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65 원자포
핵 만능 시대, 전술핵 운용을 위해 개발된 280mm 야포
미 육군에서 유일하게 핵포탄을 사격해본 M65 원자포 <출처 : 미 육군>
개발의 역사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히로시마 상공에 나타난 미국의 B-29 폭격기 에놀라 게이(Enola Gay)가 인류 역사상 최초의 핵폭탄 리틀보이(Little Boy)를 투하했다. 3일 뒤인 8월 9일에는 나가사키에 팻맨(Fat Man)이 투하되었다. 핵 공격이 주요한 이유는 아니지만, 1945년 8월 15일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면서 태평양전쟁이 막을 내렸다.
티니안에서 B-29 애놀라게이에 탑재되기 전 리틀 보이 핵폭탄 <출처 : atomicarchive.com>
미국은 1945년 7월 16일 세계 최초의 핵 실험에 성공한 이후 몇 년간 유일한 핵보유국이었다. 그러나, 1949년 8월 29일 소련도 핵 실험에 성공하면서 미국의 핵 독주가 막을 내리고 강대국 간 핵 경쟁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당시 위력은 많이 알려졌지만, 위험성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 덕분에 전쟁 시 적의 주요 도시와 군대에 핵무기를 사용하고, 동력원도 원자력으로 바꾸면 된다는 일명 "핵 만능주의"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1958년 미 해군 가토급 잠수함 투니에서 발사되는 SSM-N-8 레귤러스 I 순항미사일 <출처 : airandspace.si.edu>
장거리 타격을 위해 순항미사일에 핵을 탑재하고 나중에는 탄도미사일에 핵을 탑재했다. 핵탄두를 탑재한 적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요격 미사일에도 핵을 탑재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핵 어뢰, 핵 폭뢰 등 다양한 핵무기가 개발되었다. 이렇게 미군 내에서 핵무기 개발 경쟁이 불붙었고, 미 육군의 전술 핵무기 투발용 야포 개발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미 육군은 핵무기만 개발한 것이 아니라 편제도 준비했다. 미 육군은 1956년 핵전쟁 시 효율적으로 군을 운용하기 위한 펜토믹 사단(Pentomic Division)이라는 편제를 만들었다. 펜토믹은 그리스어로 5각형을 뜻하는 펜타곤(pentagon)에 ‘부분’을 뜻하는 어미 토움(-toum)이 붙어 만들어진 합성어다.
펜토믹 사단은 사단 아래 5개 여단이, 여단 아래에 5개 중대가 배치된 형태다. 이 편제는 연대를 없애고, 부대의 핵심 전력을 분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즉, 부대의 규모는 작아지지만, 독자적인 전투 능력을 갖추게 하여 핵전쟁에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목적이었다. 미 육군의 1/4가 이 편제로 개편되었지만, 베트남 전쟁이 일어나면서 효용성 문제가 대두되었고 1962년에 폐지되었다.
당시 피카티니 병기창이 보유한 가장 큰 구경 화포였던 240mm M1 곡사포 <출처 : Public Domain>
미 육군은 1949년부터 핵 투발이 가능한 포병 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개발 임무는 뉴저지주에 있는 피카티니 병기창(Picatinny Arsenal)이 담당했고, 로버트 슈워츠(Robert Schwartz)가 책임 엔지니어였다.
당시 병기창이 보유하고 있던 240mm 구경의 M1 곡사포로는 당시 개발된 가장 작은 핵탄두도 운용할 수 없었기에 1949년 11월부터 15킬로톤 위력의 W9 핵탄두를 장착한 T124 포탄을 발사할 수 있는 280mm 구경의 신형 화포를 개발하게 되었다. 로버트 슈워츠는 단 15일 만에 예비 설계를 만들어냈다.
미국 포트 리에 전시 중인 M65 개발에 참고한 안지오 애니로 불린 독일의 K5(E) 열차포 <출처 : 미 육군>
포와 운반 수단 설계는 1944년 이탈리아 안지오에 상륙하던 미군을 공격했고, 나중에 노획된 독일의 280mm K5(E) 열차포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피카티니 병기창의 엔지니어들은 전쟁 당시 미국이 노획한 '안지오 애니(Anzio Annie)'로 불리던 K5 열차포를 검사하기 위해 메릴랜드주의 에버딘 시험장(Aberdeen Proving Ground)을 방문하기도 했다.
미 육군은 슈워츠의 280mm 포 예비 설계를 승인했고, 1950년 말까지 상세 설계를 완료하고 T131로 명명했다. 특별히 설계된 T72 포가에 T131을 탑재한 첫 시제품은 1951년 봄에 완성되었다.
T131 280mm 포신과 T72 포가가 결합된 모습. 사진은 유마 시험장 전시품. <출처 : 미 육군>
시제품 생산은 매사추세츠주의 워터타운(Watertown) 병기창에서 이루어졌는데, 포신과 포미는 뉴욕주의 워터블리트(Watervliet) 병기창에서 제작되었다. T72 포가는 피치버그 병기 디스트릭트(Pittsburgh Ordnance District)와 계약을 맺은 드라보 코퍼레이션(Dravo Corporation)이 담당했다. T131과 T72는 1953년까지 20개만 생산되었다.
T10으로 명명된 운송 장치는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미국 서부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트럭 제작 업체 켄워스 모토 트럭 코퍼레이션(Kenworth Motor Truck Corporation)이 담당했다. T-10은 서로 뒤로 맞댄 두 대의 4X4 트랙터로 이루어졌고, 전방에서 끄는 것은 M249, 후방에서 미는 것은 M250으로 명명되었다.
포와 포가 그리고 운반 차량이 합쳐진 M65. 사진은 애버딘 시험장 전시품. <출처 (cc) Mark Pellegrini at wikimedia.org>
시제품의 첫 사격은 1952년 애버딘 시험장에서 재래식 포탄을 사용하여 실시되었다. 1953년 5월 25일 업숏-나홀(Upshot-Knothole) 핵 실험의 일환으로 실시된 그래블(Grable)이라 명명된 시험 발사에서 M65의 처음이자 마지막 핵포탄 발사 시험이 이루어졌다. W9 핵탄두를 사용하여 11km 거리에서 이루어진 시험은 네바다 시험장에서 실시되었고, 탄두는 표적 지역의 524피트 상공에서 폭발했다.
시험에 성공한 후, 정식으로 포와 차량 등을 합쳐 M65 동력 중(重)포(Motorized Heavy Gun)라는 명칭을 부여받았다. 별칭으로 '아토믹 애니(Atomic Annie)'도로 불렸는데, 개발에 참고한 안지오 애니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설이 있다. 이 외에 아토믹 캐논(Atomic Cannon)이라고도 불렸다. M65는 1953년 1월 20일,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 취임 축하 퍼레이드에서 처음 대중에 공개되었다.
1953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 축하 퍼레이드에 등장한 M65 <출처 : topwar.ru>
대부분이 서독에 배치되었고, 나머지는 한국과 일본 오키나와에 배치되었다. 미 육군은 거대한 핵 포병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느리고 거대하지만, 기존의 중(重) 포병이 요구하는 시간과 거의 같은 시간에 배치하고 작동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M65를 배치했다. 무엇보다 공군과 달리 주야간 그리고 날씨에 상관없이 지상군에게 핵 지원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징
M65 아토믹 애니는 재래식과 핵포탄을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동식 곡사포다. 차량을 제외한 T131 280mm 포와 T72 포가가 기본적인 구성이다. 이 둘이 합쳐진 것은 길이 11.71m, 중량 42,582kg이다. 포는 사격 위치를 잡은 상태에서 좌우로 7.5° 움직일 수 있고, 상하각은 0~55°다. 포 운용은 5~7명이 필요했다. 단, 사격 위치를 잡지 않은 상태에서는 바닥의 턴테이블 위에서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M65의 방열과 이동 구성 <출처 : globalsecurity.org>
포가에 장착된 반동 억제 시스템은 R. Hoe & Company가 제작했다. 포가 발사되면 포신부가 중앙부 턴테이블에서 뒤로 미끄러진다. 이때 유압 시스템이 포신부를 정상 위치로 되돌린다.
운반은 전용으로 개발된 4X4 트랙터 2대를 사용하는데, 두 대가 뒤로 돌아선 상태에서 포가를 탑재한다. 이렇게 차량이 서로 뒤로 마주 보는 것을 슈나벨(Schnable)이라고 한다. 포 시스템을 이끄는 M249는 운전석이 전방을 향했고, M250은 운전석이 포가를 바라보도록 만들어졌다.
T131 포신과 T72 포가를 결합한 모습 <출처 : 미 육군>
두 트랙터는 분리되어 있었지만, 포가를 결합하면 M249에서 M250의 브레이크까지 같이 통제했다. 두 트랙터 모두 독립적으로 조향이 가능했기에 폭 8.5m 도로에서도 회전이 가능했다. 두 트랙터 간 통신은 헤드셋 인터컴을 사용했다. 포와 포가 그리고 M249와 M250 트랙터를 합친 전체 길이는 26m였고 중량은 78,308kg에 이르렀다.
정면에서 본 포신 <출처 : Public Domain>
M249와 M250 트랙터 모두 375마력의 콘티넨털(Ordnance-Continental) 공랭식 가솔린 엔진을 사용했고, 두 차량을 연결 시 도로상 최고 속도는 56km/h였다. 각 트랙터에는 유압식 호이스트가 있어 포 탑재체를 들어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M249 트랙터는 공차 중량 17,191kg, M250 트랙터는 공차 중량 16,267kg이다.
우측을 정면으로 놓은 M249(위)와 M250(아래) 운반 트랙터 <출처 : ipmsusa3.org>
포는 사격 위치에 오면 트랙터에서 분리된 후, 포신을 발사 위치로 물리고, 포 작동에 필요한 유압을 얻기 위해 외부의 발전기와 연결해야 했다. 유압 없이 수동으로 동작도 가능했다. 그 후, 크레인을 사용하여 포탄을 장전기에 올리고, 포탄을 장전하게 된다. 그 후 장약을 장전한다. 수동으로 포미를 잠근 후, 뇌관을 설치하고 사격 각도를 설정한 뒤 발사가 이루어진다.
장전은 크레인을 통해 이루어진다. <출처 : ipmsusa3.org>
포는 12분 안에 배치를 위해 분리가 가능했고, 15분 안에 이동을 위한 구성이 가능했다. 방열은 트랙터에서 분리된 후 평평한 지면에서 이루어졌다.
철도 운반을 위해 트랙터와 포가 그리고 포신을 분리한 모습 <출처 : topwar.ru>
포탄은 T122라 명명된 재래식 고폭탄과 Mk.9(T124) 핵포탄, 그리고 Mk.19(T315) 핵포탄의 세 가지 탄을 운용했다. T122 고폭탄은 포탄 중량 272.kg, 장약 55.3kg, 최대 사거리 28km였다. Mk.9 핵포탄은 15킬로톤 위력의 W9 핵탄두를 사용하며 중량 364.2kg, 최대 사거리 24km, Mk.19 핵포탄은 15킬로톤 위력의 W19 핵탄두를 사용하며 중량 272.2kg, 최대 사거리 29.9km였다.
M65 운용 설명 영상
운용 현황
M65는 생산 물량 20문 모두 해외에 배치되었고, 오로지 미 육군만 운용했다. 이에 비해 M249와 M250 트랙터는 33대가 생산되었다. 미 육군은 1953년 10월에 시제품 단계였던 T131 2문을 서독에 위치한 제868 포병대대에 배치하면서 미 공군을 통하지 않은 독자적인 핵 지원이 가능하게 되었다. 1954년 6월 말까지 유럽에 원자포를 갖춘 5개 대대가 편성되었고, 서유럽 방어에 필수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55년 9월 15일 서독에서 열린 나토 군사훈련에 참가한 M65 <출처 : topwar.ru>
이들은 서독에 주둔한 제7군 산하 제42 야전포병단 소속으로 배치되었다. 이외에도 한국과 일본 오키나와에 일부가 배치되기도 했다.
고폭탄 사격 중인 M65 <출처 : topwar.ru>
하지만, 제한된 사거리로 인한 문제와 함께 기존에 미 육군이 운용하는 155mm 포용 W48, 203mm 포용 W33 핵포탄이 개발되고, MGR-1 어네스트 존(Honest John) 전술 핵 로켓, MGM-18 라크로스(Lacrosse) 단거리 핵 탑재 유도탄 등 보다 발전한 전술 핵무기들이 등장하면서 M65의 효용성이 급격히 떨어졌고, 결국 1963년 퇴역 결정이 내려진다.
1953년 5월 25일 업숏-나홀(Upshot-Knothole) 핵실험 장면
변형 및 파생형
T131: 1951년 첫 시제품이 완성된 280mm 구경 포
M65: T131 280mm포, T72 포가, M249와 M250 트랙터로 구성된 280mm 야포 시스템
애버딘 시험장에 전시된 M65 <출처 (cc) PlaidBaron at wikimedia.org>
제원
구분: 280mm 핵 투발 가능 야포
제작: 매사추세츠주 워터타운(Watertown) 병기창
길이: 11.71m(포+포가) / 26m(운송 트랙터 2대 포함)
중량: 42,582kg(포+포가) / 78,308kg(운송 트랙터 2대 포함)
포 구경: 280mm
포각: 좌우 7.5° / 상하 0~55°
사거리: T122 재래식 고폭탄 - 28km / Mk.9(T124) 핵포탄 - 24km / Mk.19(T315) 핵포탄 - 29.9km
이동 속도: 최대 56km/h
저자 소개
최현호 | 군사 칼럼니스트
오랫동안 군사 마니아로 활동해오면서 다양한 무기 및 방위산업 관련 정보를 입수해왔고, 2013년부터 군사커뮤니티 밀리돔(milidom)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방위산업진흥회 <국방과 기술>, 국방홍보원 <국방저널> 등에 컬럼을 연재하고 있고, 기타 매체들에도 기고하고 있다.
'위인.교육.기타 > 군대 . 무기. 분쟁.'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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