 최근엔 남중국해 해양영유권을 갖고 있지 않은 인도네시아와 북나타우 해역에 대해서까지 해양분쟁을 일으키는 등 중국의 역사적 권리를 기정사실화시키려는 의도를 나타내자 미국이 중국에 대해 군사적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특히 지난 3월 19일 SM-2 미사일을 발사한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배리함은 이지스 체계 baseline 9 최첨단 대공/탄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어 이번 SM-2 발사훈련의 의미를 더욱 부각시켰다. 미 해군은 이지스 대공/탄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초창기 baseline 1부터 시작하여 현재 9단계까지 발전시켰으며, SM-3/SM-6 미사일은 미 항모 킬로로 알려진 중국군의 DF-21D와 미 해군 괌(Guam)을 목표로 한 DF-26 중거리 순항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으며, 구축함 배리함과 순양함 샤일로함 모두 SM-3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최근 남중국해에서의 상황이 변화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우선 중국의 위협 증가이다. 중국 해군은 지난해에 2번째 항모 산둥함을 하이난성(海南省) 산야(三亞)기지에 배치하면서 중국과보다 취약한 아세안 연안국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이에 대응하여 미 해군은 기존 제7함대에 영구 배치한 로널드 레이건 핵 항모에 이어 제3함대에 배치한 시어도르 루스벨트 핵 항모를 제7함대 작전책임구역(AOR)으로 이동시켜 군사력 우세를 유지하고자 한다. 자연히 남중국해에서의 대립 양상이 변화될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그동안의 미 해군의 항행의 자유작전(FONOP)이 전혀 중국 해군에게 영향을 주지 못하였으며, 오히려 중국 해군이 이를 핑계로 남중국해에 대한 군사력 증강을 합리화시키고 있어 미 해군은 이에 대응하고자 하였다. 이에 미국은 더 항행의 자유작전만으로는 중국 군부의 태도를 변화(modify)시킬 수 없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또한, 중국의 위협이 해상에서만이 아닌, 수중과 공중으로 대결 도매인이 확대되었다. 최근 중국 해군 뤄양-Ⅲ 구축함은 자신의 위 상공을 비행하고 있던 미 해군 P-8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조종사에게 레이저 빔을 투사하는 등의 적대 행위를 하였다. 이에 미 해군은 이례적으로 비신사적이며 비전문적 작전행위라며, 외교적 항의를 하였다. 하지만 중국군은 이를 무시하였으며, 지난 3월 18일 자 『워싱턴 타임스』는 중국이 향후 더욱 강력한 전자파를 투사(electronic strikes)할 계획으로 보도하였다. 공중에 이어 수중 도메인은 이미 수중무인체계(UUV)를 경쟁적으로 투입하고 있으며, 중국 해군은 괌기지 근해에 대해 대대적인 수중탐사를 하였다.






  아울러 중국이 해군 함정에 추가하여 해양경찰(CCG) 함정과 해상민병대(MM)로 불리는 동원어선을 동원하는 회색지대(grey zone) 또는 하이브리드 전술(hybrid warfare)을 구사하여 미 해군을 더욱 어렵게 만들자, 이들이 개입할 여지가 없도록 정형적 작전으로 전환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미 해군은 더욱 공세적인 조치를 하여 중국군의 비정규전 양상을 억제할 필요성을 느끼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전술적 작전 훈련하는 경우 해당국은 훈련 해역에 대한 ‘항해금지고지’를 인접 연안국들에 미리하여 인접국 해경과 어선 등의 접근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이를 무시하고 진입하여 훈련을 저지하여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책임은 연안국에 있게 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향후 미·중 간의 대립 해역이 남중국해에서 대만해협과 필리핀해 등으로 확대되고 양국 해군 간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남중국해에 대해 주요 중재자 역할을 담당하는 싱가포르의 난양기술대 라지라트람 국제문제연구원(RSIS) 콜린 고(Collin Koh) 박사는 “중국 해군이 미 해군을 남중국해에서 밀어내려고 시도하는 가운데, 미 해군이 이번 SM-2 미사일 발사훈련을 남중국해와 인접한 필리핀해에서 실시한 것은 향후 미 해군이 남중국해 보다 필리핀해에 더 전략적 가치를 두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미 해군이 남중국해보다 중국 해군이 남중국해를 거쳐 태평양과 인도양에 진출해야 하는 길목을 차단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간 대립이 정말로 물리적 충돌로 나타나는 경우 이는 지역 해양안보에 충격적 영향을 줄 것이다”라는 부정적 평가했다.


  이에 대해 중국 역시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향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을 선언하였다. 대표적으로 중국 군사 전문가 저우천밍(周震鳴)과 이지에(李烋) 박사는 “지금까지 미 해군이 남중국해에 국제법이 준수되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비교적 낮은 수준의 ‘항행의 자유작전(FONOP)’만을 실시하였는데, 올해부터 항모와 강습상륙함을 동시에 투입하여 공격적인 대규모 해상 기동훈련을 하더니, 갑자기 SM-2 2발을 동시에 발사하는 미사일 훈련을 하는 것은 중국의 남중국해 해양권리와 이익만이 아닌, 중국 주권까지 위협하는 중대한 군사적 도발 행위라면서 향후 강(强)-대(對)-강(强) 대응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천명하였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이러한 미·중 간 남중국해에서의 군사대립이 지역 내 국가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갈수록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1일 미 국방성은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IPSR)를 공개하고 신형 중거리 순항 미사일 개발을 선언하면서 그동안 미국과 러시아 간 적용된 중거리 핵전력조약(INF)에 적용받지 않았던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호주, 필리핀, 일본과 한국에 신형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예정임을 발표하여 파장을 일으켰다. 2016년 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으로 중국과 경제적 갈등을 겪은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동맹국 배치 주장은 매우 부담이 될 수 있는 지역 안보 현안일 것이다.


  실제 지난 3월 28일 자 미국의 방송(VOA)은 “2월 20일 미 의회 산하 의회예산국(CBO) 연구보고서는 유럽 발틱지역과 남중국해를 비교 분석한 대응책을 제안하는 보고서 발행을 통해 사거리 확장 합동 원거리 공대지 미사일(JASSM-ER)과 지상 배치 장거리 대함 미사일(LRASM)을 발틱지역과 동아시아 동맹국에 배치하여 러시아와 중국의 하이브리드 전술 구사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라면서 이제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간 군사적 대립이 더 미국과 중국 간의 문제가 아니며 향후 그 영향이 동아시아 국가에 그대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동안 한국 정부의 남중국해에 대한 입장은 매우 소극적(low-profile)이며 개입을 자제하는(reluctant) 입장이었으며, 이는 ① 국제법 준수, ② 항행의 자유 보장 및 ③ 분쟁의 평화적 해결의 3원칙으로 요약되었다. 하지만 최근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간 대립 변화는 향후 한국 정부가 제시한 3원칙 중 어느 것도 지켜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충돌하는 곳이며, 지역 내 국가들은 이들 강대국으로부터 선택을 요구받게 되는 안보 이슈이다. 아마도 남중국해는 미·중 간 군사적 대결만이 아닌, 향후 한국 정부의 외교적 난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이것이 북한 핵 이슈와 연계되면 더욱 난감한 안보 현안이 될 것이다. 때문에 한국은 향후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간 대결국면 변화를 잘 살피어 미리 미리 대비책을 강구해 놓아야 할 것이다.




작성자 윤석준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이자

육군발전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예비역 해군 대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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